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롤모델' 남한산초를 말하다

친환경 학생친화 학교환경으로 거듭

  • 입력 2010.08.30 10:28
  • 기자명 김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 폐교 위기에서 공교육 개혁의 모델로 새로 태어난 경기 광주의 남한산초를 통해 작은학교 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남한산초의 사례는 공교육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갈망하고 있던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입과 귀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제2, 제3의 남한산초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두밀분교 폐교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와 아산지역 글쓰기 교사모임과 환경운동을 하던 시민들이 함께 거산초를 일구었다. 2003년에는 폐교 위기에 놓인 두 학교가 자율적인 통합을 이루어 내며 새로운 학교로 거듭나게 되는데 바로 전북 완주의 삼우초등학교다.

남한산초와 거산초에 삼우초까지 합세하자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새로운 교육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대운동으로 확산돼 2005년에는 경북 상주남부초를 문화예술교육과 프로젝트 학습을 특성화한 학교로 일구게 되었다. 전남 순천 별량초 송산분교와 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도 이 같은 맥락의 성공사례 학교로 이미 나주신문은 이들 학교의 사례를 보도한바 있다.

작은학교의 롤모델로 불리는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의 교육운영 사례를 집중 분석해야 할 이유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남한산초는 2000년 전교생수 26명의 3학급으로 폐교위기를 맞았다. 이후 작은학교 운동으로 새롭게 태어난 남한산초는 전교생 122명의 6학급 규모로 변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새롭고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 리모델링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01년 9월부터 현재까지 전문가 커뮤니티 참여설계를 통한 '좋은 학교 만들기 프로젝트' 결과다.

일하면서 배우는 노작체험 환경도 만들었다. 주차장으로 쓰이던 학교 땅을 농사체험 농장으로 만들고 자투리땅에 채소를 가꾸는 등 들꽃 관찰원도 만들었다.

뒷산 산책로와 숲속 놀이터, 운동장엔 복합놀이터를 조성해 각종 놀이시설과 체력단련 기구들을 배치했다. 모래 놀이장을 만들고 야외 정자와 벤치, 원두막 등을 설치해 아이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게 한 것.

특히 편안한 학습환경을 만들기 위해 개인사물함과 책꽂이, 개인 신발장 등을 설치했다. 자체설계로 컴퓨터실과 과학실을 새롭게 정비했다. 온돌좌식의 작고 아름다운 학교도서관을 완공하고 중앙현관에는 도서카페를 만들었다. 본관 교실 전체도 방처럼 온돌교실로 개조하는 등 냉난방 시설을 갖췄다.

기존의 환경과 조건을 고려해 작은학교에 새로운 학교환경을 조성한 것. 전시적 환경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생태교육과 환경친화를 생각하고 학습의 효율성과 놀이의 재미를 우선하는 학교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전문가와 학부모, 교사와 아이들 모두 학교환경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 가장 아름다운 학교, 가장 편안한 학교로 학교교육에 대한 믿음을 높였다.



학습과 생활리듬 중심의 신 학교문화



남한산초는 어린이의 학습과 생활리듬을 중시하는 학교시스템 만들기에 나섰다.

새로운 학교문화 만들기는 전체운동장조회, 주번제도 등 관행을 탈피하고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다모임 등의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경쟁중심, 선발중심의 각종 대회와 시상제도를 폐지했다. 학교숙제 부과도 자제한다. 컴퓨터실, 도서실, 운동장 등 학교시설을 수업에 지장없는 범위에서 지역사회에 전일 개방한다. 전시적 학교환경구성을 배제하고 어린이의 정서와 교육적 타당성을 고려한 학교환경을 구성하고 실적생산 중심의 교사 잡무는 과감히 척결했다.

고지대인 남한산성 지역 기후의 특성과 학습효율성을 고려하여 사회복지시설 봉사체험, 계절학교, 숲속학교, 학교축제, 전교생 공동체험작업 등 새로운 학사력을 마련했다.

어린이의 신체와 학습리듬, 놀이욕구와 프로젝트수행 학습의 원활함을 고려한 일일 블록수업 중심의 시정표도 운영하고 있다. 아침활동은 숲속산책, 자유학습, 자유놀이, 사육동물 돌보기, 차 마시기, 시 낭송하기 등이다. 오전활동은 1블럭 80분간 국어, 수학 등 지적탐구능력신장 중심, 중간놀이 30분은 자유놀이 활동, 2블럭 80분 수업(40분 2블럭도 병행)이다. 오후활동은 3블럭 120분 블록을 2회로 분할하여 수업 하는 등 예술과 감성의 표현, 신체활동 중심의 수업을 진행한다.

이는 학교를 즐겁고 편안하게 여기면서 각종 활동에 매우 적극적인 변화로 나타났다. 새로운 학사력과 블록 수업등은 다양한 학습 형태를 만들고 7차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정신과 방침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맑고 아름다운 생각들이 숨 쉰다



남한산초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읽히는 작업을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바른 품성을 기르게 하고 논리적이고 예술적인 소양을 기르게 한다.

독서활동 모임은 자원하는 학생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이 행사 자체를 기획하고 다른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는 기획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독서활동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방법은 우선 오고 싶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다. 도서관의 모든 행사나 활동은 도서관 내부에 들어 왔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게 내부 벽면을 이용하여 홍보한다. 도서관에 무슨 일이 있을지 호기심을 가지고 오면 이미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 학교 도서관은 학교 중앙현관에 뒤에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 도서관 바닥을 온돌로 하여 좌식탁자를 준비했는데 겨울에는 온돌 덕분에 자연스럽게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다. 서가와 책을 읽을 수 있는 탁자와의 거리를 최소화하고 책을 골라 읽을 때까지 동선도 최소화 했다. 또한 자연채광을 받도록 한 아늑한 분위기가 도서관 이용률을 높였다.

특히 전교생 한명 한명에게 독서 컨설팅을 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들에게 일년간 독서한 내용을 알기 쉽게 읽은 책의 종류와 횟수, 내용, 수준 등을 분석하고 의견을 제시한 독서편지를 학부모와 학생에게 참고 자료로 제공한다. 이러한 활동은 학부모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어 가정과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연계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된다.

이는 아이들의 표현력이 비약적으로 신장한 계기가 됐으며 활동 결과를 인정받아 도서관 콘테스트에서 최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과정 재구성한 체험학습 성공

숲속ㆍ여름생활ㆍ가을예술학교 등



남한산초는 지난 200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연간 30주 내외) 및 주중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5개 영역중 생활체험 분야는 향토사회와 생활, 노작(의식주), 놀이, 여론, 여행활동 중심이다. 자연체험 분야는 과학 탐구활동, 환경 탐사, 계절이해와 놀이, 생태교육 등이다. 예술체험 분야는 학예, 미적예술체험(음악, 미술, 무용 등), 전통예술체험이며 역사체험 분야는 문화재 탐구, 문화재 미적 탐구, 역사탐색 학습 등이다. 마지막 자아영역 분야는 자아탐색, 진로, 성, 관계의 이해 등으로 구성됐다.

이는 각 학년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필수 체험학습 주제 단원을 추출했으며 주제별 통합 방법에 따른 학습 방법 및 통합 형태를 마련했다. 또한 체험영역별 위계성을 종합하여 연간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그 결과 학습흥미와 자발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밖에도 연중 토요전일제 프로그램의 운영으로 7차 교육과정에 충실한 체험중심 교육과정 구성의 적용과 실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본질적인 '삶'을 배우는 학교학습의 가능성이 열리고 학교와 교사들의 마인드가 확장되는 등 체험중심 학습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초 전교생 야영활동인 '여름 숲속학교'가 열린다. 숲속학교에서는 숲과 산의 생태를 중심으로 한 야영활동, 바다학교는 갯벌생태 등 바다와 관련한 학습과 놀이 시간이다.

여름계절학교는 생활기능, 역사와 자연, 전시 성격의 예술장르를 두루 포함한 영역으로 기획, 운영된다. 도예, 목공, 수공예, 요리, 인형 만들기, 전통공예, 퀼트, 종이접기, 과학탐구 영역 등을 중심으로 연 8개 내외의 영역을 학생 선택형 테마 캠프로 운영한다.

가을계절학교는 '남한산성 문화제'가 열리는 음력 9월 5일을 전후하여 일주일 정도 운영된다. 남한산문화제와 학교 예술제를 연계 운영하여 지역사회 학교로서 역할에 기여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학교공동체의 새 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이 학교는 안건토론중심의 민주적인 교사 주례회의, 방학중 교사 자체 워크숍 및 국내외 학교 및 교육현장 견학을 통해 교육 방향을 잡고 있다. 일방적 제도를 폐지하고 주 1회 전교생과 선생님 모두가 모여 학교 전체 문제를 토론하고 결정하는 다모임 시간을 갖는다.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계획의 입안과 평가를 하고 학부모회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인력풀(12개 영역, 30여명)이 각종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이는 학교교육의 불신을 없애고 건강한 고민과 대안을 함께 찾는 공동체학교의 본질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영창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자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