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줄기가 풍부하고 순조로워야

연못이 윤택하다

  • 입력 2010.07.05 10:41
  • 기자명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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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 지방선거가 거센 회오리바람을 한바탕 일으키고 지나갔다.

기성세대들은 과거에 문맹자들이 많아 작대기 기호에 붓 뚜껑으로 기표했던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선거가 공표되자 시골마을 외딴집 팔순 할머니 댁에도 선거공보 유인물이 배달되었다. 할머니는 몸이 불편하여 문해교실에도 못 다니는 실정이여서 요즘보기 드문 문맹자이셨다.

때마침 한 마을에 사는 청각장애우가 자리를 함께하게 되었다. 여기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어 보기로 하자.

할머니: 인물은 훤하다마는 뉜지를 알 수가 없구려!

장애우: 아이고, 그것도 모르다니 갑갑하구려!

할머니: 여보게 자넨, 이 세상을 온통 모르고 있으니 갑갑하긴 자네가 더 하지!

개인이나 단체, 기관을 막론하고 어떤 일을 시행함에 있어 사물의 이치를 분간 못하고 맹자(盲者)가 되어 일들의 선후와 당위성을 파악할 줄 모르는 경우를 더러 볼 수가 있다.

쥐란 녀석이 의심이 너무 많아 머리만 내놓고 관망하다가 어디로 뛸지를 몰라 갈팡질팡 망설이는 모양을 수서양단(首鼠兩端)이라고 한다.

시국담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저의 소견일지라도 정부여당이라는 제도권의 큰 아성(牙城)을 지키고 있는 중심세력들이 지금 본연의 소임과 주어진 직분을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만 몽매되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허둥대다가는 결국 과불급(過不及)이라는 부정적인 비판을 면치 못할 성싶다.

세종시문제와 4대강개발사업의 마땅함을 제대로 홍보가 안 되어 국민들이 모르고 있기에 반대가 심하다고 한다.

정녕코 모르는 것은 할머니와 장애우의 대화처럼 당정의 정책이 민의를 모르고 딴전 피우는 이 대목이 더 갑갑할 노릇이다.

지방선거에서 표심이 말해주었듯이 정부는 더 이상 까막눈이와 법자가 되지 말자. 민중의 소리를 귀로 총명하게 듣고, 눈으로 밝게 보고, 행동으로 올바르게 실천하여 국민의 여론을 그대로 국정에 일관성 있게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잘못 내 놓은 정책이 있으면 오기를 부려 수성(守成)하려면서 국력만 소모하지 말고 밀어 붙이기 이전에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 나가면 되는 것이다.

세종시문제와 더불어 혁신도시, 기업도시 문제도 그렇다.

우리나라 인구와 금융통화량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ㆍ경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민족사에 미증유의 놀라운 수치인 셈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런 기현상을 처방하고자 수도권을 분산시키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지방에 혁신ㆍ기업도시 건설을 주창했다.

그러나 MB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 조처를 하루아침에 완화 해버리니 상대적으로 지방 육성책이 약화, 침체되어 기업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이 살고 나라가 산다.

물줄기가 풍부하고 순조로워야 연못이 윤택하듯이, 나뭇가지 잎이 바람과 햇볕을 잘 밭아 무성해야 뿌리의 발근이 잘 되듯이 말이다. 남녘땅 천혜보고의 나주는 영산강유역 오랜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담보하고 있는 옛 고을이라는 디딤돌을 밟고 새로운 혁신도시라는 반석의 마루위로 올라서야 할 때다.

생물자원의 넉넉함 속에 녹색의 드넓은 벌판을 앉고 4통8달의 교통요지로 더 활달해질 서해안 시대에 대륙과의 교두보적 역할을 알차게 맡아 나가야 할 때다.

다른 시ㆍ도의 혁신도시 견인자로서 지역민의 한결같은 바램과 열정 속에 글쓴이가 꼭 하고픈 말은 4백만 남도민의 숙원인 광주ㆍ전남 공동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차질 없이 진척되어 나가기를 마음 졸이며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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