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의

평범한 이야기

'되찾은 금성산

그리고 변한 우리'

  • 입력 2011.12.15 20:28
  • 기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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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산을 좋아하면 마음이 어질다고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였는데 과연 이들이 다 그런가 생각해 보니 웃음이 머문다. 어쨌든 게 중에 요즘 산에 한참 맛을 들인 이 하나가 며칠 전 전화를 해왔다. 같이 금성산에 오르자는 것이다. 그런데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봄가을에는 산에 올라가 본 적이 있지만 겨울철에는 마땅히 입고 오를 등산복이 없어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씨가 추우니 다음에 가자는 핑계를 댔으나 친구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같이 오르는 일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등산약속이 생기면 옷이 걱정이고 신발이 걱정이다.

대학시절에는 일상복에 편한 신발을 신고도 애인과 북한산 중턱까지 오르내렸건만 요즘은 내가 변한 것인지 등산문화가 변한 것인지 변변한 등산복이 없으면 산에 오르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

지금은 산에 오를 때, 콩깍지 씌었던 애인이 옆에 없으니 내 마음도 그 때와 다를 것이고 산에 오르며 유행하는 값비싼 등산복 일색의 등산문화도 그 때와 달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인지 요즘은 등산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고가의 균일한 등산복착용을 비판하는 여론도 꾀 있다. 외국인들도 우리의 등산문화를 보면서 이런 말들을 한다고 한다. '이 분들 속옷은 제대로 입고 오셨나'. 등산할 때는 땀 배출이 잘되고 빨리 마르는 소재의 속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기에 우리의 패션쇼 등산문화를 뼈있는 말로 비꼬는 것이다.

그래도 다 잊고 한 번씩 산에 오르면 역시 기분이 참 상쾌하다. 왜 이 좋은 곳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 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산이다. 아무리 오르는 이의 마음이 변하고 등산문화가 변했어도 산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에 가면 좋다. 산은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산을 바라보며 올해 새해맞이 행사가 취소됐음에도 금성산 정상 노적봉을 향하는 이들은 어떤 마음 이였을지 생각해 본다. 새해를 맞아 해맞이를 하러 가기도 하고 시민의 힘으로 되찾은 금성산의 의미를 생각하며 산에 오른 이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금성산 정상은 산을 오르는 이의 마음과 다르게 출입이 통제되었다. 아쉬움 그 이상의 충격이였을 것이다.

과거 군사시설이 들어서고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던 금성산. 나주사랑시민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시민단체들의 금성산되찾기운동 결과 개방된 금성산. 그리고 매년 1월1일이면 군사시설이 있는 금성산 정상까지 개방되어 새해맞이 행사가 시민들이 준비한 잔치의 형식으로 진행됐던 금성산이 올해에는 통제된 것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이날도 역시 변한 것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말 금성산 새해맞이 행사는 금성산되찾기운동과는 전혀 무관한 단체에게 나주시가 행사주관을 이전한다. 지금까지 행사를 준비했던 단체에게 어떤 설명도 없이 단행되었다. 행사를 누가 주관하던 시민들의 잔치로 잘 만들어 주면 좋았을 것을 나주시와 행사주관단체는 금성산새해맞이 행사에 대한 참의미는 전혀 고려를 안하다보니 구제역이라는 변수에 아무 대안도 없이 행사취소를 공지하고 손을 뗀 것이다. 이들에게 금성산 새해맞이행사는 세워진 예산에 대한 집행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행사를 취소할망정 정상 개방은 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금성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지역민들의 원망을 듣게 된 것이다.

많은 지역민들이 금성산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또 금성산을 되찾은 시민운동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나주시와 주관단체가 이런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 이글을 쓰는 순간에도 고개를 들어 창가를 바라보니 오늘도 나주의 금성산은 그곳에 있고 변한 나는 이곳에 있다.







박성태

나주사랑시민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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