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의 지역사회

  • 입력 2011.12.15 19:04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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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를 본 적이 있는 사람?"

신문방송학과 1학년「한국언론사」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강의실을 메운 100여명의 학생 중에서 고작 4∼5명이 손을 든다. 이런 저런 이유로 졸업이 늦어지고 있는, 30대에 가까워진 남학생들이다. 여학생도 한명이 손을 들었다 얼른 내린다. '말괄량이 삐삐'를 말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삐삐는 영어로 비퍼(beeper)에서 유래한 외래어이다. 012로 시작하는 삐삐는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직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이동통신수단이었다. 삐삐를 통해 전달하는 정보는 송신자의 전화번호가 전부였다. 그 전성기는 1997년이었고 최대 1,500만 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었다. (지금도 1만 5천 명 정도가 아직 삐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삐삐가 사라진 것처럼,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휴대전화기들도 곧 사라질 것 같다.

음성통화만 하는 휴대전화기가 있었다던가, 허리가 접히는 폴더전화기가 있었다는 말을 하면 의아해 하는 아이들이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그들에게는 스마트폰 이외의 전화기를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올해 8월말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680만대라고 한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2008년에는 28만, 2009년에는 80만대였다고 하니 엄청난 증가세이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스마트폰의 생명주기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로 급격한 변화가 가져온 것처럼 스마트폰의 보급도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기술적 발전 덕분이다. 고용량 소형반도체의 개발,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초고속 전파압축기술 등이 개발되었기에 스마트폰은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의 기능이 일반적인 휴대전화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우리가 이용하던 거의 모든 전자음향영상기기를 하나로 결합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그 제조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화기, 컴퓨터, 카메라, MP3, 게임기, TV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한 전자기기들을 이동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그것들을 서로 결합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기존의 휴대전화와 다른 두 번째 기능은 다양한 위치기반 통신서비스이다. 스마트폰에는 자동차 네비게이션처럼 위치추적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자동차 네비게이션은 길 찾기 기능과 과속카메라 경고가 주된 기능이지만,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기능은 훨씬 다양하게 사용된다. 자기 주변의 음식점, 병원, 관공서 등 생활에 필요한 위치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현재 자기의 위치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이 어디 있고,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자신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넓어졌다면, 스마트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보를 보다 자세하고 편리하게 입수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은 등잔 밑이 어둡던 세상에서 등잔 밑을 환하게 밝혀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 덕분에 우리는 현재 머무르거나 살고 있는 지점에서 필요한 지역정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고 세밀하게 지역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과 경쟁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의 지역정보는 아직까지 시장수요가 집중된 대도시 위주로 축적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지도서비스만 보더라도 대도시는 주택가 뒷골목까지 자세하게 나오지만, 읍면지역은 국도와 지방도 표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버스도착시간까지 알 수 있지만, 읍면지역에서는 버스노선도 찾아내기 힘들다.

중소도시 지역주민들이 스마트폰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역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한다. 지역정부와 민간부분에서 머리를 맞대고 스마트폰시대에 맞는 지역정보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지역정보의 주요 수집망인 지역신문도 스마트폰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그것을 통해 얻는 정보는 삐삐 수준에 그치는 지역사회가 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장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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