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생각해보는 '줄탁동시'

임현선 청소년지원센터 소장

  • 입력 2010.05.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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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화두의 하나로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닭이 알을 품었다가 달이 차면 알 속의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야만 온전한 병아리가 세상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안과 밖의 두 힘이 함께 알 껍질에 적용될 때만이 병아리가 온전한 생명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우리 청소년의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 청소년이 자기에게 씌어진 틀을 벗어나고 크나큰 생활에 적응해 보고 주변에서 옳은 길로 이끌어 주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봐도 이러한 갈망과 도움이 동시에 일어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5월은 청소년의 주간이다.

모처럼 어른들의 배려와 관심 속에서 어린이 자신이 맘껏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5월 5일 어린이 날은 아동ㆍ청소년이 긍정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몇 안되는 날이라 할 수 있다. 사회에서 아동ㆍ청소년은 우리들의 관심 저편에서 사건, 사고의 문제가 대두 되었을 때 잠깐 이슈가 되어졌다가 금방 잊혀지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리다고만 보았던 초등학생들의 집단 비행이 있었을 때, 또한 인터넷 게임 중 상대방에게 아이템을 빼앗기자 분노에 못이겨 실제 그 친구를 찾아가 살인으로 막을 내렸던 사건이 있었을 때,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이 나왔을 때, 사회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같이 분노하고 걱정하다가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어느새 관심은 다시 어른들 자신들의 이슈를 항하고 아이들의 문제는 학교와 여러 사회기관의 책임으로 떠넘기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 있어서 변화를 가져오고 미래를 그리는 근원은 청소년 자신에게 달려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내하고 지켜보다가 필요한 부분에서 같이 힘을 보태어 주는 것이 부모여야 한다.

학교와 전문기관 더 나아가 사회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부모로써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고 양육하며 그 꿈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켜 주며 혹시나 있을 어려움은 전문기관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ㆍ청소년이 신체적으로 성숙하고 공부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사회관계를 배우며 꿈을 키우다가 성인으로 도약하는 그 순간이 왔을 때 우리 모두가 동시에 같이 힘을 실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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