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 찬 지역사회를 만들자

  • 입력 2011.12.12 17:27
  • 기자명 장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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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노스 교복'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중고생들이 유명 스포츠 의류회사인 노스페이스 등산복 외투를 마치 교복처럼 너도 나도 입고 다니면서 생긴 말이다. 물론 교실에 히말라야 산악지대의 강추위 비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아니다. 추위 때문에 학생들이 값비싼 고기능성 등산복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노스 교복' 현상을 보며 요즘 청소년들의 세태를 탄식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가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고무신 신은 아이들은 운동화 신은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고등학생 무렵에는 검정물이 빠지는 면직 교복대신 TV에서 광고하는 '엘리트' 교복을 모두 입고 싶어했다.

청소년들에게는 그 정도가 심하게 나타날 뿐, 옷이나 신발로 자신의 불안전한 지위를 감추어보려는 욕망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이다. 청소년들에게 '노스교복'이 있다면 어른들에게는 명품가방과 명품 의류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이 명품 상가이고, 서울 근교에 명품 대형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쇼핑객들의 심리적 수준은, 노스 교복을 입으려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춘기 청소년의 동질화 욕구나, 신흥중산층의 신분상승 욕구와 같은 심리현상이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지역사회의 지리적 형태나 주거수요와 관계없이, 대형평수 고층아파트들이 중소도시에도 들어선다. 재정자립도는 20~30%에 불과해, 중앙정부나 타 지역의 원조에 의존해야 하고, 빚을 얻어 살아가야 하는 지자체들이지만 앞다투어 대형 고층 청사를 짓는다. 우리 지역에도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고 흡족해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과시형 개발욕구는 선진국 중소도시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현상이다. 유럽 대부분의 중소도시들은 고층빌딩과 각종 간판으로 현란하고 조악하게 치장된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전통이 공존하는 품격높은 중소도시들이다. 도심에 지하도나 신호등이 없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기차역 앞에는 대형상가 대신 녹지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철부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개인과 더불어 지역사회도 사춘기 불안함을 극복하고 성숙한 지역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건물과 넓은 도로에 지역예산을 쏟아붓는 대신, 이웃과 평화롭게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빈 인간보다는, 겉은 부실하더라도 속이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지역사회도 겉보다는 속이 알찬 지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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