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도심재생계획 필요하다

나주의 정체성을 찾는 역사문화도시로

  • 입력 2011.12.15 14:33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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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래나주를 디자인하다'를 취재하면서 지역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숱한 정책과 사업이 15년 동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결과이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전주나 제주를 비롯해서 많은 지역들이 지역자원을 활용해 '도심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보면서 결국 발전의 역동성은 '지역자원의 내재적 가치'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일본의 도시들은 우리가 소홀히 여기고 아무 가치가 없다고 흔히 생각하는 지역자원을 활용해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면서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부러움마저 들었다.

지역 곳곳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시민적 합의를 통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투지는 경외의 대상이기에 충분했다.

결국 나주가 갖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의 잠재력과 가치를 복원시켜 자부심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옛 건물 하나의 검은 벽으로 기적(?)을 이룬 사사하라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큰 돈 들여 대형 건물부터 짓고 보자는 태도는 위험하다. 도쿄를 모방하고 도쿄의 관점에서 봐서는 안 되며 우리 마을만이 가지고 있는 것, 그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것을 살려 나가는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우리나주에 절실함을 느꼈다.

흑벽 하나로 세계적 도시를 만든 일본의 나가야마시와는 달리 나주는 사실상 많은 근대 건축물이 훼손되거나 철거 등으로 사라졌다. 1913년에 세워진 나주역사와 나주금융조조합, 금융조합, 협동상회, 옛 나주경찰서, 잠사주식회사 일부 등이 남아있는 정도다. 그러나 영산포 지역의 흑주저태랑 주택이나 동양척식회사문서고, 홍어의 거리를 이루고 있는 많은 근대주택이나 상가 등을 활용한다면 '흑벽의 거리' 못지않은 도심발전을 이룰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



나주에 도심활성화관련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상 어느 지자체보다 많은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정작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3차 전라남도 종합계획(2001~2020)의 나주시발전방향에서는 문화부문 육성계획으로 백제문화권복원, 문화예술의 거리 및 지구확대, 전통문화 도시육성, 문화전략 및 도시육성 계획이 들어있지만 아직 추진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 개발계획(2001~2010)의 경우 완사촌 및 장화왕후 유적지 조성, 나주목 정비복원을 기본방향으로 영산강유역의 환경정비를 통해 역사와 문화와 생태가 연결되는 환경친화적인 미래형 관광환경의 조성이다. 완사천 및 혜종사 등을 복원함으로써 신라말에서 고려초기의 격동기를 재현하여 관광객들에게 역사적 이해를 새롭게 하고 우리 역사의 관심을 유발시킨다는 계획도 사실상 완사천 복원하나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나주목 관아복원 및 개발 기본계획(2002∼2011)도 마찬가지이다. 읍성공간을 정비하여 관광자원화 한다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서도 아직 추진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문화시범도시 구축을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제도적 인센티브방안을 최대로 활용하여 건설교통부와 문화관광부의 시범도시를 만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 사업은 시행을 못하고 있다.

지난 1996년에 수립한 영산강유역 마한문화권 개발계획(1999~2008)은 목사촌지구와 마한역사촌지구로 나눠 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사실상 시행조차 못하고 사장되었다. 기본계획은 선사시대 이래 현재까지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목사촌을 조성하고 영산강유역 마한문화 역사를 재현하는 청동기시대 생활상을 나타내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주읍성 복원계획에서부터 조선시대 당시의 목사촌을 재현하는 계획 가운데 금성관의 일부 복원만 이루어졌다.

또 영산강유역 고대문화권 특정지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과 나주시관광종합개발계획도 마찬가지이다.

그뿐 아니다. 나주문화시범도시지정안, 나주읍성공간보존활용을 위한 관리방안연구(2006), 2020나주도시기본계획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 모든 계획은 대부분 외부기관의 용역을 통해 수립되었는데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과연 나주의 정체성을 찾는 계획이 수립되었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계속된 중복 용역은 예산낭비라는 비판과 함께 시민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또한 계획의 잦은 변경은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지자체장의 생각이 바뀌면 도시계획의 방향이 바뀌면서 다시 수립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립된 나주도심활성화 계획의 기본방향은 모두 나주읍성권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 또한 시민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주의 특색을 살린, 나주의 자원을 활용하여 정체성을 찾는 도심재생계획이 바로 구도심활성화의 틀이라는 사실에서 10년 후의 나주, 아니 100년 후의 나주를 향해 하나 둘씩 실천해 가는 길이 옛 나주의 영화를 되찾는 길이다.

브라질 구리찌바의 경우는 시장이 바뀌어도 도시의 기본계획은 변하지 않는다. 시민적 합의를 통해 입안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 세계적 명품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동신대 이상준 교수는 "읍성공간, 영산포로 연결된 도심지역은 나주시의 실질적인 중심지로서 행정, 금융, 서비스, 정보, 문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으로 나주시의 장기발전 전략을 실행하는 거점이다"며 "시가지권내에 역사문화적 자산이 집중 배치되어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다면 문화산업의 진흥을 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읍성지역내 도심정비는 나주천의 수변가로를 보행친환경적인 거리로 조성하고 관아지구, 사대문로, 근대의 거리, 영사문화공간특성화 거리로 설정하여 매력공간의 창출로 연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도심의 거리를 보행의 쾌적성을 담보한 환경으로 변화시키고 역사문화의 특성화를 시켜야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해야



나주처럼 시내중심에 많은 문화유적과 역사를 간직한 곳은 드물다.

무엇보다 먼저 나주읍성의 복원이 시급하다. 나주읍성의 복원이야말로 나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남고문과 동점문 복원에 이어 서소문의 복원이 진행되고 있지만 나주읍성 복원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수원의 팔달성이나 전주의 경기전을 중심으로 한 한옥마을, 진주의 진주성 등 역사문화도시를 표방한 지역은 상징적인 역사문화유적을 가지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문화공간과 더불어 진행되어야할 부문은 구도심정비이다.

지속적으로 상주인구가 감소하면서 쇠퇴현상을 보이고 있는 구도심지역은 혁신도시가 완공되면 더욱 많은 인구유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구도심지역을 시민생활의 실질적인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광주와 혁신도시 그리고 나주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연계와 구도를 찾아야 한다. 이에 따라 광주의 종합도시, 혁신도시의 생명ㆍ에너지ㆍ친환경, 나주도심의 역사ㆍ문화자원 활용 등으로 체계화되어야 한다. 구도심에 집중적으로 산재해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매력적인 공간을 창출하고 문화관광사업을 활성화시켜 상업ㆍ업무 기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역사ㆍ문화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자원을 연계한 인프라정비와 문화제 등 홍보이벤트 활성화, 전략그룹구축 등이 시급하다.

보행자 중심의 역사문화 특성화거리 조성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다양한 경관을 연출하여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기업촉진지구지정을 통해 시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상업 및 업무를 활성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구도심 상주인구 확보를 위한 테마형 주거공간을 확보하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도심재생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도심재생을 하루아침에 성공한 지역은 없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고 거기에 끊임없는 노력만이 도심재생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도심재생계획의 잦은 변경과 지지부진한 사업수행은 시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시민의 신뢰가 없으면 도심재생은 성공할 수 없다. 시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이제라도 나주발전의 종합계획을 시민들이 합의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지역자원이라 할지라도 활용할 수가 없다.

구도심활성화를 위한 도시계획에서 역사문화와 연계한 사업은 그 도시만의 고유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회복시켜주고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도시경쟁력을 갖게 해준다. 도심에 있는 역사ㆍ문화자원들을 재조합하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정의 끊임없는 노력과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도심재생 프로젝트 전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이끌어가는 책임있는 기관을 새로 구축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민ㆍ관이 참여한 나가야마의 3섹터 '주식회사 쿠로가베' 같은 조직을 통해 나주를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

김준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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