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염색문화관의 안방살림꾼 임민자씨

  • 입력 2009.03.08 22:48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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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천재시인 백호 임제선생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한 영모정.

▲ 천연염색관 판매장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임민자씨
▲ 천연염색관 판매장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임민자씨
다시면 회진리에 자리하고 있는 천연염색문화관은 나주의 새로운 전통문화를 일구고 있다. 백호 임제선생의 천여 수 시편이 탄생한 지역인지라 수려한 산수를 자랑한다. 천연염색이 발하는 고운 빛깔과 잘 어울린다.

하늘의 색 쪽빛을 머금은 천연염색문화관의 파수꾼으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임민자씨.

이곳의 궂은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염색원료에서부터 청소, 밥짓는 일, 체험 온 아이들 돌보기 등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는 곳이 없다.

"아이고, 단장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람요. 쪼끄만 기다리시오. 머리라도 감고 올라요" 그녀의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엔 질그릇감이 담겨져 있었다. 친근감을 주는 억양에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이 바로 조선의 여인 그대로 이다.

올해 46세인 임민자씨는 다시 회진태생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나주공민학교를 다녔다. 그녀의 꿈은 배구선수였다. 늘씬한 키에 커다란 손이 배구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그녀는 꿈을 접어야 했다. 가난 때문이다. 못 먹어서 운동을 하기엔 너무 힘이 부친 것이다. 어려운 살림형편 때문에 꿈을 접어야했던 사춘기시절. 그녀를 지탱해준 것은 바로 세상과 맞서 싸워 이기겠다는 의지였다.

그 옛날 우리네 가정이 다 그러듯이 그녀의 가족도 대가족이다. 3남6녀의 넷째 딸로 태어나 말로는 다 못할 고생을 하였다. 공장에도 다니고 농사도 지어보고 갖은 고생 끝에 남편을 만났다. 조금 일찍 만난 편이다. 19살에 결혼을 했으니 남들보다는 조금 빠른 편이지만 뭐 그리 대수는 아니라고 한다.

인천에서 보일러 시공, 건축일 등을 하는 남편 최씨를 만난 것은 그녀에게 큰 힘이 되었다. 김제 사람인 남편을 따라 나섰다. 농사를 지으면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딸아이 하나에 아들 둘. 모두가 기대이상으로 잘해주었다. 자녀 셋 모두가 배구선수로 훌륭하게 자랐다.

큰딸 희정이는 배구선수로 활약하다가 개인사업을 하는 청년실업가와 화촉을 밝혔다. 큰 아들 귀동이는 한국전력 프로팀에 입단 활약 중이다. 둘째 아들은 우리캐피탈 배구팀 창단멤버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두 아들 모두 인하대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때 인하대에서 스카우트, 인천에서 중학교를 나왔다. 배구선수로서의 자질을 알아본 인하대 배구팀에서 조기 스카우트한 것이다. 어머니로서 기쁘기 그지없었지만 어린 아이들을 객지로 보낸다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다.

아빠가 김제를 떠나 인천으로 일자리를 찾아 갔다. 그녀는 혼자 남아 시부모님을 모시고 농사를 지으면서 자식들이 잘 되기만을 기도하며 묵묵히 살았다.

이제 장성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녀는 회진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실 사람이 없어 회진으로 거처를 옮겼다. 12년 전이다.

마땅한 일자리는 없지만 부모님을 모시니 마음만은 편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홀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면서 자식들의 성공을 빌었다.

마침 집 근처에 천연염색문화관이 들어서자 취직을 했다. 특별히 가진 기술이 없던터라 관리인이란 이름으로 문화관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어엿한 직장이 생겨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서 좋고 가까이서 어머니를 모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하루는 바쁘다. 화장실에서부터 체험관, 숙소, 잔디밭, 매장, 전시실 등 모든 곳을 둘러보면서 청소를 하고 나면 점심 준비를 해야 한다. 천연염색문화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찬솜씨가 일품인 그녀의 손맛은 단연 직원들의 최고의 인기이다.

"잘한 것은 없지만 저를 아껴주고 용기를 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너무 좋다" 며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부려가며 우리 식구들이 먹는다 하고 반찬을 만드니 맛있다고 하는 것 같다" 며 수줍어한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최정락씨는 "매사에 긍정적이면서 성실한 모습에 직원들 모두가 좋아하는 큰 누님 같은 분이다" 며"문화관의 궂은일은 모두다 다 도맡아 하시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으신 분이다"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그의 자랑은 끝이 없을 것 같다. 모처럼 만에 화장을 했다는 임민자씨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향했다. 다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그녀가 맡은 일을 하기 위해서다. 토요일인데도 그녀의 손길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천연염색문화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주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녀의 등 뒤에 걸쳐있는 햇살이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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