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와 함께 역사쓰는 시대를 만들자

이재창 고구려대 교수

  • 입력 2010.08.30 10:28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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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일반적으로 약 46억 년 전에 생성되었다.

이후 10억년이 지나 원시 생명체들이 나타났다. 인류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에 출현했다. 원인과 구인을 거처 현재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때는 약 4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인류가 출현한 이후 유구한 역사를 거치면서 문명의 흔적인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로마의 원형극장, 페루의 마추피츠, 영국의 거석기념물, 중국의 만리장성 그리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 등 셀 수도 없을 만큼 지구 곳곳에 남겼다.

이러한 역사유물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최소한 몇십 년에서 몇백년 심지어 몇천년 동안 축조되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들이다. 왕조시대는 몇 대의 왕조가 묵묵히 선대의 업적을 이어받아 완성한 것들로 이러한 위대한 역사적인 기념비들을 일컬어서 표현한 말이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제도가 군주정치에서 민주정치로 바뀌어 대통령에서부터 조합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표들은 주민의 직접선거에 선출된다. 선출된 지도자들은 정권유지에 대한 집착으로 말미암아 대통령임기 5년을 비롯해서 조합장 4년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바로 자신의 임기동안에 역사적인 위대한 기념비들을 만들어서 주민으로 하여금 재신임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조령석개식 정책변동을 일삼고 있다.

고 노무현전대통령의 말씀에 따르면 '자신이 많은 일들을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막상 퇴임하고 보니 이룬 것이 많지 않았다'고 회한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러한 고백을 할 정도라면 그 이하 광역이나 기초단체 그리고 조합장들이 무엇을 얼마나 할 수 있겠는가?

인류역사에서 보면 불과 4∼5년의 기간이란 어쩌면 분말에 불과할 뿐 아니라 세습군주도 아닌 임기제 대표들이 역사의 기념비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도 이제 성년을 맞이하고 있다. 주민이 주인이 되어 자신의 대표를 스스로 선택해서 권한을 위임하여 일을 맡겼다. 따라서 위임자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자신들과 국가에 유익하고 이러한 성공이 역사에 기록되어 남을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승자든 패자든 주민을 위한 봉사를 약속한 이상 서로의 정책에 대한 조율을 할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물론 선거라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앙금이 생길 수 있어서 객관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힘들겠지만 마음으로 할 수 없다면 제도라도 만들어서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역사 앞에 충실한 행동일 것이다.

칼의 위험을 아는 자만이 칼을 쥘 수 있는 자격이 있고 권력의 무상을 아는 자만이 바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

4백만년 인류역사에서 개인의 역할이란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어쩌면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바다에서 툼벙툼벙하면서 포말을 일으키다 자신들이 돌아온 곳으로 돌아갈 뿐이다. 세습전제군주들이 자신들을 위해 각색한 허상들이 마치 자신들이 이룬 성과로 착각하고 쫒아가려는 것은 신기루를 쫒아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위대한 역사의 기념비는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초들의 것인 만큼 민초들을 위한 민초와 함께 쓰는 역사가 자신들의 성공임을 인식하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시대 대표들의 다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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