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체육공원 우리 손으로 깨끗이"

운동도 즐기고 봉사도 펼치는 '들국화봉사회'

  • 입력 2009.03.30 15:40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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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봉사회
새벽 5시 50분. 여명이 채 나주를 밝히기도 전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에 하나 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들국화봉사회
▲ 들국화봉사회
모두들 마지막 단잠에 빠져있을 시간. 아직은 새벽 차가운 공기가 두꺼운 겨울옷을 외면하기에는 아쉬운 듯 5개의 그림자가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 체육시설에 모여들었다.

모두 60이 넘은 할머니들이다. 두꺼운 외투에 모자, 장갑 등 차가운 새벽 공기를 차단하려는 듯 단단히 무장한 할머니들은 서로가 밝은 미소로 수인사와 '밤새 안녕'이라는 덕담을 나누고서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새벽 운동을 하자고 만들어진 모임일까. 5명의 할머니들은 몸을 풀고서는 체육공원 트랙을 한 바퀴쯤 담소를 나누며 돌았다.

쌀쌀한 새벽 공기에 적응이 된 듯한 할머니들은 미리 준비해 온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나누어 들고선 전날 체육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다.

이들 할머니들은 바로 일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 새벽에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 주변 환경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들국화봉사회'회원들이다.

처음 새벽운동을 하기 위해 모인 할머니들이 체육공원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봉사를 펼친 것은 4년여 전.

삼영동의 유영덕 회장(61세)은 "처음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모였는데 새벽에 운동을 하다 보니 전날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너무 많아 보기 흉한 모습이었다" 며 "그래서 인근 부영아파트에 살고 있는 회원들이 뜻을 모아 봉사활동을 펼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들국화봉사회 명칭에 대해 "한참 새벽에 나와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신정훈 시장이 운동을 나와서 현장을 보게 됐다" 며 "할머니들이 운동도 하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모습이 아름답다며 즉석에서 봉사회 명칭을 지어줬다"고 설명.

유영덕 회장은 "처음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아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청소를 했는데 이제는 청소하는 단체도 많아지고 시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 매주 금요일에만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며 "내 건강을 위해 새벽운동을 하는 김에 간단하게 쓰레기 치우는 것이 무슨 큰 봉사활동이냐"며 겸연쩍어 하기도.

아울러 "회원들 연령이 이미 60을 넘어 76세인 분들도 있는데 새벽운동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건강한 것 아니냐" 며 "하지만 언제까지 새벽운동과 환경정화활동을 펼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자식들, 손주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칠순, 팔순이 되어도 영산강 둔치 체육공원에서 건강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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