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한파와 구제역

그리고 육식문화

  • 입력 2011.12.15 20:46
  • 기자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 한파와 구제역으로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재앙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모두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구제역이 창궐하는 것도, 여느 겨울과 달리 강추위가 계속되는 것도, 모두 인간의 과도한 육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올겨울 혹한은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찬공기를 밀어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북극 빙하가 녹는 것은 물론 지구온난화 탓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이고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방출하는 것이 소를 비롯한 가축이다. 2006년 유엔의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의 가축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체의 18%로, 자동차 배출가스보다 더 많다고 한다.

가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 것은 인간이 점점 더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인상적인 말을 한 교수가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문학전공 청년으로서 삶의 의미를 고민하던 청년학도에게 그의 주장은 가당치 않게 여겨졌다.

물론 1970년대 후반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지금처럼 끼니때마다 고기가 올라오는 식탁은 상상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가족의 생일날이나 고기를 먹을 수 있었고, 가족끼리 외식하면 먹는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도시락에 계란부침을 넣어오는 부잣집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그 귀했던 고기를 실컷먹는 세상이 되었지만 대신 그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마이클 폴란 교수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인간이 식욕을 채우는 과정에서 파생시키는 환경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점들을 파헤친다. 폴란에 의하면 우리의 음식문화는 옥수수가 지배한다. 옥수수는 동물 사료의 주성분이고 갖가지 탄산음료를 비롯한 산업식품의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2차 대전 이후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질소비료를 이용한 옥수수의 대량생산방식은 가축과 퇴비를 토대로 하는 전통 소규모 농장의 소멸을 가져왔다. 현재 미국의 옥수수는 100년전에 비해 10배 넘게 효율적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옥수수 재배 농부의 경제적 형편은 더욱 불안해졌다. 옥수수 대량생산을 유도한 미국 정부의 농업정책은 농부들로 하여금 카길이나 에디엠과 같은 대형 농산물 유통기업의 부속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환경피해도 늘어났다. 옥수수 재배를 위해 태양에너지 대신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1칼로리 분량의 쇠고기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는 1칼로리의 옥수수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에너지에 비해 무려 25배나 더 필요하다. 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동물이다.

대량생산된 옥수수는 대규모 축산단지에서 송아지들의 먹이로 사용된다. 쇠고기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농장들은 대부분 거대 정육회사가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자란 소들은 초원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소와 달리 질병에 취약하다. 광우병이나 구제역과 같은 질병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지금과 같은 과도한 육식습관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구제역과 같은 가축전염병도 올겨울 혹한과 같은 이상기후도 예방하기 어렵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이제라도 육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아니라 부끄러워 해야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장호순 박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