야!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 사백년 비자나무 숲이 전하는 바람
▷ 흑조목의 전설 깃든 불회사 계곡

  • 입력 2008.08.08 19:18
  • 기자명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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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육백년의 향기를 간직한 고찰인 불회사를 찾아가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다도면 소재지에서 화순 운주사 방향으로 꾸불꾸불 이어진 국도를 창문을 내리고 에어컨을 끄고 손을 내밀어 자연 그대로의 바람을 안고 달리는 풍경은 드라이브코스로 이름난 경춘가도를 즐기는 느낌이랄까.

첩첩이 둘러싸인 능선과 봉의 오르내림이 깊이를 더해주는 덕룡산 자락 사이를 굽이굽이 지나다 보면 연꽃 속에 들어앉은 형국의 불회사가 불현듯 시야에 들어온다.

주차장에서부터 사찰 입구까지 약 600m 가량 이어진 산책로는 400년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비자나무와 측백나무 숲이 어우러져 한 낮 더위를 머금은 햇볕 한 점 드리우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더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산책로를 걷다보면 끝없이 들려오는 매미소리와 갖가지 종류의 산새소리가 등줄기에 맺힌 땀방울을 시나브로 걷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자나무 숲을 지나는 동안 특별히 시원한 물놀이장을 찾지 않아도 이미 여름 피서지를 다녀온 기분.

산책로 중간 부분에 자리 잡은 연리목은 천년의 사랑을 과시하며 그 앞에서 중년 부부의 사랑과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산책로 오른편에서 걸음의 방향을 같이 한 계곡에서 흐르는 청량한 물소리는 손과 발을 담지 않아도 가슴속까지 시원함을 안겨준다.

계곡 곳곳에서 보이는 고목의 괴기한 뿌리는 또 하나의 진귀한 볼거리다. 계곡 옆 마른 공터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보면 파란 하늘은 보이지 않고 비자나무와 측백나무 잎 사이로 간간히 가느다란 햇살만이 그 높이를 가늠케 한다.

불회사 경내 비로천(泉)에서 목을 축이고 비자나무아래서 이슬을 머금고 자란 찻잎으로 만들어진 자생차수제 비로다(榧露茶) 한 모금이면 해탈의 경지가 눈앞에 다다른다.

원진국사와 불회사 창건에 관한 전설, 보물 제1310호인 대웅전을 비롯해 중요민속자료 제11호인 남녀 한 쌍의 석장승, 원진국사부도와 보물 제1545호 건칠비로자나불좌상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면 엄마, 아빠는 아이들에게 가장 뛰어난 문화해설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영창 기자


흑조수에 얽힌 전설 한 가지.

원진국사가 말년에 큰절 건너편에 남암(南庵)이라는 암자를 짓고 그곳에서 말년을 보낼 때 매일 아침저녁으로 까만 새가 날아와 뒤편에 있는 잣나무 가지에 앉아 원진국사와 대화를 했다하여 그 나무를 백수(柏樹)라 하지 않고 흑조수(黑鳥樹)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잣나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암터에 두 그루가 정정히 남아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몇 년 전 태풍으로 한 그루는 부러지고 지금은 단지 한 그루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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