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살려야 마을공동체가 살아난다

사라져가는 나주의 작은 학교

15년 동안 38개교 역사속으로

폐교반대 투쟁, 작은 학교 운동으로

작은 학교 교육연대 등 전국운동 활발

  • 입력 2010.07.19 16:23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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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에는 3월 말 현재 유치원(병설포함) 26개교, 초등학교 20개교,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12개교로 모두 72개의 학교가 있다.

이는 15여 년 전 유치원 48개교, 초등학교 37개교, 중학교 13개교, 고등학교 12개교 등 총 110개교에서 38개교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이 가운데 유치원은 절반이 넘는 26개원이 사라졌다.

이 기간 동안 나주시 인구 역시 15만 명에서 현재 9만여 명으로 6만여 명의 인구가 빠져나갔다. 수도권 위주의 개발 등으로 발생한 농촌지역 인구감소 문제는 이미 전국적인 심각한 사회문제로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농촌의 인구감소는 출산율 저하나 도심공동화 등 다양한 문제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촌을 떠나 도시를 향하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에는 자녀들의 교육문제도 주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입시위주교육도 문제지만 교육문제로 마을에서 젊은 층이 떠나면서 고령화는 가속화 되고 있다.

그나마 학교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마을공동체도 전교생 20명 이하 학교는 폐교 또는 통폐합한다는 도교육청의 획일적인 지침에 사라지는 학교는 더욱 늘고 있다.

특히 학생 수에 따른 통폐합 대상학교 결정도 문제지만 학생이 적은 학교에서 각각 다른 학년 2개반 이상을 1명의 교사가 가르치는 복식수업도 큰 문제다. 우리 지역에서는 2개 분교의 10개 학급이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기관에선 복식수업의 내실화를 위한 대책과 담당교사에게 수당과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이탈을 더 부추기는 형국이다

결국 마을공동체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학교가 사라지며 공동체는 깨지고 마을 역시 황폐화 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당장 2-3곳의 학교가 통폐합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농촌지역 작은 학교 살리기'는 지역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공동체만을 유지키 위해 작은 학교의 폐교를 막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의 교육의 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를 타개할 대안 없이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 폐교를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서길원의 '작은 학교 운동의 의미와 역사'에 따르면 1994년 경기 가평 두밀분교 폐교 반대투쟁이 발생했다.

일명 두밀분교 투쟁은 지역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나서 작은 학교 살리기를 운동차원에서 전개한 최초 사건이다. 지역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황폐화된다고 생각한 주민들은 교육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 2년이 넘는 법정투쟁은 패소로 끝났지만 두밀분교 폐교반대운동은 지역사회에서 학교가 어떤 의미인지를 각인시켰다.

1999년 교육부는 한 해 971개교를 통폐합할 정도로 대대적인 농어촌 학교 통폐합을 추진했다. 교육부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통폐합은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사며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촉발했다.

2000년 폐교위기에서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새로 태어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초등학교를 통해 ‘작은 학교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폐교위기의 남한산초는 '작은 학교 지키기'를 넘어 '작은 학교 살리기'와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진화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역주민 중심의 방어적 운동이 지역주민과 학부모, 교사들이 연대한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진화했다. 교사들은 관료주의 학교체제에서 벗어나 교육적 상상력을 펼쳐 보고 싶은 실험적인 학교가 필요했다. 학부모는 생활 근거지를 옮기지 않고서도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고 인간적인 관계가 살아 있는 학교를 원했다. 주민들도 폐교를 막고 지역사회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 사례를 계기로 공교육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갈망하던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2002년에는 두밀분교 폐교 반대투쟁에 앞장섰던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와 아산 지역 글쓰기 교사 모임과 환경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함께 해 '전원형 작은 학교' 인 거산초의 기적을 일궜다. 2003년에는 전북 완주의 삼우초등학교가 농촌의 지역학교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 돌봄, 교육복지, 명상, 농사 체험, 전통문화를 교육과정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새로운 교육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대운동으로 확산되었다. 남한산초, 거산초, 삼우초를 비롯해 금성초, 상주남부초, 세월초, 별량초 송산분교 등은 '작은 학교 교육연대'를 일궈냈고 공교육 안에서 대안교육으로 학교교육의 희망을 일군 학교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영광 묘량중앙초, 새로운 학교 만들기 도전

지역최초 작은 학교 운동에 사회적 관심



'작은 학교'교육프로그램으로 새로운 학교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낸 곳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작은 학교의 성공모델을 연구 분석해 교육에 반영하고 있으며, 농촌지역 작은 학교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인근 지역 영광군의 묘량중앙초등학교가 새로운 시도에 동참했다. 마을에 있던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남는 마을은 급기야 농협, 보건소, 면사무소까지 자연히 사라지는 황폐화를 맞게 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주민들을 긴장케 했다.

사회복지법인 여민동락(원장 강위원)을 중심으로 지역민들이 주도적으로 '묘량 학교발전위원회'를 결성해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획기적인 교육프로그램 운영비를 전면 지원할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은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아이ㆍ학부모ㆍ지역민이 모여 '작은 콘서트'를 열고 밤에는 별빛 달빛 보며 아이와 함께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개별지도를 받다시피 하며 무상 과외수업을 받은 아이를 실력과 품격을 두루 갖춘 아이로 키우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말에는 예비학부모, 여민동락공동체 및 주민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살리기 공청회'를 열고 작은 학교 프로그램의 기적을 일으킨 순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 김현진 교사의 '새로운 학교 만들기' 초청강연도 들었다.

이들의 열정에 서울, 강원도, 광주, 영광 등에서 입학 및 전학생이 찾아왔다. 1명으로 그칠 뻔한 1학년 새내기가 6명으로 늘어났다. 전학생까지 전교생은 23명. 다행히 폐교의 위기를 넘기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전교생 12명으로 하반기 폐교대상이던 묘량중앙초는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올해 폐교 위기를 모면했다. 전남도교육청 폐교 기준인 20명을 채워 우선 폐교를 막기는 했으나 교육의 질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작은 학교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행ㆍ재정적으로 작은 학교를 큰 학교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대부분 학교가 그렇게 해왔다. 지역 주민들이 대안 없이 앞 다투어 숫자 맞추기식 폐교만을 모면할 경우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더 큰 문제를 안게 될 수 있다.

2000년 초 작은 학교 운동을 시작했던 다른 지역들은 이미 '새로운 학교 만들기'운동으로 진화시킨데 비해 우리지역은 이제 막 '작은 학교 지키기' 및 '작은 학교 살리기'수준으로 이제 출발 단계다. 공교육의 대안으로 불리는 '새로운 학교 만들기' 성공과제는 학부모와 학생, 지역주민, 교사가 교육공동체로 하나 되는 시스템뿐만 아니라 정치인 등 전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터뷰

시골의 '작은 학교' 살려야 한다

강위원 묘량중앙초 발전위원장



큰 학교보다는 오히려 작은 학교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이나 창의성 개발에 도움이 된다.

적정한 예산투자만 된다면 농촌의 학교규모, 지역여건 등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과정 도입으로 작은 학교를 충분히 명문학교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전국 곳곳의 작은 학교 성공사례가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작은 학교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학교를 꿈꾸면서 공교육 하의 대안교육을 펼칠 수 있다.

과소규모학교 학생의 '문화실조'에 대한 우려나 학습의욕 저하, 학습권 침해 등에 대한 지적은 편견이다. 오히려 거대학교, 과밀학급이 우리 교육계에 던져주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해야 한다. '학교파괴, 교실붕괴 현상, 왕따문제' 등이 이미 오래된 사회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학교가 마을이고 문화다. 젊은이가 다 떠나고 이제 곧 농촌마을 곳곳이 사라질 텐데 무슨 학생 수가 늘겠느냐는 냉소와 한탄은 사회변화 추이에 대한 무감각 탓이 크다. 석학들은 이미 산업화 시대와는 반대로 새로운 문명의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농촌에 대한 대안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작은 학교는 그래서 더 큰 가능성의 보고다. 젊은 가족들의 이주, 새로운 형태의 귀촌과 귀농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필수다. 농촌 작은 학교야말로 이주의 조건이자 정주의 거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있어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농촌이 사는 법이다.

농촌학교는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사회공동체의 중심이다. 농촌 교육문제 해결은 현재 진행되는 농촌붕괴를 막고 나아가 농촌의 원형을 복원하고 부흥시킬 수 있는 매개체다. 작은 학교 살리기 시도는 단순히 농촌 살리기의 수단이 아니라 대전제다. 교육과 보육문제의 해결 없이 농촌의 미래는 없으며 정주인구의 증가와 경제 복지 문화의 부흥도 불가능하다. 농촌살리기 국가시책의 핵심에 농촌의 보육과 교육정책이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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