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거쳐 성하의 여름을 나는 동안 모진 비바람과 온갖 병충해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면서도 주인장 머슴과의 굳은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달디 단 열매를 맺기 위해 쓰디 쓴 맛에 부대끼면서 그렇게 인내하며 보내야만 했던 것일까?
도연명의 귀전원거에 나오는 '다만 농사가 틀림없기를 원할 뿐(사원무위/使願無違'이라는 소망처럼, 금년 봄에 씨 뿌려 놓고 나름대로 소기(所期)의 알곡을 셈하며 자연의 은혜로움으로 오곡백과가 탱탱하게 영글어 가는 이 가을에 우리네 인생살이도 지금 아픈 만큼 성숙하듯이 함께 탱탱하게 여물어 가는 삶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