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20년 넘게 배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왔는데 유류파동에 각종 농자비가 2배 이상 뛰어 생산비가 해도해도 너무 한다"
　
평생 배 과수 농사로 자식들 다 대학까지 보내고 있다는 이상석씨.
　
"추석 전후로 떨어지기 시작한 배 값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속이 탄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 농사를 포기할 마음뿐이다. 생산비조차도 건지지 못하는 가격으로 출하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분들의 마음이 오직하겠느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올해 나주배 생산비는 전년에 비해 30% 이상 상승하였다는 것이 농가들의 주장이다. 배 과수 생산비 체감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배 가격은 하락하고 각종 영농자재 값은 오르고 생필품 가격도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중국의 배가 수입된다면 우리 나주 배는 이보다 더 험악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무슨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뚜렷한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는 이상석씨는 "현재 나름대로 출하조정도 해보고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하여 생산한 배를 아는 사람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한계가 보인다."고 말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내놓고 중국배 수입에 대처하는 방안도 강구해야한다는 주장을 한다.
　
현재 중국은 배 가공산업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주스나 과실 음료수 등으로 가공되는 배의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최대의 배 생산지역인 하북성에도 두 개의 배 주스 가공공장을 세웠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를 가공용으로 흡수하여 농가의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서다.
　
중국 배의 유통구조는 산지의 집무시장을 통해 소비지인 도매시장까지 내 보낸다. 또 다른 유통경로는 수확기에 대도시의 상인이 생산지의 집무시장을 방문하여 직접 구매로 소매시장에 유통시킨다. 하지만 생산자▶산지 집무시장▶도매시장▶소비지 소매시장▶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이 일반적이다.
　
대도시의 대형 소매점들은 현지에서 직접 구매한다. 생산자에게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산지 수집상을 통해 구입한다.
　
아직까지는 유통관리 기술수준이 낮다. 수확 후에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저온저장 혹은 유통시스템이 아직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도지역의 배 농장을 운영하는 한국인들의 기술이 이전되고 있기 때문에 얼마안가 저장기술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저장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고 그 위협은 바로 나주배가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은 최근 저온저장 시설을 늘리고 있다. 주로 민간자본이 투자된다. 유통시설은 중앙정부나 산둥성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중국 배 수출은 WTO 가입 후 조금씩 늘고 있다. 2006년에는 37만 톤을 수출했다는 통계가 있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러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등으로 대부분을 수출한다. 나주배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에도 일부 수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중국 배는 압리와 향리이다. 미국 시장에서 나주배인 황금배와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중국 산동성 지역에 문경농산이 설립되어 최초로 한국품종의 배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문경농산은 삼성협력사가 투자한 곳으로 100만평 규모이다. 래양에는 한국의 건설업체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대규모 농장도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배 농장은 청도지구에 40여개  농장이 있다. 배 품종은 신고가 60% 로 가장 많으며 황금, 원황, 추황, 등이 있다.

청도지역의 묘목은 대부분 한국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현재는 현지에서 묘목을 보급하고 있다. 배의 품질은 한국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신 농법으로 저농약 재배를 하며 유기질 비료를 사용한다. 최고 당도로 17브릭스 정도가 나온다.
　
생산된 배는 수집상이나 유통업체를 통해 베이징, 상하이 등지의 대형유통매장으로 나간다. 일부는 도매시장을 거쳐 소매시장에 유통된다. 대형 농장은 직접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소규모 농장은 수집상이나 전문유통인 등 중간상인을 통해 시장에 판매한다.
　
중국 배는 크기가 작고 당도가 낮다. 모양은 양호하나 맛은 아직 나주배를 따라오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 배가 현행 45%의 관세가 적용되어 수입된다 해도 나주배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과 FTA가 체결돼 관세가 감축되거나 폐지될 경우 중국 배의 가격 경쟁력은 커질 것이다.
　
특히 청도지역에서 생산되는 배의 수출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농장의 배가 역수입된다면 그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