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파행 무엇이 문제인가

'막무가내 묻지마'식 무조건 삭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다툼'

  • 입력 2009.12.28 11:04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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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동안 이어진 나주시의회 예산안 파행은 지난 11일부터 시작됐다.

나주시 2010년 본예산 심사와 관련해 자치행정위원회(위원장 김양길)가 사회단체보조금을 50% 삭감하는 등 작은 잡음을 일으키며 56억원을 삭감하는데 의견을 모은 반면 경제건설위원회(위원장 김판근)는 '묻지마'식으로 삭감의 칼을 휘두르며 250억에 달하는 예산을 삭감하려고 있다.

이는 경제건설위원회 분야 대부분의 사업에 100%, 50% 삭감의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무소속 의원들이 '원칙과 기준도 없는 무조건 삭감'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심사를 완료하지 못한 채 결국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위)로 심사가 넘겨지게 됐다.

14일부터 열린 예결위에서는 또 다시 무소속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바로 '예결위원장'자리를 놓고 팽팽한 대립을 시작한 것.

무소속 의원들은 그 동안의 관행처럼(양자간 합의사항) 이번 예결위원장은 무소속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동료 의원 중에 예결위원장을 단 한 번도 역임하지 못한 의원이 있으니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맞섰다.

첨예한 대립은 팽팽한 신경전으로 확산돼 무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예결위원장을 탐내는 이유는 2010년 본예산 심사에서 주도권을 잡고 기준과 원칙, 명분도 없이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져 지금까지 보여준 대화와 타협의 입장에서 강경일변도로 전환했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집행부의 예산편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다수의 힘(8명의 예결위 중 5명이 민주당 의원)을 빌어 맞섰다.

이들은 이렇듯 5일 동안의 회기를 대립각을 세우며 허비했다.
이에 시민사회와 지역 언론은 연일 '자리다툼'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나주시의회를 질타했다.

또 많은 시민들은 다수의 힘으로 항상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겨냥해 '정당공천제'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지적하며 '구두합의'를 파기한 책임을 물었다.

파행의 불씨, 정리추경에 옮겨
포괄적 예산 수긍 대 이해 못해


예산 파행의 불씨가 결국은 21일부터 열린 2009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옮겨 붙어 이번에는 '민주당 VS 무소속, 집행부'라는 구도로 갈등이 심화됐다.

정리추경 심사에서 경제건설위원회가 집행부가 제출한 종합스포츠타운 건설 예산 중 지방채발행액인 184억2천만원을 삭감했기 때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당초 지방채를 승인할 때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에 160억의 지방채발행을 승인했고 148억2천만원은 다른 목적의 사업비로 승인했기 때문에 삭감했다"고 밝히며 "집행부에서도 148억2천만원은 다른 용도의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으므로 종합스포츠타운에 편성하는 것은 의회를 우롱하는 편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예결위에 선임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해당 예산의 승인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집행부와 무소속 의원들은 "148억2천만원에 대한 지방채발행은 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분이며 이는 포괄사업비로 목적을 명시할 수 없는 예산"이라고 밝히며 "집행부의 판단에 따라 편성할 수 있는 예산으로 이미 의회에서도 수차례 이 같은 상황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집행부는 종합스포츠타운 예산 삭감과 관련 지난 23일(수) '나주시의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시의회는 예산을 볼모로 시정의 발목을 잡지 말 것'과 '본예산과 추경예산의 조속한 의결'을 요구해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회 본연의 권한을 침해하고 시의회를 경시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

지압교부세 감액분에 대한 지방채는 '포괄사업비

정부 지방교부세 감액분에 해당되는 148억2천만원의 지방채는 분명하게 '세입결함의 보전'으로 '포괄사업비'가 분명하다.

이는 행안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송부한 지침서상에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통상적으로 지방채 발행 대상은 지방재정법시행령 제6조 2항에 의거 공용ㆍ공공용시설의 설치, 당해 사업의 수익금으로 원리금상환이 가능한 사업, 천재ㆍ지변으로 인한 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세입결함의 보전,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 기발행한 지방채의 차환, 기타 주민의 복지증진등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등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지방교부세를 대폭 감액하면서 지방채 발행을 종용했다.

또 지방채 발행 대상에 대해서도 200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발행대상을 확대하면서 '세입결함의 보전(즉, 지방교부세의 감액)'의 경우에는 경상사업과 인건비 등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포괄사업비'로 허용했다.

이러한 이유로 지방교부세 감액분에 해당하는 148억2천만원은 사업 목적이 정해지지 않는 포괄사업비로 집행부의 판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또 한가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장하는 '다른 목적의 사업'은 집행부가 당초 종합스포츠타운 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액 250억을 요구하면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임시적으로 사업명을 기재했던 것.

여기에 경제건설위원회가 지방채발행액을 160억원으로 삭감하면서 예산편성에 대한 변수가 생겨 집행부는 148억2천만원의 예산을 재편성한 것이다.

이를 두고 집행부가 의회를 속이려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예산의 기본과 '포괄사업비'의 의미도 모른다고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고 만 것.

국ㆍ도비 보조사업비까지 무차별하게 삭감하는 시의원들의 자질에 비춰볼 때 예산 편성의 기본과 세입ㆍ세출의 산출, 포괄사업비의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인 듯하다.

예산파행에 시민단체 뿔났다

이렇듯 시의회의 예산 파행이 심화되고 갈등의 주체가 확산되자 체육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의회를 방문, 조속한 예산의 심의와 의결을 요구했다.

경제건설위원회가 정리추경에서 종합스포츠타운 관련 예산을 삭감하자 체육계 인사들이 지난 23일 의회를 방문했고 24일에는 나주사랑시민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의회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생뚱맞은 반응을 보였다.

정 아무 의원은 "집행부가 가용(여유)예산이 400억이 넘는데도 지방채 발행을 강행했다"거나 "분명이 다른 목적으로 지방채 발행을 승인했는데 집행부가 의회를 속이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책임을 집행부에 전가하기에 급급했다.

또 다른 김 아무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의 방문에 '네편 내편'을 찾으며 "저쪽 편의 뜻대로 행동하시라"고 대응해 빈축을 샀다.

아울러 이들 의원들은 '148억2천만원은 절대로 살려줄 수 없다' '집행부가 제출한 수정예산안도 승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에 빗대어지며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0년 살림살이 오리무중
31일 넘으면 국도비 전액 반남


나주시의회는 지난 24일 밤 9시경 28일(월)까지 또 한차례 회기를 연장했다.

예결위에서 시급한 정리추경부터 심사하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으나 문제의 148억2천만원 때문에 또 다시 심사와 의결이 미루어진 것.

문제는 한 번의 회기 연장(당초 22일에서 24일)으로 인해 정리추경 예산 중 3억2천5백만원에 이르는 예산의 사용이 불가능해졌고 두 번째 회기연장으로 8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의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해당 사업들이 조달청을 통해 자재 등을 구입해야 하지만 긴급입찰 가능일(마감 5일전)을 경과했고 조달청은 28일(월) 모든 조달 및 계약 업무를 마감한다.

더 큰 문제는 끝없는 평행선으로 치닫는 의회가 31일까지 2010년 본예산 및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의 의결을 마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2010년 본예산의 경우 다음 회기에 의결을 얻을 때까지 '준예산편성'으로 전환돼 인건비 등 법정예산만의 집행이 가능하며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 및 운영비와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계속사업의 사업비만 집행할 수 있다.

또 정리추경의 경우 31일까지 의결을 얻지 못하면 8억5천8백만원의 국비와 22억9천9백만원에 이르는 도비를 전액 반납해야 한다. 나머지 54억8천3백만원의 시비는 전액 불용처리된다.

이로 발생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입게 된다. 희망근로프로젝트사업, 기초노령연금, 노인복지시설 특별 급식비, 보육시설 기자재 구입비, 저소득 한부모가족 중고생 교통비와 아동양육비, 경식아동 급식비 등 시민과 직접 관련된 예산의 집행이 불가능해진다.

아울러 다도면, 봉황면, 남평읍, 산포면을 포함한 19개 읍ㆍ면ㆍ동에서 이뤄지는 사업들이 전면 중단되거나 시작도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나주시의회 예결위는 연휴 기간인 지난 25일부터 27일(일)까지 갑론을박(甲論乙駁)을 펼쳤지만 결론을 얻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추경예산 삭감안 날치기'를 위해 위원장 선출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31일까지의 의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집행부 역시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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