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 입력 2010.03.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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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경칩[驚蟄]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



우수라는 말은 눈이 비로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고 봄비가 내린다는 뜻이고, 경칩이라는 말은 땅 속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놀라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말이다.

이때가 되면 아무리 춥던 겨울 날씨도 누그러지고 봄기운이 온 산천에 가득하니 산과 들에는 새싹이 돋아나며 만물이 약동하는 절기이다.

오늘은 엄동설한의 추위를 견디느라 수고로웠던 저의 집 남창 매화나무 꽃망울이 제법 통통해 짐을 보면서 '아! 올 봄소식도 어김없이 저 산 너머 남촌에 사는 사령[使令]의 전갈로부터 오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아지랑이,봄바람,봄비,봄동산,봄나비,봄하늘,봄바다,봄나물,봄처녀,봄나들이,봄을 맞이하는것이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봄의 정겨운 풍치이며, 봄의 신선한 향기이며, 봄의 대 향연인 것이다.

음침한 검은 침묵에서 기지개를 펴고 깨어난 이 봄의 모든 새 생명들의 합창은 정녕코 우리 인간에게 신(神)이 내린 가장 고귀하고 신비로운 선물인 것이다.

겨우 내내 안으로만 잔뜩 움츠리어 피동적 이여야만 했던 시간과 공간에서 이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동안 미루어 놨던 공사간의 일들을 선후 차서대로 차근차근 손질을 해 나가면서 한 해의 창문을 힘차게 열어젖히자.

명심보감에 이런 말이 있다. 삼계도[三計圖]라 하여,

[一生之計는 在於幼하고, 一年之計는 在於春하며, 一日之計는 在於寅하니, 幼而不學이면 老無所知요, 春若不耕이면 秋無所望이요, 寅若不起면 日無所辦이니라]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것이 없으며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의 할 일이 없다.

우리는 해마다 그 해의 시작인 봄이면 일의 대소, 경중을 막론하고 저마다 연중에 해야 할 설계도가 있기 마련이다.

성현의 말씀처럼 미리미리 면밀하게 계획을 설정하여 한 해의 농사로 처서 나름대로의 뜻한바 소기[所期]의 결실을 맺도록 이 봄을 새롭게 단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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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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