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送 舊 迎 新)

  • 입력 2011.12.15 19:23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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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오랜 관습으로 매년 연말이면 각종 송년회 모임이 여기저기에서 행하여지고 있다.

가는 해를 마무리하고 신년을 기약하자며 그 자리엔 반드시 서로가 '∼위하여'라고 건배를 한다.

건배의 연원을 보면 나라마다 풍습, 연희, 방식에 따라 각기 달리 전래되어 왔다. 원래는 신에게 바치는 신주(神酒)에서 비롯하여 죽은 사람에 대한 종교적인 의례였으나 뒤에는 저마다의 축복을 비는 의미로 바뀌었다. 건배를 할 때 술잔을 부딪쳐 소리를 내는 것은 마음을 통하자는 암시라고 한다.

건배는 한자어로 마를 건(乾)자와 잔배(盃)자를 써서 잔이 마르도록 비운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다 마셨다는 증거로 술잔을 거꾸로 놓는 습관이 전해져 오고 있으며 심지어 술잔을 깨어버리는 풍습의 나라도 있다고 한다.

글쓴이가 한문선생이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의미를 바로잡아 주지만 지금도 간혹 서로간의 건강을 축배하자는 건강할 건(健)자로 잘못 알고 있는 분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소모임이나 가벼운 식사자리에서까지 잔을 맞대어 건배를 하면서 좌장으로부터의 건배사를 청하는 요식이 유행가처럼 번지고 있다.

어디에선가 본 내용인데 이 글에 끼워 넣는 '가십'난으로만 간주해 주길 바란다.



오바마: 오래도록 바라는 대로 마음먹은 대로.

사우나: 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당나귀: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



차라리 삼행시 풀이라면 수긍이 가는 일이지만 본뜻과는 너무 거리가 있다 보니 실로 천박스럽기 그지없다.

또 건배사를 하려는 분이 '불어'로 할 테니 여러분은 '마셔 불어'라고 외치란다.

임기웅변 식 말재주로 당장의 해학을 선물하여 좌중을 웃음 짓게 함으로서 분위기를 격상시키려는 재치쯤으로 생각되지만 이런 언행은 너무나 졸렬하고 방정맞아 나는 싫다.

국제화시대다 하여 영문 이니셜 표기방식(KB, KT...) 기업(LG, SK...)지도자(DJ, MB...)약식표기(~사모; ~사랑하는 모임) 등.

이것 또한 경망스럽고 건방저서 나는 불만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신세대들의 인터넷을 들여다보면 표준어는 저만치서 푸대접을 받고 있고 짬뽕과 풍자로 얼룩져 그야말로 시각적 꼴불견이다.(한쌤; 한문선생 / 당근; 당연한 이유)

이 땅에 우리 민족과 더불어 우리의 고운 말과 글을 생활가까이에 두고 대대로 긴요하고 친숙하게 늘 애용하여 나왔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였을까?

외래어나 국적 불명인 신조어들이 국어에 파고들어 분별없이 쏟아져 극성을 부리는 실상을 볼 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리 고유의 글이 몰지각한 어느 불한당들에게 저항 한 마디 못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무차별적으로 난도질당하고 있다는 사실 앞에 그냥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일이며 염려되는 바가 크다.

나는 기성세대이다.

주시경, 최현배, 이희승선생으로 이어지는 '우리말본'을 성실하게 익혀 나온 우리들의 현주소는 언문 일상의 생활면에서 볼 때 대단한 애국지사라고 자부하고 싶다.

그건 그렇고, 우리 모두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보내고 하얀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면서 送舊迎新(송구영신)/ 辛卯(신묘)브라보(토끼만세)라고 합창 한번 하면서 건배의 술잔을 높이 들어 '짠'하고 부딪쳐 보자. <竹>



박천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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