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③

- 도배봉사회
"할머니, 신혼방처럼 포근하죠"
러브하우스를 만들어가는 '도배봉사회'

  • 입력 2009.03.08 22:48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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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 도배봉사회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 도배봉사회 회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오는 봄을 시샘하듯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토계동 한 아무(79세) 할머니 단칸방에서는 몇몇의 손길들이 분주하기 그지없다.

10여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할머니와 동거동락한 먼지며, 쓰레기, 여기저기 찢어진 벽지와 장판이 풀풀 날리는 먼지 속에서 말끔하게 세상 밖으로 내몰렸다.

이윽고 숙련된 장인의 손길에 따라 곱고 고운 벽지들이 풀을 머금고 이리저리 접히고 접혀져 한 할머니의 낮은 천정과 벽에서 화사하게 피어났다.

더불어 푹신하고 깔끔한 예쁜 장판까지 깔리고 나니 손바닥만한 작은 방은 어느새 포근한 신혼방으로 변신해버렸다.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도배봉사회원들의 손길에 의해 할머니의 방은 예전의 칙칙하고 어두운 모습을 버리고 새색시 부끄러운 모습으로 바뀐 것.

10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펼쳐왔다는 박숙희(왕곡) 도배봉사회 팀장은 "처음에는 서툴러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다"며 "이제는 흐른 세월만큼 경력이 붙어 일이 빨리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우리 손으로 깨끗하게 변신한 보금자리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아울러 "이제는 도배를 부업으로 해도 될 만큼 실력이 늘었다"며 "홀로 생활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바랄 것이 없다"고.

박 팀장의 사회봉사활동은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회사에 다니는 아들, 군입대한 아들, 학교에 따니는 딸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보여주고 실천하는 교육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권정희(영산포)회원은 "도배봉사는 힘든 것보다는 정말정말 재미있고 보람있는 일" 이라고 강조했다.

"벽지를 재단하고 풀을 먹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세상사는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방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을 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작은 감동이 물결처럼 온몸으로 퍼진다"고 봉사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를 전했다.

베푸는 마음, 나누는 사랑이 마음과 몸에 가득찬 때문인지 도배봉사회 회원들 대부분 50대 중, 후반이 넘어선 나이들이지만 환한 그들의 미소를 보면 아직도 3, 40대처럼 젊어보였다.

한편, 97년부터 시작한 도배봉사회는 매월 2∼3차례 지역에서 홀로 생활하는 노인들이나 소년소녀가정에 대해 각 읍.ㆍ면ㆍ동의 추천을 받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들 회원들의 손길이 머문 자리도 어느덧 500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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