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초, 시골학교 장점을 작은학교에 접목

두 자녀 거산초 보낸 황선미씨

  • 입력 2010.08.02 10:05
  • 기자명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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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체험교육 도입으로 외지학생 유입 학생수 4배로 늘어나
도시로 떠난 학생들을 되돌릴 수 있는 작은학교 롤모델로 정착


2001년 전교생 34명으로 폐교위기에 처했던 충남 아산의 거산초등학교는 지역사회와 농촌 학교를 연계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학생들은 매주 유기농 텃밭에서 채소를 심거나 수의사의 지도로 운동장에서 토끼와 개를 기르고 양봉 전문가와 함께 학교 뒷산에서 꿀도 채취한다. 농촌의 친환경을 활용한 특색 있는 체험교육 덕분에 지난해에는 학생이 121명으로 4배나 늘었다.

이제 거산초 병설유치원을 들어가기 위한 대기자만 80여명에 이른다.

전원학교와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려는 도시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인근 시골학교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산초는 인근 아산시와 천안시의 학생들을 데려오면서 폐교위기를 벗어난 학교이다. 주당 3시간이상을 인근 환경생태교육에 투자하면서 도시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수업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도시 학부모들이 사교육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눈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시골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접목시켜 교과과정에 편입해 새로운 대안학습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교사, 학부모, 지역민의 끝없는 노력

거산초가 이처럼 폐교위기를 벗고 분교에서 본교로 격상된 것은 교사들의 노력만이 아니다. 처음 거산초를 변화시킨 것은 기존 글쓰기 교육과 환경교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교사 3~4명과 폐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학부모들과 인근 시민단체들이 끝없는 협의가 있어서 이다.

이들은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만나 준비 모임을 했고 지역 교육감과 함께 검토하면서 "왜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하는 지에 대해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김상회 교사는 "작은학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노력만으로 시작해서는 힘들다"며 "이를 공감하는 학부모들과 지역민들이 함께 계획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도시 아이들이 늘어가게 된 것은 기존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들이 많아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학부모들과 생태교육을 통해 자연과 접하면서 아이들의 심성도 따뜻해지고 관찰력이 늘어나게 된다는 장점,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 보다 20명의 작은 학교에서 학교적응력을 키워가는 것이 더 낳다는 점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아산시와 천안시 학생들이 버스통학을 하게 되고 이 부담을 학부모들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학부모들은 천안지역과 아산지역에서 각각 1대씩 2대의 관광버스를 임대해 운영 중이다.

또한 원주민 학생들이 줄어들고 도시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막연한 작은 학교의 환상과 기존 공교육을 포기하지 못하는 도시 학부모들과 마찰도 풀어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마음에 감동"

아산시에 사는 황선미 학부모(37)가 3학년인 큰 아이를 거성초에 보낸 이유는 아이의 학교적응력 때문이다.

황씨는 "친구들과 적응하지 못하고 중간 중간 기간제 교사들이 가르치면서 큰 애의 특성을 알지 못해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기가 더 힘들어했다"며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아이를 보면서 20명 남짓으로 작은 수의 학생들이 수업하는 작은학교에 보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큰 애는 거산초를 다니면서 생태학습을 통해 아이들과 친분이 쌓이게 되고 선생님과의 소통도 원활해 졌다고 황씨는 말하고 있다.

이제 큰 애는 중학교에 올라 아산시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만 둘째가 벌써 거산초에 다닌지 4학년이 됐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체험중심의 교육이 아이들 간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매일 같이 가꾸고 키워나가는 식물들을 보면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게 되고 자신들만이 뭔가를 해 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아이들의 꿈을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전원학교의 특징인 것이다.

황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오면 도시에서 다닐 때와 다르게 그날 자신이 했던 체험학습을 비롯해 선생님과의 대화 등에 흥분하면서 애기를 하는 것을 보면 작은 학교에 보낸 보람을 느낀다"며 "매일 출퇴근에 조금 버겁지만 아이들이 뛰놀고 생각할 수 있는 학교에 보낸다는 것에 힘든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지원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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