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유(桑楡)

  • 입력 2011.12.15 14:33
  • 기자명 김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목이 봄에 싹을 트여 녹음방초의 여름을 나더니 어느새 낙엽 지는 가을이 되었다.

나이란 생물이 자라나온 햇수를 이르는 말이다.

나무의 나이를 '나이테'라고 하여 나무가 자란 연륜의 테를 세는 뜻이며, 사람의 나이도 나무에 비유하여 각 연령층을 일컬어 말하고 있다.

이른 봄 여린 새싹의 고사리 손(궐권/蕨拳)같다 하여 유년기, 꽃다운 나이를 방년(芳年)이라 하고, 초목이 푸르고 씩씩함에 청장년(靑壯年)이라 하며, 지는 해의 그림자가 뽕나무와 느릅나무 끝에 남아있다 해서 노년을 상유(桑楡)라 한다.

여느 누구나 예외 없이 나뭇잎이 떨어지는 이 가을이 지나면 세차의 순리에 따라 또 한 살을 보탠다.

항간에 젊었을 땐 나이를 속여 높이려 하고 나이가 들면 낮추려 한다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여정(旅程)은 지금 어디쯤 지나가고 있으실까? 글 쓰는 이 또한 사색의 이 계절에 행여 나이를 낮추려 하지는 않는 걸까?

모든 사물은 나이가 있기 마련이다.

생물은 외계 영향과 진화적 활동에 의한 기관의 변화를 볼 수가 있으며, 무생물인 자동차 연식에서부터 모든 무정물은 본질의 퇴화로 인하여 나이로 말미암은 손해를 보는 것이다.

반면, 유명 브랜드 양주 상표 'since19~~'처럼 자기 제품의 축적된 노하우가 있음을 자랑하며 나이 값을 좀 보자고 하는 것이고, '늙은 말은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길을 잃지 않는다.(노마지/老馬智)'라는 말은 나이 값을 인정해 달라는 주장이다.

지난 추석연휴 마지막 날 밤, 대호동 호수공원에서 시민이 함께 하는 한가위 대보름맞이 축제 공연이 있었다. 음향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민선5기 임시장께서 '울고 넘는 박달재'를 열창하셨다.

지정 관람석엔 불과 백여 명의 시민이 자리하였고, 가드레일에 기대어 팔을 끼고 잠시 구경하다가 그냥 가던 길을 다시 가는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피선이 되어 시정업무를 파악하고 의욕적으로 새로 막 출범한 시장께서 동참하신 행사치고는 너무나 경시적인 분위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민은 자칭 '천년고도 나주'라는 수사법을 자주 쓴다.

위세부리지 말고 나이를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야 한다.

비유컨대 인륜도덕에서 향당상치(鄕黨尙齒)라 하여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을 어른으로 대접해 달라, 그래서 '나이 덕이나 보자'라는 식으로 관념적이며 구호적이어서는 수긍할 수가 없는 일이다.

'나이는 스승이요 경험은 지식이다.'

'그 나이의 지혜를 가지지 않으면 그 나이의 모든 어려움을 가진다.'

영산강 마한문화의 오랜 역사적 옛 고을 이라는 나이답게, 시민의식도 그 만큼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시정에 관심을 갖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그 자체가 나이 값을 해 내는 것이며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다.

애향심을 갖고 내 지역 발전에 서로 협력하고, 개인이나 집단 간에 사소한 이해관계로 배타적이지 아니한 그런 시민사회를 슬기롭게 지양해 나가며, 마땅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토양 속에 지역경제, 교육문화, 환경복지 등 고루 높은 점수를 얻어야 타 시군으로부터 나이든 스승의 가르침인 사표(師表)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방, 스승께서는 영산강변에서, 금성산장에서 쓰레기를 하나라도 덜 버리며 휴지 하나라도 더 줍고 있습니다.





박천호 시민기자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