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영산포 홍어'

향토자원으로써 홍어산업의 가능성

  • 입력 2011.12.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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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

삭힌 홍어에 대한 소설가 황석영의 예찬론이다. 홍어의 맛을 이처럼 가슴에 와 닿게 표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홍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홍어하면 먼저 흑산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삭힌 홍어 맛의 원조는 영산포다. 그 옛날 흑산 앞바다에서 닷새가 넘는 뱃길로 굽이굽이 돌아온 홍어는 삭아서 마침내 그 맛이 영산포구에서 빛을 보게 된다.

영산포 사람들이 삭힌 홍어를 가지고 새로운 전통음식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잔칫상의 용이 되었다. 아무리 삭아도 싫지 않는 홍어는 그 독특한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산학 연구서「자산어보」를 펴낸 정약전은 '나주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탁주안주로 곁들여 먹는다'고 기록할 만큼 삭힌 홍어는 우리의 전통발효음식이다.

이 삭힌 홍어가 바로 영산포의 새로운 희망이다.

남도의 젓줄 영산강의 영화가 영산포 홍어를 통해 다시 불을 밝힐 것이다. 그 옛날 화려한 불빛으로 홍어 배를 인도한 등대처럼 다시 살 맛 나는 영산포를 만들어줄 블루오션(대안)이다.

현대는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공동체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영산포 홍어도 바로 낙후된 지역경체를 활성화시키는 지역자원으로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이끌어내는데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영산포홍어육성사업단 이재창(고구려대학 교수) 단장은 "지난 2002년부터 지역의 특화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영산포의 삭힌 홍어가 낙후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확신을 가졌다"며 "그 삭힌 홍어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적 발전요소는 하구언 건설로 끊긴 영산강의 뱃길을 다시 열어줄 것이며 북적대며 생기가 넘친 선창의 모습을 다시 찾아줄 것이다"고 홍어의 산업화에 자신감을 보인다.

특히 이재창 교수는 "홍어연골을 이용한 관절염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연구개발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홍어연골추출액이 류마티스 지수를 현저하게 억제시키고 관절염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항염증작용에 유용하다"고 말한다. 이는 지난 2006년 홍어연골추출액으로 임상실험까지 마친 결과라 기능성식품이나 의약품개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다는 것. 이 교수는 또 2008년 홍어산업이 향토산업으로 지정되면서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화를 추진한다면 나주지역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홍어에는 그 어느 어류보다도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홍어의 영양분석 결과를 보면 홍어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의 특성을 보여준다. 홍어연골에는 콘드로이틴, 히알루론산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닌 효소를 추출하여 기능성상품이나 건강식품, 의약품이나 화장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창고이다.

하구언으로 끊긴 홍어의 길이 다시 새로운 산업화를 통해 쇠락해 가는 영산포구에 다시 등대 불빛이 켜지는 희망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영산포의 특산품인 홍어의 영양과 연골에서의 추출 효소를 가지고 관절염 예방 및 치료제 그리고 다양한 건강기능성 제품에 대한 가능성 등을 살펴볼 때 지역자원을 활용한 향토산업의 활성화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창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향토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며 "현재 영산포지역의 홍어상점들의 영세성과 열악한 가공시설은 산업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산포 홍어의 거리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와 재래방식의 가공시설 뿐이어서 점점 커져가는 홍어시장을 따라잡기에는 무리이다.





영산포는 우리나라 최대의 홍어 집산지로 전국의 소비시장과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2007년 기준으로 홍어의 유통량을 볼 때 국내시장규모는 700억 원 정도이며 전 세계 홍어 어획량의 95%가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아직 홍어시장 규모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대부분 수입산 홍어를 가공하여 판매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영산포 홍어'를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씨는 "홍어의 국내시장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의 수요증가로 약 1200억 정도는 되지 않겠냐"며 "현재 홍어상인들도 소비자의 욕구와 기호에 따라 다양한 삭힌 홍어제품을 출시하고 포장도 현대화하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영산포홍어 상인 대부분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좁은 사업장으로 인해 가공작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그밖에도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해 대기업 유통업체나 판매장에서 요구하는 HACCP(위생관리시스템)을 갖추기 힘들어 매출신장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것.

영산포 홍어는 대부분 수입산을 쓰고 있다. 주요수입국은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캐나다, 우루과이 등을 포함한 17여개 국가이다. 흑산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어획량은 200여 톤으로 미미한 수준이어서 현지에서 대부분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영산포 홍어의 매력은 바로 삭히는 방법에 따라 새로운 맛과 독특한 맛을 내는데 있다. 과거 숙성방식을 응용한 황토옹기숙성이나 일정한 온도와 숙성기간에 따라 영산포 홍어만이 가지고 있는 알싸하고 독특한 맛을 내는 전통이 바로 전국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비법이다.

영산포에는 홍어 판매업소가 약 40여개가 운집되어 있다. 홍어상인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매출액도 25%이상 늘어나고 있다. 홍어소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나주를 중심으로 홍어산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능성 식품소재로써 홍어의 가치가 재평가 되면서 부가가치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도 내 놓는다. 지난 2006년에는 '영산포 숙성홍어'가 대한민국 우수특산품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홍어가 지역자원으로서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역자원으로서 홍어가 가지는 가능성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는 영산포 홍어축제도 한 몫을 했다.

영산포 홍어축제는 홍어를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홍어축제는 영산강의 뱃길이 끊기면서 쇠락해간 영산포구의 선창경제를 살리고 홍어에 대한 홍보를 위하여 시작되었다. 홍어축제는 홍어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또한 영산포 홍어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홍어삼합이라는 전통 음식문화의 중심이다.

홍어와 익은 김치 그리고 삼겹살을 함께 먹는 삼합과 홍어와 막걸리를 함께 먹는 홍탁이 음식문화로써 자리를 잡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홍어를 중심으로 한 어류의 발효기술을 젓갈에 접목하는 젓갈산업을 기반으로 하여 여기에 덧붙인 다양한 문화상품의 개발은 식품과 지역 향토문화를 아우르는 관광상품 개발과 연계가 가능하다.



전통숙성방식 이용한 대규모 가공단지 필요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으로 삭혀서 먹는 영산포 홍어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나주인들은 홍어를 즐겨먹는다고 기록될 정도이다. 그만큼 전통음식으로서 우리민족의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임금께 헌상한 진상품으로 기록되고 고종의 육순 잔칫상에도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렇다면 영산포 홍어의 산업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먼저 영산포 일대의 홍어산업전반에 관한 경영실태 및 현황 조사를 기반으로 영산포 홍어 고유의 맛을 살린 품질 규격화와 고급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영세업체로 많은 투자비용이 필요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에 적합한 생산시스템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영산포 홍어 산업발전의 저해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홍어가공의 현대화된 공동 가공과 유통시설 및 설비 구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표준모델을 개발하여 지원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

홍어의 가공과 유통에 있어서도 안전성 시스템 구축과 발효기술 개발에 따른 발효기를 개발하여 가공과 발효를 표준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영산포홍어육성사업단의 이재창 단장은 "영산포 홍어의 브랜드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나주시 지정 우수특산물인 영산포 홍어의 명품 브랜드화를 위한 전통숙성 발효기술 에 대한 연구를 체계화시키고 전통방식의 홍어숙성을 위한 대규모 단지를 하루빨리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창 단장은 또 "전통숙성 영산포 홍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획 및 마케팅 전문인력 양성과 전문경영인 영입도 필요하다"며 "대학과 연계하여 홍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비정규 홍어아카데미를 개설하여 홍어에 대한 기초 교육과 산업교육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산업적 수요에 대응한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산포 홍어산업을 단순한 재랙식 산업에서 현대화 규모화 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적자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존 상인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경영에 관한 전문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맞춤형 교육과 지도 또한 필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지역자원을 활용한 마케팅과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쇠퇴의 길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산포 홍어를 산업화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역공동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홍어상인들과 전문가들은 "아직은 미약한데 너무 성급하니 장밋빛 환상을 선보이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앞섰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지역자원을 더욱 공론화시켜 많은 대화를 통해 주민적 합의를 도출해내 살 맛나는 나주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전라도 맛의 자존심 '영산포의 홍어'가 주민의 희망이 되고 영산강이 남도의 젓줄로 다시 태어나 살 맛 나는 남도로 되돌아가길 희망하면서 알싸한 홍어 냄새가 막힌 콧속을 뚫어져 시원한 기분이다. 김진혁ㆍ이현영기자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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