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신연아씨

  • 입력 2009.04.11 00:12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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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계속되는 불황에 서민들의 허리는 펴질 줄 모른다.

▲ 신연아씨가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 신연아씨가 할머니의 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는 IMF때보다 더 심각하다. '2009년 희망 찾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들어보지만 아직 우리는 희망을 가슴에 품을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살맛이 나는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확신 때문이고 사람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희망을 찾는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하는 사람을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일 때가 많았다. 신문에 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영업상(?) 필요하단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기사는 어려웠다. 그 때 주위에서 추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산포에 있는 노인요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신연아씨다. 기쁜 마음으로 김회동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목적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제가 무슨 신문에 날일을 했냐"고 손사래 치는 그녀를 김회동원장이 설득했다.

가까스로 인터뷰를 승낙한 그녀를 반가운 마음으로 찾았다. 새하얀 가운이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나타난 신연아씨. 수줍은 모습에 인터뷰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언제부터 일했느냐고. 2006년 3월부터 요양원에서 근무했다는 신연아씨의 고향은 광주.

남편인 조성용씨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나주에 살기 시작했다. 광주보건대학에 다닐 때 만났다는 남편은 69년생 동갑내기다. 조금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그녀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젊은 아낙이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일이 쉽지만 않았을 터인데 그녀는 용케도 효부소리를 들었다. 4년전 돌아가신 시어머니는 몸이 불편해 그녀의 수발을 들어야만 생활이 가능했다.

그녀의 생활도 순탄치만 않는 삶이란 걸 느길 수 있었다. 2002년 갑자기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녀는 온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남편은 전대병원과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어려운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남편의 뒤바라지는 물론 두 아들딸을 가르쳐야 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공부도 남보다 뒤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줬다. 나주중을 나온 큰딸 혜진이는 공부를 잘해 창평고에 진학하고 둘째 정익이는 무럭무럭 자라 나주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성 혼자의 힘으로 가정을 꾸리기는 힘든 세상이다. 몸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모신데다 집안의 기둥이었던 남편마저 건장을 잃어 가정을 혼자의 힘으로 꾸려야 했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세상을 헤쳐 나간다.

"요양원에 오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신 분들인데 제가 어찌 짜증난 얼굴로 모시겠어요" 라며 "우리 어머니를 모시는 마음으로 얘기도 나누고 딸처럼 행동하면서 부족하지만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식단을 짜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회동원장은 "신연씨는 우리 요양원의 보배에요. 어르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직원중의 한명이에요" 라며 "어르신들에게 싱싱한 채소를 드리기 위해 텃밭을 일구어 오이, 호박, 고추 등을 가꾸고 매사에 배려하는 마음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맛좋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된장과 고추장을 직접담근다는 신연아씨.

"남편이 아플 땐 하늘이 캄캄했지만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며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것은 절망이다. 그 절망을 이겨낸다면 우리도 좋은 세상을 살 수 있는 희망이 있지 않느냐"며 도리어 반문한다.

그녀의 희망은 다른데 있지 않았다. 어려운 역경을 딛고 일어 설려는 의지와 좋은 세상이 온다는 희망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려움이 내게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일어섰던 의지가 바로 희망을 낳게 한 것이다."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에게 정성을 다하면서 제 생활에 충실할 뿐이에요"

신연아씨의 평범한 이 말은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그게 곧 희망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일 때 바로 희망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바로 신연아씨의 생활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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