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천억 피해 예상 - 양돈농가 '직격탄'

  • 입력 2009.07.20 10:01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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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이 2007년 5월 서울에서 첫 협상을 개시한 지 2년2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지난 13일(월) 스웨덴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과 프레데리크 라인펠트 스웨덴 총리는 이날 스톡홀름 시내 총리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ㆍEU FTA에 대한 최종합의안을 도출해 기쁘게 생각한다. 법률검토 작업을 조속히 진행해 조기에 가서명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구두선언을 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ㆍEU FTA의 타결은 세계 최대 단일시장인 EU의 27개 회원국과 하나의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 자유무역협정 타결은 농업분야를 내어주고 자동차 등 산업분야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양돈농가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한-유럽연합간 FTA에서 농업분야에 대해 살펴본다.

양돈농가에 '사망선고'우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축산농가를 비롯한 나주지역 축산농가들은 축산산업이 유럽산 축산ㆍ낙농시장 개방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협상 타결로 농산물 분야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예상 품목은 돼지고기와 낙농품이 거론된다. 유럽이 낙농제품의 생산기술과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축산농가들은 이에 따라 유럽 수입육과 낙농품 개방으로 이어질 이번 FTA 타결이 미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국내 돼지고기 수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EU산 돼지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게돼 국내 양돈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

농업분야 중에서도 축산분야 그 중에서도 양돈농가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U와의 FTA가 발효되면 국내 농가 피해가 약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양돈업계의 피해가 가장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EU산 돼지고기 가격 수준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산의 87%로 앞으로 25%인 관세가 없어지면 72%로 낮아져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냉동삼겹살 1㎏의 가격은 현재 국내산의 경우 7,748원, EU산 5,123원, 미국산 4,559원이지만 FTA 발효로 관세가 없어지면 EU산은 4,264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EU산 돼지고기는 전체 수입액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양돈 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국내 양돈 분야의 연간 생산액이 4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EU FTA가 발효돼 피해 액수가 전체 생산액의 10% 정도 피해만 입어도 연간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전남도의 돼지 사육은 1320농가 89만두, 소는 3만5000농가 43만두에 달하며 돼지의 경우 전국 사육 규모의 1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일단 관세율이 25%인 돼지고기의 경우 관세가 철폐될 경우 국내 축산농가의 타격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을 비춰보면 나주지역의 돼지사육은 169농가 18만1천수, 소는 1,810농가 33,091수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양돈농가는 연간 40억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국내 낙농업과 양계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낙농품 수입량 가운데 EU 점유율은 29.4% 로 앞으로 EU산 우유 원유 등이 관세 철폐로 국내산의 절반가격 수준으로 수입될 경우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닭고기의 경우도 현재 EU 점유율은 3.7%로 2,600톤에 불과하지만 FTA가 발효되면 국내산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밖에 쌀, 보리, 마늘 등 민감한 품목은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지만 EU산 가공 채소와 과일, 주스 등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높아질 전망으로 전체 농업분야에서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 "하반기 중 피해보완책 마련"
축산농가 "시설현대화 등 지원해야"


정부는 "피해가 예상되는 중심 분야는 양돈ㆍ낙농 등 축산 분야"라며 "품목별로 FTA 체결에 따른 직ㆍ간접적인 피해는 충분히 보상하고 이와 별도로 농업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EU FTA 대책 TF'를 구성해 농업인과 생산자단체, 전문가, 학자 등의 의견을 듣고 하반기 중 피해 보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FTA에 따른 직접피해 보전제도, 폐업 지원제도 등 한-미 FTA 보완 대책에 담겼던 카드는 그대로 적용된다. 역시 한-미 FTA 때 만든 '농가단위 소득안정제도'의 틀도 유지된다. 이 제도는 소득 감소분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한-EU FTA 결과 품목별로 추가되는 부분을 보강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생산성 제고 방안도 추진된다. 양돈 분야에서는 모돈당 출하두수(MSY)를 끌어올리기 위해 돼지열병 등 각종 질환을 근절시킬 수 있는 지원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MSY는 어미돼지 한 마리가 연간 출산해 시장에 출하하는 새끼돼지의 마릿수로 우리는 14마리 수준인 데 비해 유럽은 22마리에 달한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 전문 종돈장, 모돈장 지원, 농가별 질병, 경영 컨설팅 등도 포함된다.

낙농 부문에서도 우유 소비 확대 정책, 전국적인 연합 쿼터 관리시스템, 잉여 원유를 가공원료로 공급하는 방안, 낙농진흥법 개정 등 낙농업 종합대책이 나올 예정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피해 대책의 규모와 관련해 "아직까지 추정치이긴 하지만 한-미 FTA에 비해서는 생산이 감소하는 규모가 상당히 적다"며 "보완 대책도 이를 감안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에 따른 국내 농가 피해 규모는 15년간 10조5천억원으로 추산됐고 이에 따라 10년간 23조1천억원 규모의 보완책이 마련된 상태다.

한편, 지역의 양돈 농가들은 축산농가의 시설 현대화와 정부 분야별로 세부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수입 파고'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나권만(다시) 양돈협회 나주시지부장은 "현재 축산농가들이 원하는 것은 시설 현대화"라며 "정부가 농가에 시설자금 지원과 생산비를 높이는 사료값 등의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유럽산 축산품목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 축산농가가 몰락의 길을 걷기 전에 분야별 후속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ㆍ전자ㆍ섬유 '화창' , 서비스산업 '흐림'

농업분야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과 달리 자동차와 섬유 등의 산업분야에서는 호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각 산업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과 맺을 자유무역협정의 예상 효과가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한-미 FTA보다 2배 이상의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분야별로는 자동차 등 한국 쪽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수출산업은 관세 철폐로 유럽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대로 서비스업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내 산업 분야에는 유럽 기업의 진출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유럽 수출은 약 128억유로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수출의 예상 증가치가 52억유로로 그 비중이 가장 크다. 10% 수준의 관세 장벽이 없어지면 한국차 1대당 약 1000유로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를 거둘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외 한국 쪽에서 혜택을 볼 분야로는 전자ㆍ섬유ㆍ화학산업 등이 주로 꼽힌다고 삼성경제연구소는 관측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 '한-EU의 서비스교역 동향과 한-EU FTA에 대한 시사점'을 보면, 한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서비스 수출은 연평균 30%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는 2004년 80억5000만달러에서 2007년 197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산업의 생산력은 유럽연합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금융, 사업서비스, 특허권 분야 등에서 유럽 업체의 시장 진출이 늘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유럽연합은 이번 협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수준의 서비스시장 개방과 함께 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 서비스, 생활하수 처리 서비스 등 네 부문에서 추가 개방을 이끌어냈다. 정밀화학ㆍ산업기계류ㆍ자동차 부품 등 국내 업체들의 열세 분야에서도 유럽 기업의 진출이 도드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 '통상일방주의' 비난

한미FTA/한-EU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화)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만큼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는 한-EU FTA를 국민적 토론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협상안을 보면 미래 최혜국대우 조항 앞으로 다른 나라에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소급적용할 수 있는 조항 등 독소조항이 곳곳에 있다"면서 "서비스, 투자, 농축산업 등 한미FTA와 비교해도 파괴력이 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FTA 체결의 일방적 독주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면서 "무조건 개방,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내수경제와 서민경제를 살리는 데 국민적 힘을 모아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도 양돈협회를 비롯한 지역 축산농가는 정부의 협상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농가들이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대정부 투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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