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주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⑫

- 디딤봉사회

"평생 혹사시킨 내 발, 오늘은 여왕대접"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발마사지 '디딤봉사회'

  • 입력 2009.05.12 10:37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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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일생동안 몸의 중심축으로 헌신해 온 하체의 소중함을 우리는 잊고 산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이동의 역할을 담당한 다리와 발의 수고스러움과 혹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순간부터 영원한 휴식을 맞는 순간까지 우리네 발은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묵묵히 참아낸다.

이렇듯 온갖 궂은일에 희생되어 온 다리와 발이 처음으로 대접받는 날이 왔다. 그날은 바로 발마사지 봉사회인 디딤봉사회(회장 송석님)의 회원들이 방문하는 날이다.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노인종합복지관에 디딤봉사회 회원 6명이 출동했다. 어버이날 기념행사와 다양한 부대행사 속에 발마사지 봉사가 포함된 것.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두 다리를 봉사자들의 손에 맞긴 할머니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편안한 표정으로 30분 동안의 호강을 즐기는 모습이다.

다리와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고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고루구루 문질러주고, 발가락 사이사이까지도 정성스레 주무르는 손에는 사랑의 힘이 스며든다.

단 30분 동안의 호사가 평생토록 부려 온 발바닥에게는 큰 보상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할머니들은 봉사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내 부모의 발바닥도 저렇게 정성스럽게 주무르지는 못할 건데 봉사자들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흘러도 그저 환한 웃음으로 씻어낼 뿐이다.

이창동 김매순(74세)할머니는 "친 자식들도 내 발을 이렇게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주물러 준 적이 없다"며 "효도한답시고 한 달에 두어 번 찾아오거나 용돈 몇 푼 쥐어주면 그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원하기도하고 봉사자들에게 미안하기도하고 편안하지만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로 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봉사자들은 마사지 봉사만 펼치는 것이 아니다. 편하게 누워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발을 주물러주면서 다리에 난 상처를 보듬아주고, 따뜻한 말을 건네면서 즐거운 말상대가 되어준다. 몸의 피로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피로까지 씻어주는 셈.

송석님(55세) 회장은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대가 높아 많은 분들에게 봉사를 펼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하루에 한 두 분 하고 나면 온 몸의 기가 따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흘리는 땀방울이 오히려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한 "우리지역의 보다 많은 노인들에게 봉사를 펼치기 위해서는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의 말을 전하기도.

영산강난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진(48세)회원은 "먹고사느라 바쁘기는 하지만 한 달에 두, 세 번 참여해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의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올 해 1월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펼친 디딤봉사회는 사랑의 집과 노인종합복지관 등에서 한 달에 두 번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재가봉사도 함께 펼치고 있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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