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의 기적은 공교육에서부터

반복학습과 창의력 향상을 위한 교육

  • 입력 2011.12.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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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에 해당하는 일본의 아키타현의 시골 초등학교가 일본 전국 학력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모든 교과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분명 '기적'에 가까운 것이다.

불과 43년 전에는 45개 도도부현 중에서 43등에 머물고 있었으니 가히 '기적'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것은 아니다.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하는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당연히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일본 내에서조차 아키타현式 교육방법을 연구하고 분석하려는 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동경 등 대도시를 비롯한 일본의 모든 도도부현이 아키타현 교육방법을 배우고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게 벤치마킹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키타현에 위치한 아키타 대학의 아베 노보루(교육문화학부, 56)교수는 1997년부터 아키타현이 '교육'을 지역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적극적인 교육 정책을 내놓았던 아키타현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학원도 적고 경제력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사교육을 이기고 기적의 주인공이 된 비결을 심층 분석했다.

아베 교수는 "아키타현 기적의 비결은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끝까지 책임지는' 공교육에 있다"고 강조한다.

아키타현 대부분의 초ㆍ중학교에서는 일기쓰기와 복습을 위한 가정학습노트 제도를 공통으로 운영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교육과정에 힘쓰고 있고 '주입식 교육과정'에서 탈피, 다양한 시각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문답식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

아키타 교육의 특징에 관해 아베 교수는 "학교에서의 학습태도 우수, 가정에서의 대화시간이 많은 점, 학교에 대한 지역과 학부모의 신뢰"를 꼽았다.

아이의 학습태도와 가정에서의 생활습관 등은 단시간에 바뀔 수는 없다.

학생과 학부모 및 지역사회 전체에 20여년 전부터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교육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적의 공부법 따라하기!

생활 습관으로 학력을 키우자



아베 노보루 교수는 '아키타현의 기적'을 다음과 같은 12가지로 분석했다. 이는 지역사회와 가정, 학교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학생 개개인의 평소 생활습관과 이로 인한 학습태도가 학력신장을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아키타현의 공교육을 되새겨보고 '기적의 공부법'을 벤치마킹해보자.



1.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평가하는 활용 능력이 곧 학력이다

자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한다. 의견 교환과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의견을 말한다. 학생들의 대답에 적절하고 세심한 조언이 이루어진다. 방과 후 다양하고 체계적인 보충수업이 실시된다. 학원 대신 복습 위주의 가정학습을 습관화하도록 지도한다. 학교통신과 학급통신의 발행률을 높여 가정의 관심을 유도한다. 가정과 지역 사회가 학교 교육과 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2.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아이가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아침과 저녁 식사를 가족과 반드시 함께 먹는다.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는 전제하에 학원 시간을 정한다. 식사중에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아이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하고 의견을 말한다. 아이의 질문에는 반드시 아는 대로 솔직히 대답한다. 부모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말해준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도 화내거나 조바심내지 않는다.



3. 인사하는 습관이 대화 능력을 키우는 시작이다

아이의 반응에 상관없이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인사하는 모범을 보인다. 아침에 일어날 때, 외출할 때, 귀가할 때, 잠자리에 들 때, 무언가를 받았을 때, 꼭 인사로 대화를 시작한다. 손님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하도록 지도한다. 큰 소리로 인사하면 반드시 대답하고 칭찬한다. 인사는 기분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이의 눈을 맞추는 '포착 시선'을 통해 마음의 벽을 허문다.



4. 부모는 아이를 칭찬하는 프로가 되라. 학습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정답률이 높다

칭찬을 8번 하면 꾸중은 2번 하라. 꾸짖기만 하지 말고, 칭찬하면서 가끔 꾸짖는다. 단순히 '잘했어' '훌륭하다'하지 말고 무엇을 잘했는지 구체적으로 정확히 칭찬한다. 아이에 관한 한 정보통이 되어야 한다. 이전에 비해 조금 좋아진 것이라도 반드시 칭찬한다. 실패했어도 도전한 것 자체를 칭찬한다.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도 칭찬의 하나다. 식사 시간의 대화, 통신문이나 알림장, 선생님의 조언 속에서 칭찬할 거리를 찾는다. 칭찬은 반드시 그 자리에서 한다. 그 자리에서 칭찬하기 어려울 땐 조금 시간을 둔 후에 칭찬한다. 선생님, 다른 가족, 지인에게 직접 칭찬해주도록 부탁한다.



5. 규칙을 잘 지키고 예의 바른 아이가 학력이 높다

'해도 되는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몇 가지를 정해 반드시 지키도록 한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강제는 금물이다. 부모의 말을 무시하거나 규칙을 위반할 때는 작은 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 스스로 난폭한 말을 쓰거나 규칙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너는 늘 그런 식이니까 안 되는 거야' '너는 무얼 시켜도 그 모양이니'하는 말은 절대 삼간다. 규칙을 어겼을 때,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라고 하기보다 '왜 안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전달한다. 아이가 억지소리를 할 때는 논쟁을 계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6. 선생님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부모의 자녀가 학력이 높다

아이 앞에서 선생님과 학교에 대한 험담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요구 사항이나 개선점이 있다면 학교나 선생님에게 직접 이야기한다. 아이에게 선생님이나 학교의 장점과 좋은 정보만을 전달한다. 담임 선생님에 대한 아이의 불평, 불만에는 '중립적인'입장을 유지한다. 아이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파악하려면 '알림장'과 메일을 활용하라. 기회가 될 때마다 선생님에게 칭찬의 말과 감사의 마음을 전달해 선생님의 힘을 이끌어낸다.



7.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하면 학력이 높아진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공부 집중력을 높인다. 올빼미 형 부모라면 자신의 생활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는 아이라면 책을 읽어줌으로써 취침은 즐겁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가정학습을 위한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아침과 저녁 식사 시간을 안정적으로 정해놓는다. 공부 시간은 식사 시간을 축으로 정해 습관이 잡히도록 한다. 이상적인 저녁 식사 시간은 6시~6시 30분이다



8. 가정학습이 잘 정착된 가정의 아이가 학력이 우수하다

선생님에게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가정학습의 요령을 물으라. 아이의 수준에 맞고 상세한 과제가 적힌 가정학습 공책을 만들라/가정학습은 수업의 복습 위주로 유지되도록 한다. 공부 시간은 짧게 집중적으로 하라. 가정학습 시간은 한 과목당 10분부터 시작하라/가정학습에 대해 '잘했다' '다음에도 잘하자'하는 평가를 해준다. 가정학습이 습관화되도록 포기하지 말고 끈기있게 해나간다.



9. 독서가 학력을 끌어 올린다

아침 10~15분 아이가 직접 고른 책으로 아침 독서를 시작하라. 책 읽어주기를 매일 하면 독서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하루 5~10분 정도로 아이가 잠들기 전에 책을 읽어준다. 정기적으로 아이와 서점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사준다.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책을 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과서를 같이 읽으면서 즐겁게 대화할 기회를 만들라.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할 때는 아이의 감상을 주의깊게 들으라. 구입한 책을 다 읽지 않는다면 눈에 띄는 곳에 꽂아두라. 집안 곳곳에 책을 꽂아두면 독서의 범위가 자연스레 넓어진다. 거실이나 주방처럼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곳에 책장을 둔다. 책장에는 사전을 반드시 구비해두라.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보다 책은 되도록 사서 책장에 꽂아둔다. 아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신문 기사를 읽어준다



10. 토론과 의견 교환이 독해력을 키운다

목적에 따라 자료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글로 쓰는 습관을 들인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의견을 나누게 하여 사고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의 의견을 칭찬하거나 무조건 긍정하기보다 무엇이 설득력이 있는지 스스로 검토하게 한다. 정답이 아니어도 되고 틀려도 좋으니, 자꾸 발표하고 의견을 말해보도록 독려한다.



11. 앞으로 산수와 수학 능력은 언어 실력이 좌우한다

산수와 수학에서도 단순히 답만 적지 않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구한다. 산수와 수학 실력을 키우려면 과학 도서를 어릴 때부터 읽히라. 산수와 수학을 공부할 때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의견을 이끌어낸다



12.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관계 형성과 소통 능력을 키우라

집단놀이를 통해 관계 형성의 방법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운다. 집단 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힘을 키우도록 유도한다. 지역 행사나 봉사 활동 등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한다.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식을 배우도록 한다.



인터뷰



"공교육, 사교육 폐해 줄일 수 있다"

아키타 대학 아베 노보루 교수



아키타의 기적을 분석한 아키타 대학의 아베 노보루 교수는 "일본에서도 한국 못지않게 사교육 열풍이 대단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키타현에서는 공교육이 우선한다"며 "공교육이 기능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교육에 의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만큼 공교육이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국가차원에서의 정책적,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공교육은 적정규모의 '작은학교, 작은학급'에서 효과가 높기 때문에 작은학교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작은학교의 통폐합이 진행되면 통학 구역이 광범위해지므로 학부모의 교육과정 참여의 기회가 줄어들고 물리적인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멀어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지역과의 연계성을 잃게 돼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지역의 힘은 제 기능을 잃게 되며 학교의 규모가 커지면 아이들 하나하나에 교사들의 눈이 미치지 못해 교육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그래서 그는 아키타현의 통폐합 문제와 교육의 효율성을 위해 한 학급의 학생 수를 줄여서 교사의 복잡한 업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당면한 과제라고 전했다. 한 학급의 학생 수가 줄어들면 수업 수준이 높아지고, 보충수업과 개별 지도도 수월해지고 학급과 학년 경영, 생활지도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이들의 학력으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사를 보다 많이 배치하고 사무 담당 직원도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예산이라는 큰 걸림돌이 있겠지만 교육이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만큼 어려워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영창

이번 공동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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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대학 아베 노보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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