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지원 '아키타의 기적' 만들어

현 전체 예산 가운데 1/6 교육에 투자

자율과 창의, 반복학습 위한 시스템 마련

주입식교육 탈피, 문제 해결 능력 키워

  • 입력 2011.12.15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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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경제력과 아이의 학력이 비례한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믿고 의지하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또 성공하기 위해서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사교육 열풍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권 내의 공교육만으로 일본 전역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아키타(秋田)현이 바로 그곳.

아키타현은 평균소득, 취업률 모두 일본 최하위인 가난한 현이다.

하지만 아키타현은 2007년 43년 만에 부활한 전국학력평가시험에서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을 제치고 4년 연속 전국 1위라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기초 생활습관에 충실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아키타현의 교육핵심이다.

지금 일본에선 아키타현 교육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울 뿐 아니라 변변한 학원조차 없는 곳이라 학생들의 실력은 곧 공교육의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아키타현 교육청은 1965년 전국순위(교육청 기준) 전국 최하위권의 학업성취도를 보여 교육입현(교육이 바로 선 현을 만들자)을 기치로 교육환경 개선에 전력투구했다.

교육위원회를 구성하고 1997년부터 매년 현 전체예산의 1/6을 교육에 투자하여 '학급당 인원수 감축'을 시작했다.

수업혁신을 위해 소인원수업과 팀티칭, 전 학년 수학과목에 보조교사를 투입하는 등 학력신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교원충원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키타현 교육청은 지난 9년 동안 교육환경 개선(교원충원, 적정 학생수 유지 등)에 65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교육청의 지원과 교사들의 노력으로 공교육이 살아나고 아키타현에서 사교육 비중은 일본 전국평균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학생 중 20%(전국평균 48%), 중학생은 35%(전국평균 63%)만이 사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초ㆎ중등 자녀를 둔 가정의 평균 사교육 지출 비중은 수입의 평균 3%를 차지하고 있다.



아키타현은 일본의 타 현에 비해 학원도 적고 경제력도 없어 전국학력평가에서도 그리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었다.

43년 전의 전국학력평가에서 47개의 도ㆍ도ㆍ부ㆍ현 중 43번째 성적을 거뒀던 것에 비춰 보면 아이들의 학습능력보다는 주변의 다른 현과 비교되는 환경이 아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키타현은 주입식 교육을 통한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적이고 꾸준한 교육정책에 집중했다.

아이들에게 일관된 교육정책을 제공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전국 학력 1위' 아키타현 교육의 강점은 첫 번째 '가정학습 노트'에 있다.

아키타현 교육위원회가 평소 학생들의 학습습관을 기르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숙제와 별도로 학생이 집에서 수학문제를 풀거나 작문을 하는 등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매일 자발적으로 한 뒤 담임교사에게 제출한다.

그러면 담임교사는 매일 가정학습 노트를 점검한 뒤 격려의 글을 남긴다. 그 영향으로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집에서 복습하는 비율이 74.5%로, 전국 평균(40.1%)의 두 배에 가깝다.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다.

더욱이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수준별 수업을 이끌어가는 질 높은 공교육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또 하나의 '아키타현式 교육'에는 교육전문감 제도 운영이 돋보인다.

아키타현에서 활동하고 있는 40여명의 교육전문감은 각 1명당 4~6곳의 학교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은 교육현장을 방문하고 모델수업(공개수업)을 통해 각 학교의 학습지도 방법 개선과 효율성, 학습능력 향상을 꾀한다.

교육전문감제도는 아키타현에서만 볼 수 있는 제도로 교사들의 학습지도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 번째는 팀티칭제도다.

아키타현 교육청은 교사들이 팀티칭을 통해 수준별, 개별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학생들이 자율학습이 습관화될 때가지 개별 지도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가정에서 복습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36% 높게 나타났고 학력도 전국 1위가 됐다.



지역발전을 위한 아키타현 고등교육

지역특성에 맞는 교육과 일자리 창출



아키타현에는 야간을 포함한 현립 57개교와 시립 4개교, 통신제 고등학교 1개교 등 모두 62개의 고등학교에 26,223명이 재학 중이다.

아키타현 교육청 관계자는 "아키타式고 교육방법이 초ㆍ중학교뿐 아니라 고등학교 학습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입시를 목적으로 한 사교육 열풍 역시 이곳 아키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카마다 신(52세) 지도반장에 따르면 "아키타현의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진학과 더불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들 인재들의 취업을 위해 기업체 유치 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인재들이 많을수록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아키타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47%, 취업률은 26.6%에 달하고 있다.

이들 중 타 지역 대학으로의 진학률은 70%, 타 지역으로의 취업률은 44.2%에 달해 급격한 고령화와 산업체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인재유출에 대해 아키타 교육청은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공업고등학교와 수산고등학교, 기술고등학교 등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와 교육프로그램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사들의 연구모임 활성화가 중요"

아키타현 교육청 사토 토시유키 팀장



"공교육이 온전하게 자리매김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려면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 합니다"

한국사회의 사교육 열풍으로 위협 받고 있는 공교육 실태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에 관해 아키타현 교육청 초ㆍ중의무교육과 학력향상추진팀장인 사토 토시유키(48세)씨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아키타현 초ㆍ중학교 교사들의 예를 들어 해당 지역의 교사들이 지역 특성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방법, 학습지도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교사들간의 연구수업 및 연구모임의 활성화를 통해 보다 나은 지도안을 정립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본 교육은 현재 전국에서 소수인원학습제도를 도입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으며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즉, 해당 지역만의 독자적인 통계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지도가 학력신장의 지름길이라는 것.

특히 "아키타현은 자율과 창의, 반복학습이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이라며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주입식 교육을 자제하고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학력신장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지역사회의 중심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작은학교들의 존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아키타현 '지덕체'의 교육지침 중 학생 개개인간의 관계개선과 애향심 고취를 위해 적정규모의 작은학교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

교사 1명 당 20~25명의 학생 수가 적정인원이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아키타현 교육청은 보조교사 충원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공부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다"

아카타市, 다카야마 요시코씨



일본 내 타 지역 교육사정을 자세히는 잘 모르지만 아키타현 내 학교 교육은 바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에게 학원을 권유하거나 보낸 적은 없다. 학원을 보내서 학교성적이 훨씬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에 크게 불만이 없고 아이의 성적이 크게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의 사교육 열풍과는 달리 특별히 보낼만한 학원가도 없다. 부모들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느껴야할 이유가 별로 없다. 결국 이러한 것들이 학교교육에 만족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 같다.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은 학교가 지역과 연계한 수업으로 지역 사랑을 이끌어내는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은 지역주민들이 체험학습 수업을 적극 지원하는 봉사열기로 이어졌다. PTA라는 부모들의 활발한 모임도 공교육을 바로 서게 한 원인중 하나로 본다.

특히, 지·덕·체를 우선으로 하는 한국교육과는 달리 일본은 덕·체·지를 우선으로 한 교육이 성과를 본다고 생각한다. 시골의 학생들은 하교 후 특별한 놀이 시설이 없어 학교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일본역시 인구가 줄고 인재들은 도시로 빠져나가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다. 지역마다 작은학교들에 대한 통폐합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지역 특성을 고려하되 통폐합 등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학교는 교사들이 학생 1명 1명에게 다양한 관심을 둘 수 있기 때문에 큰 장점을 가졌다고 본다. 그렇다고 학생 수가 너무 적으면 아이들간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한 학급당 25명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

결론은 작은 학교 건 큰 학교 건 학생 수나 학교의 규모 문제가 아니라 학교가 기본에 충실한 아이들 위주의 교육으로 지역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영창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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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 대상이 된 작은학교 들의 폐교는 지역사회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작은학교 지키기 운동은 최근 새로운 학교 만들기 운동으로 진화해 공교육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지는 국내외 작은학교 성공사례를 통해 우리지역 작은학교 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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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사라져가는 작은 학교

'작은학교 살리기'현재와 미래

2. 양평 남한산초와 세월초등학교

3. 완주 삼우초와 아산 거산초

4. 상주 남부초, 순천 별량초 송산분교

5. 작은학교 롤모델 남한산초

6. 일본 아키타현의 기적

7. 지역사회가 만들어가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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