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역사문화 공간 달리는 자전거여행

보행자 겸용도로를 달려보니

  • 입력 2011.12.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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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공기가 차다. 한편으론 잠이 확 달아날 정도의 청량감 또한 좋다

만추의 향기가 물씬 뭍어나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시청에서 국도 13호선을 타고 동신대를 거쳐 대호수변공원과 다보사를 다녀왔다.

대략 15km를 달렸다. 첫 구간은 시청에서 한수교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렸다.

가는 도중 나주의 원도심이 내려다 보이며 멀리 보이는 금성산의 산비탈에 노랗게 익어가는 나무들과 빨갛게 물들어 가는 가로수들의 모습에서 가을이 지나고 있었다.

얼마 안가 왼편으로 나주문화예술회관을 지나는데 회관 앞 자전거 도로는 차들이 점거했다.조금 더 가자 한수교에 다다랐다.

한수교 밑으로는 나주천이 흐르는데 300억을 들여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어릴적 나주천에서 멱을 감고 고기잡던 추억이 다시 현실이 되는 하천을 되살릴 수 있는 사업이 되길 바란다.

한수교를 건너면 오른편으로 나주향교의 지붕들과 전각들이 보인다.

나주향교는 성균관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금은 국도13호선이 허리를 끊고 지나가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금성산 장원봉 끝자락에는 향교만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서 조선시대 읍성 서성문을 드나들던 백성들은 성문보다 먼저 만나게 되는 향교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드라마 성균관스캔들과 1박2일에서도 촬영했던 장소이다.



국도1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삼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려 기다리는 동안 하늘을 봤다. 구름도 예쁘게 떠가고 코발트색으로 물들어진 하늘은 좀처럼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장관을 연출했다. 하늘위에 물감을 뿌려놓은 듯.

이 구간부터는 보행자겸용도로였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아 자전거를 타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다만 길게 늘어선 건물들 입구마다 작은 길이 나면서 중간 중간 끊기는 것과 자전거도로에 주차되어진 차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향사 앞은 한창 도로를 내느라 분주했다. 이 사찰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당초의 이름은 미륵원(彌勒院)이었다. 고려시대에는 거란군이 침입하자 현종이 이곳 나주로 몽진했는데 이때 나라 안의 평안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고 전해 온다. 현재 고려시대에 조성된 석탑과 석불이 남아있다.

전해오는 말로는 옛날 심향사 터가 현 동문의 석당간(보물 49호)까지이며 옛 나주 군청내에 있는 북내외 3층석탑(보물 제50호)도 심향사에 있었던 것이라 한다. 경내에는 고려시대 3층석탑 외에도 미륵전에 봉안되어 있는 석불좌상과 극락전 내의 아미타여래좌상(건칠불, 지방유형문화재 제99호)등이 있다. 특히 이 종이 불상은 고려 13∼14세기 경의 아미타여래좌상으로 고려말 불상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힘차게 패달을 밟아 나가자 오른편으로 나주 싸이클경기장이 보인다. 이 경기장은 내 기억엔 88올림픽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

동신대 앞에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분수를 보며 잠시 쉬었다.

학교 앞 교차로에서 13번국도를 타고 쭉 직진 석현삼거리에서 SK주유소를 끼고 우회전해 나주청동공업사를 지나 나주여고 앞 대호수변공원에 이르렀다. 이 구간은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곳으로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인도를 달렸다. 이 길은 한적한 시골길을 연상시켰다. 차들만 무섭게 달리지 않으면 자전거 산책에 좋은 코스였다. 확 트인 들판과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정감이 묻어났다.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이랄까. 사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면 인도나 겸용자전거도로나 별 차이를 못 느꼈다. 차라리 아무런 길도 내지 않은 흙길이 더 낭만과 정취가 있기도 했다. 나주시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때 생활도로인지 관광도로인지를 밝혀 그에 맞는 시설을 갖췄으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호수변공원은 마지막 손질중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많은 공연이 이루어진다.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한수제로 향했다. 한수제는 80년대 중반까지 물이 맑아 수영도 하고 낚시도 많이 했던 추억이 있는 장소다. 청춘남녀들의 데이트장소로도 인기였다.

한수제를 왼편에 두고 다보사를 향했다. 경현리 당산나무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다보사와 생태물놀이장이 나온다. 생태물놀이장 자동차주차장을 지나 세 갈래의 길과 마주섰다. 왼쪽과 중앙길이 다보사가는 길이고 오른쪽길이 물놀이장으로 향한다.

왼쪽길에 자전거를 세웠다. 산악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다.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가 두루 갖춰져 있고 금성산의 임도도 만들어져 있어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에겐 금성산은 도전해 볼만한 곳이다. 경사가 심해져 더 이상은 자전거로 오르기엔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차단 봉이 세워진 곳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걸었다. 150m정도 걷다보니 초입에 금강문이 반긴다.

금성산 남쪽 깊숙한 골짜기에 터를 닦은 다보사는 신라 661년에 원효대사가 세웠다고 전한다. 전설에 의하면 금성산 산중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칠보로 장식된 큰 탑이 땅 속에서 솟아나오고 그 탑 속에서 다보여래가 출현하는 꿈을 꾼 뒤 절을 세웠고 절 이름도 꿈속의 다보여래에서 따와 다보사로 하였다.

다보사가 소유한 문화재 중에는 보물 제1343호로 지정된 괘불이 있다. 이 괘불과 더불어 대웅전에 꽃으로 표현된 문살이 유명하다.

특히 다보사에는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가 울면 한수제에서 사람이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아직까지 당산제를 지내는 곳 중에 한곳이 여기 경현리이다.

내려오는 길에 한수제에 눈길이 한번 더 가지는 것은 왜일까.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에 대해 생각해 봤다. 자전거만큼 세상과 나를 깊고 효율적으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 있을까. 자전거는 사람의 발이 갈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준다. 가다 힘들면 쉬고 자연을 벗 삼아 다니는 자전거 여행은 맘에 드는 곳에 멈춰 여행의 깊은 감동을 느끼게 한다. 여행길에 보다 많은 라이더를 만나게 되길 희망해 본다.

이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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