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의 효자인 최고의 브랜드 '영광굴비'

여기도 굴비! 저기도 굴비!

사방천지가 온통 영광굴비

  • 입력 2011.12.15 13:08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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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에 들어서자 가슴이 확 뚫리는 바다내음과 함께 온 천지가 굴비로 뒤덮여 있었다.

영광굴비특품사업단으로 가는 큰 길 양쪽은 모두 다 굴비판매점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상점은 식당이다. 그것도 굴비정식을 하는 음식점으로 '밥상에 굴비가 없으면 식사를 안 하고 밥도둑 굴비 덕분에 다른 반찬은 모르고 산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다.

굴비를 직접 만들고 파는 점포만도 대략 500여개가 넘고 서로 맛과 전통을 자랑이나 하듯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법성포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서창영어조합법인은 추석 명절을 맞아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와 포장해서 올려 보내기도 바빴다. 하루하루가 바빠 인터뷰할 시간이 없다는 하소연(?)을 한다. 즐거운 비명으로 들렸다.

서창영어조합법인의 서재창 대표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간 영광굴비 맛은 제대로 된 간을 맞춰줄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옛날부터 유명하다"며 "천일염을 사용하여 북서풍 하늬바람과 법성포 현지의 습도와 온도에서 탄생해야 진정한 영광굴비다"며 자부심을 내비췄다.

현재 서창영농조합법인은 7명이 일하면서 년 매출 50억 이상을 올리고 있는 중견 굴비판매업체로 5년 전부터 주로 롯데와 엘지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하고 있다.





굴비는 조기를 염장하여 말린 건어물이다. 영광굴비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려시대 중기 때 유배를 온 이자겸이 왕에게 염장조기를 진상하면서 '선물은 보내도 굴한 것은 아니다'고 굴비(屈非)라 적어 보낸 것이 굴비가 되었다는 것.

영광굴비는 이러한 전설을 찾아 사실화 시키고 또한 스토리텔링으로 그 유명세를 홍보하고 있다. 지역의 특산품을 브랜드화하고 마케팅에 이용하는 전형적인 방식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굴비라는 이름은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구부러지게 되는데 그 모양새를 따서 구비조기라고 하던 것이 굴비로 변한 것이다.

영광굴비의 집산지인 조기잡이 배가 출항할 때면 대박의 꿈에 젖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홍어와 젓갈의 집산지인 영산포처럼 항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렸지만.

그러나 영광굴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법성포는 전통의 맛 또한 이어가고 있다. 영산포의 숙성홍어처럼 보리 한 겹에 굴비 한 겹으로 계속 쌓아 숙성시키면 바로 보리굴비가 탄생한다. 뜨거운 햇볕에 잘 말린 보리에 겹겹이 쌓아올린 보리굴비는 비린내가 없고 보리향이 향기로워 오래될 수록 맛을 더한다.

영광굴비는 일부 상인들이 지난해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하면서 홍역을 겪었다.

이름하여 중국산 가짜 영광굴비 파문이다. 나주 배나 영산포 홍어도 마찬가지로 원산지 표시가 허술한 틈을 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속여 판매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지역특산품을 지키고 그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가는데 매우 중요하다.

중국산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영광굴비는 판매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법성포에서만 매년 4,000억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영광굴비는 헤어나지 못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은 곧바로 생산단체의 회원제와 원산지 표시를 실시하면서 그 명성을 회복하였다.

바코드에는 원산지와 제조일자, 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 이력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제조공정을 표준화하고 국내 최초로 '위해요소 중점관리' 인증도 받았다. 전자칩이나 위조방지 홀로그램을 도입하여 이젠 굴비 이력제까지 완벽하게 갖춘 최첨단 '태그'를 도입했다. 영광굴비를 매입한 소비자가 핸드폰을 통해서 생산자에서부터 원산지까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쇼핑몰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태그'를 읽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영광굴비가 명예회복과 동시에 브랜드를 지키게 된 것이다.



짝퉁굴비 오명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로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은 영광군과 함께 2008년 '영광굴비 명품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신활력사업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올해까지 약 160여억 원을 투입한다. 내년엔 대규모 2개의 가공공장과 조기 공판장 및 최첨단 시설을 갖춘 냉동창고 그리고 건조장까지 마련하여 굴비산업의 규모화를 꾀하고 있다. 바로 선택과 집중을 명품브랜드화 기조로 삼은 것이다.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허광석 전무는 "지난해 실추된 영광굴비의 명예회복을 위해 생산자 교육과 최첨단 이력제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생산자부터 가공장소, 연락처 등이 소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이력추적제를 도입하여 짝퉁추방에 나서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지난해 순천대, 목포대, 전남대 등의 대학연구기관에 가공식품개발을 의뢰해 전남대 바이오식연구센터가 통조림 훈제 장아찌 어묵 탕수육 등을 만드는 가공법을 개발했다"며 "앞으로 개발된 가공법을 특허출원한 뒤 사업자가 선정되는 대로 가공식품으로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또 영광법성포굴비특품사업단은 굴비전통음식을 개발하여 식당을 선정하고 맛으로 승부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밥상에 올라가는 반찬을 모두 영광굴비를 사용하여 한상차려 관광객을 유치하여 소득을 올리겠다는 설명이다. 아직 식당 업주들의 인식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이 또한 교육과 창업지원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

그뿐 아니다. 올해 굴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거나 작아서 상품성이 없는 조기로 스파게티, 수프, 비벼먹는 굴비, 조기액젓 등을 만들고 훈제와 어묵 통조림 등 가공식품도 생산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영광굴비는 우리나라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7월 농림수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주관한 '2010 수산물브랜드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업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브랜드대전을 석권한 것이다. 수산물브랜드대전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을 학계와 연구기관, 생산자 및 소비자단체 등 전문가가 브랜드 인지도, 제품식미, 경영단체 현장평가 등을 종합 평가해 시상하여 그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주최한 '2009 우수 디자인' 선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우수상에 이은 쾌거인 것이다.

우수 디자인 선정제도는 지식경제부에서 상품의 외관, 기능, 재료,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디자인의 우수성이 인정된 상품에 대해 GD마크를 부여하는 심사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지자체 특산품 디자인으로는 유일하게 영광굴비가 수상하였다.

영광군은 2009년 지식경제부로부터 굴비산업특구로 지정되었다. 지방자치브랜드경쟁력지수 평가에서 1위로 선정된 것이다. 그만큼 영광굴비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는 지역자원 마케팅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조그마한 면지역에서 단일업종에 종사하는 가구가 500여개가 넘는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영광군과 굴비생산자단체인 특품사업단의 노력 또한 앞으로 '영광굴비' 브랜드를 지키고 키워나가는데 전혀 손색이 없다.

지난해 '짝퉁굴비'의 악몽을 잊지 않고 브랜드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산자 교육에서부터 굴비 가공공장과 판매상점들을 찾아다니며 짝퉁판매를 근절시키고 있다. 중국산 사용 근절 캠페인도 한다. 또한 영광굴비를 알리는 만화와 멀티미디어 타이틀도 제작한다. 오는 12월에 출시 예정인 만화는 영광군 홈페이지와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짝퉁굴비' 파문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천 년을 이어온 명예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김진혁ㆍ이현영기자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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