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꿈 현실로' 완주 삼우초

학부모 전영주씨가 보는 삼우초

  • 입력 2010.08.02 10:05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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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형학습도입, 학생 중심의 학교로 탈바꿈

전북 완주에 위치한 삼우초등학교에 들어선 순간 이곳이 학교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보통 학교의 모습은 직육면체에 건물의 중앙 또는 복도 끝 출입구를 이용해 건물을 왕래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삼우초는 일부 건물의 모습이 곡선이 들어간 반달 모양이고 모든 교실이 1층에 있다. 교실마다 외부로 연결되는 문과 신발장은 물론 세면대도 별도로 설치했다. 도서관을 1층 정중앙에 배치해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 줬다. 삼우초 급식소는 학생들과 지역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와 다른 독립공간으로 만들어 지역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학교로 만들었다.

학생중심의 건물구조에서부터 보통 학교와 다른 점을 발견한다.

이처럼 학교건물, 교육과정 등을 총 망라해 철저히 학생들의 생각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작은 학교가 삼우초인 것이다.

이 같은 마인드가 정착하기 까지는 다른 작은 학교와 같이 우여곡절이 많았다. 학교 구조상 교사와 학생들의 의견이 배제되고 교육청이나 교장, 교감이 대부분 결정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4년부터 여러 연구모임에서 교사들이 모여 좋은 교육을 시도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 몇몇 뜻있는 교사들이 폐교위기에 놓인 삼우초에 모이게 됐고 이때부터 폐교를 막기 위한 학부모들과 함께 기존 교육방식이 탈피한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됐다.

하지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기존 교사들과 교장이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삼우초 나영성 교장은 "정말로 교사로서 꿈꾸는 일이지만 너무 큰일이라 감당하기 힘들다"며 뜻있는 교사들과 함께 하라며 교장, 교감, 교사 3명이 함께 전출요청을 하면서 작은학교 삼우초가 탄생할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삼우초의 매력은 교사들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존 공교육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관념을 깨고 자신들의 꿈을 아이들에게 이어갔고 또 다시 학부모들에게까지 꿈의 전도사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공교육의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주도형 학습효과 위해 기존 교육과정 탈피

삼우초는 색다른 방식으로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교육과정을 만들어내고 또 다시 전문가와 학부모들과 함께 토의하면서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는 것이 삼우초의 교육이념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정신집중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명상수업이 아이들의 요청에 의해 수업 전 명상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자신이 교과과정을 못 따라갈 경우 아이들이 직접 교사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자기주도형 학습이 바로 그것이다.

교사들은 매주 아이들의 눈으로 수업보기를 통해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제에 따라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한다.

또한 교과과정에 벗어나지 않도록 큰 주제를 만들어 각자의 관심거리에 대해 파악하면서 그 아이에게 맞는 교과과정을 만들어낸다.

매번 변화하는 교과과정에 대해서는 한 달에 한번 교육인류학자 등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들을 초빙해 공개수업을 하고 부족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점을 토론하고 이를 다시 교과과정에 적용한다.

이같이 아이들이 주도하는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내면서 학교 부적응 아이들을 줄이는 동시에 스스로 학습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 기존 공교육과 다른 점이다.

때문에 외부에서는 삼우초에 들어가면 수많은 보고서에 연구활동, 세미나 등에 고생길이 열린다는 소문마저 무성하다.

나영성 교장은 "아이들은 각자 관심분야가 다른데 이를 똑같은 교육의 틀에 잡아두려는 것은 아이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처음 교사들도 삼우초에 오면 이 같은 방식을 이해 못하다가 교원 연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마인드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나 교장은 "도시의 학교들은 학부모들이 학교교과과정에 부족한 점을 직접 체크하면서 보완해 나가지만 시골 학교는 세심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이를 보완해 줘야 한다"며 "결국 아이들 스스로 집중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자기주도형 학습을 만들어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우초는 교사들이 자신만의 교육방식을 통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을 피울 수 있는 새로운 대안학교 개념의 학교로 변신 중이다.

"믿을 수 있는 교사, 격식 없는 학교"

"아이들이 항상 선생님들과 함께 생각하고 예전의 경직된 학교가 아닌 자유롭고 격식이 없는 학교라는 점에서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어요"

3학년과 5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전영주씨는 삼우초를 예전에 자신이 한번 다녀보고 싶은 학교라고 말한다.

전씨는 "처음 큰 아이가 폐교위기에 놓인 서초등학교에 다닐 때 인근 고산초등학교와 편입될 위기에서 삼우초라는 작은 학교가 살아나면서 정든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씨는 솔직히 작은 학교라는 의미도 몰랐지만 큰 아이가 1학년부터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의 공개수업을 보고 "아 이런 학교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수업을 하면서 작은 틀이 아닌 큰 주제에 대해 아이들의 생각을 모아주는 노력하는 선생님 상에 감동을 받은 것이다.

"매년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이야기 마당을 통해 교육방향을 계획하면서 학부모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학교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이처럼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인식의 중요성을 두고 전씨는 "외부에서 삼우초의 교육방식에 매력을 느끼고 학생들을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문의를 해 오지만 삼우초는 교육과정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교육과정이 특징"이라며 "학부모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려는 학부모들은 환상을 우선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씨가 보는 삼우초는 교사들의 끝없는 노력이 학교를 달라지게 하고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곳이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이제 삼우초는 매년 폐교라는 꼬리표를 떼게 됐지만 기존 마을주민과 이주해 온 주민들과의 소통이 또 다른 삼우초를 거듭나기 위한 마지막 과제"라고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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