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길 터주기' 우리 가족 생명을 살린다

나주소방서 이재진

  • 입력 2010.04.19 14:31
  • 기자명 나주소방서 이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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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경 부산 국제시장 내 사격장 화재 참사로 일본인 관광객 8명을 포함 모두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화상을 당했다.

화재 당시 비좁고 복잡한 시장 구조 때문에 소방차가 50여 미터를 진입하는데 20분 넘게 걸리기도 했다고 소방방재청은 설명했다.

위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재래시장 등 골목이 좁고 도로변에 적치물이 많거나 출동하는 소방차량에 양보를 하지 않는 다면 귀중한 생명을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

주민들의 119긴급구조요청은 연간 190만 여건, 하루평균 5,200여건에 달하고 있다. 집에 불이 났거나 가족 가운데 긴급한 환자가 있어 119로 신고한 당사자의 심정은 분초가 시급한 상황속에서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방차와 구급차의 도착을 학수고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소방차량이 사이렌을 울리고 현장에 도착하는 과정까지는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방차의 경우 10톤에 달하는 소화용수와 진압장비를 싣고 있다. 주행속도는 60㎞ 이상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출퇴근시간대가 아니더라도 요즘 도심의 차량이 증가하여 정체가 될 때는 도로 한가운데 발이 묶여 사이렌만 울리며 길을 양보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긴급신고를 한 당사자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심정이겠지만 마찬가지로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공무원들도 차량들 사이로 비켜가느라 진땀을 흘린다.

한편 화재현장에 이르면 무질서한 주ㆍ정차가 소방차량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진압에 있어서 불법 주ㆍ정차는 화재진압행정을 방해하는 범죄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불법 주ㆍ정차를 함으로써 현장대응이 지연되고 그로 인하여 내 가족이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면 불법 주ㆍ정차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소방관에게 불법 주ㆍ정차 단속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화재는 소방차가 5분 이상 지연될 때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은 급격히 증가한다.

또한 응급환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심장이 정지하고 나서 2분 후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시행했을 경우 약 90%가 소생한다. 그러나 5분 후에는 소생률이 약 25%로 떨어진다. 이처럼 화재진압과 응급활동에서 1분 1초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소방차량의 출동 후 5분 이내 현장도착율(63%)이 5%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소방차량이 현장에 조금만 늦게 도착하면 이미 화재가 확산되고 환자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인명피해 위험이 현저히 증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매일 2만 여명의 우리 이웃이 긴급한 상황에서 소방공무원과 119구조대를 가슴조이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소방차가 출동해도 피해주지 않고 좁은 골목길에 무질서하게 주차하고 주차된 차를 빼달라고 방송을 해도 나와 보지도 않는 등 안전의식 부족이 소방차 현장도착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재로부터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마음자세로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접근하면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갓길로 차선을 바꾸고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해 긴급차량이 신속히 출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부득이한 골목길에 주차할 경우에는 화재발생 시 소방차가 진입하는 소방통로라는 인식을 갖고 소방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한쪽 방향으로 주차를 해야 한다.

화재는 다른 사람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소방차 길 터주기를 생활화 하여 우리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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