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팀장의

근대사 이야기

'슬픈 근대를 걷다'

  • 입력 2010.05.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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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시작되는 나주의 근대사는 학생독립운동, 궁삼면 토지수탈 사건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기록된다.

이와 함께 역사적인 사실을 간직한 근대건물 또한 아직까지도 우리지역에 많이 남아있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김은선 팀장과 함께 나주의 근대사와 시간의 흐름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근대건물을 찾아 역사의 재조명과 문화관광자원으로써의 가치를 격주간으로 되새겨 본다.

/편집자 주





두 번째 골목_흑주저태랑저택



영산강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유채가 늦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하는 계절이다.

동척문서고 건물에서부터 시작된 골목길 여정은 알싸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홍어거리를 지나 옛 '서정(西町)'과 '중정(仲町)'을 스치듯 건너간다.

옛 농공은행 자리를 지나고 포목점 자리를 지나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이자 근대건조물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동정(東町)'을 사이에 두고 잠시 호흡을 고른다. 영산포 초등학교 쪽으로 오백여 걸음을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시선을 던지면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기왓장이 널따랗게 얹어진 지붕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우리네 근대를 장악했던 나라에서 건너 온 '흑주저태랑(구로즈미이타로)'이 거주했던 곳이다. 푸른 빛을 머금은 흑주저태랑의 저택은 1935년경에 지어졌다고 한다. 기왓장 하나까지도 모두 바다를 건너 조선에 안착하게 된 흑주저태랑의 저택은 당시 조선인들에게는 위화감을 조성하는 건축물이었으리라.

공간은 거주민의 삶이 스며들어 '장소화'되고 그것이 곧 '문화'이자 '역사'가 된다. 흑주저태랑은 당시 나주에서 가장 많은 농터를 소유한 대지주였고 이방인이었다.

일본 후쿠야마 출신으로 전국을 시찰하던 중 나주의 드넓은 평야를 보고 영산포에 정착한 그는 본격적으로 농지를 구입하여 임차농업을 시작하여 농지확보에 나섰으며 금융회사, 가마니 회사, 영산포 운수창고회사등을 운영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는 나주지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이방인으로 1933년에는 다시면에 수리조합을 결성하여 백룡저수지를 축조한 인물이기도 하다.

거주민이자 이방인이었던 그의 저택은 일제건물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영산포 근대문화권역'의 물리적 중심지에 위치함은 물론 건축물 그 본연에 담긴 '역사ㆍ문화적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나주는 물론 한반도의 근대를 일컫는 화두인 '토지수탈사건' 의 빼앗는 자의 풍요를 엿볼 수 있는 가운데 기울어지는 초가 아래 지키려는 조선인들의 개탄과 울부짖음을 짐작할 수 있는 역사적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대 건축의 흐름을 잠시나마 짚고 나아갈 수 있다는데서 건축사에 남을 문화재임은 틀림없다. 푸른 빛이 감도는 기와집이 함축하여 담아내고 있는 근대의 정신과 몸뚱아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둥글게 빚어 승화시켜야 함을 문득 가슴에 새겨본다.

'동정(東町)'에서부터 시작되어 '중정(仲町)''서정(西町)'과 '항정(港町)' 등의 거리를 연계한 '근대문화권역'이 형성되면 그곳을 스쳐가는 수 많은 이들이 푸른 기와집 안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이 왔음'을 노래하며 토지수탈 사건을 상기하는 역사교실이 열리는 교육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빼앗는 자와 지키려는 사람들 사이의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역사적 증거물이자 토지수탈과 관련한 일본인 대지주의 '저택' 이었다는 점에서 작용과 반작용의 세상 이치를 떠올리며 땅을 되찾기 위해 혹은 국권회복을 위해 벌였던 독립운동, 의병활동의 정신을 새기는 시민들의 교육공간으로 활용된다면 역사자원의 문화적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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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구로즈미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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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 학생독립운동기념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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