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域共同體의 순기능과 역기능

  • 입력 2011.12.15 20:03
  • 기자명 김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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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공동체라는 단어는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영어단어 community를 번역한 말로, 우리 고유의 말이 아니었다. 사전적 의미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이다.

세상에는 많은 공동체가 있고, 인간은 다양한 공동체에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가족, 학교, 직장, 동호회 등 그 구성원들과 친밀한 공동체도 있고, 지역사회, 국가, 민족, 종교 등 그 구성원이 수십만에서 수억 명에 달하는 거대 공동체도 있다.

인간은 공동체를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서로 보호해주고 보호받는다. 공동체는 개인에게 소속감과 유대감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게도 한다. 그래서 인간들이 가장 행복해지는 때가 바로 가족이나 이웃이나 국가를 위해 일할 때이다.

공동체는 또한 매우 효율적인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인간이 모여서 공동체를 꾸리면, 그 공동체의 힘은 그 구성원 각자 능력의 힘을 합한 것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각자 개별적으로 일을 할 때보다 함께 모여 일할 때 상승효과(synergy)가 생기는 것이다.

보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되려면 지역공동체로서의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도로건설이나 기업유치 같은 물리적 개발정책만으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가 될 수는 없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지역이라도 지역공동체로서의 기능이 발휘되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나 생활수준에서 큰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동체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그러한 부작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공동체를 통해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 비윤리적, 본능적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이다. 즉 혼자서는 하지 못할 부정적 행위를 집단의 일원으로서 혹은 집단전체가 저지르는 것이다. 인류역사에서 대부분의 전쟁은 민족이나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저질러진 끔찍한 살인행위였다. 학생집단 폭력이나 왕따도 공동체 기능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공동체는 집단이기주의라는 부작용의 근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다양한 공동체가 존재하고, 그러한 공동체는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타협하기도 하면서 공존한다. 그러나 공동체간의 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경우, 그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그런 원인 중의 하나가 집단이기주의, 즉 NIMBY(Not In My Back Yard)이다.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편의시설이 자기 지역에 생기는 것은 환영하지만, 혐오/기피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 공동체로 인해 생기는 장점과 이익은 수용하지만, 단점과 희생은 거부하는 것이다.

세 번째,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생기는 배타주의적 경향이다. 즉 그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외면하거나 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적 권리를 무시하거나 핍박해온 경우이다. 한 국가 내에서도 출신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졸업한 대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공동체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공동체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우세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만 옳고 그들은 그르다는 배타적 사고방식과, 우리의 이익만을 좇고 그로 인한 남들의 손해는 외면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지역사회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의 순기능은 그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발휘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정보와 견해가 원활하게 교류되고 반영되는 지역신문은 지역공동체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공동체의 순기능을 최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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