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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삼 나주이야기
이현영 기자  |  midon2002@naju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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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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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금성산 다보사 자리에 옛날에는 보광사라는 절이 있었다. 그 때의 이야기다.

어떤 젊은 여자가 시집을 갔는데,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해 시집에서 많은 구박을 받다가 '절에 가서 부처님한테 빌면 자식을 낳는다'는 말을 듣고는 보광사를 찾아갔다. 그런데 갈 때 아무에게도 어디에 간다는 말을 하지 않고 그냥 혼자 보광사엘 갔다.

여자는 절에 가서 부처님께 공을 드린 후, 날이 어두워 그 곳에서 자게 되었다. 한 밤중이 되어 어떤중이 방으로 들어와 여자를 겁탈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여자가 반항하여 중은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중은 여자를 살려 두었다가는 나중에 자신의 죄가 탄로날 것이 두려워 목을 졸라 죽인 후, 밖으로 끌고 나가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젖히고 그 밑에 시체를 파묻었다. 그리고는 위에 낙엽을 많이 덮어 밑에 시신이 있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였다.

여자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행방불명이 되자 여자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여자를 찾기 위해 온갖 애를 썼으나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그 여자가 보광사 절로 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어, 그 말을 여자네 집에 해주었다. 시집에서는 여자를 찾기 위해 보광사로 갔으나, 절에서는 여자와 관련된 아무런 기척이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여자가 보광사에서 누구에게 죽임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도저히 아무 것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 때 구봉서라는 사람이 나주 목사로 부임해 왔다. 여자의 시집에서는 목사에게 상소를 했다.

'이러이러헌 사람을 인자, 절로 들어갔다는 사람, 들어가는 거를 봤다는 사람이 있는디, 행방이 없다. 그래 인자 찾아돌라'

나주목사는 아래 사람을 불러가지고 가서 염탐을 해보라 시켰다. 그러나 아무런 단서나 흔적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된 것인지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주목사는 아무리 해도 문제를 해결할 만한 가닥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많은 고민을 하며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주목사가 아침 세수를 하려고 할 즈음, 뭔 바람이 횅- 하게 불더니 어떤 나무 잎사귀 하나가 세수물 그릇에 똑 떨어졌다.

'묘허다. 뭔 바람'

뭔 소스람도 아닌데, 뭔 바람소리가 횅- 하니 나더니 세숫물에 어떤 나무 잎사귀 하나가 그렇게 떨어지니, 이상하여 구봉서 목사가 가만히 생각을 했다.

'이거 참 이상헌 일이다. 뭔 일일까?'

바람이나 많이 세게 불면 바람에 날려서 나뭇잎사귀가 떨어져서 날아올 수 있는데, 그것도 아니고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나주목사는 이것을 주워 건져놓고는, 세수를 다한 후에 이방, 호방, 영리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요것이 뭔 나뭇잎이냐?"하고 물었다. 실은 목사도 그것이 무슨 나뭇잎인지를 알 수 없었다. 이것이 보통 감나무 잎이거나 오동나무 잎 같았으면 목사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잎사귀는 목사도 보통 때 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다 모른다고 하는데 한 사람이 "요 나무 잎사귀, 요 나무가, 보광사에 가먼 이런 나무가 있다"고 하였다.

나주목사는 "그래야? 그러먼 즉시 보광사 가서, 이런 잎사귀와 같은 나무가 있나 봐라"하고 시켰다. 그런데 가서 보니 과연 그런 나무가 있었다.

목사는 보광사에 그런 잎사귀를 가진 나무가 있다는 것을 보고받자 '이것이 좌우간 절에서 사건이 난것이다. 절에서 헌 것이 된다'라고 생각하고는 이제 사건의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절에 들어간 것을 봤다는 사람은 있는데,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면 어디로 가버렸는지 혹은 도망쳤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잎사귀가 이상스럽게 내려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목사는 '아, 절에서, 이것이 절에서 좌우간 사건이 났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목사는 날을 잡아 모든 아전들을 데리고 보광사엘 갔다. 그리고는 주지를 찾아 "이러이러 해서, 여그절, 중들을 점고를 해봐야 쓰겄어. 멫 명이나 있고, 이름이 무엇이고?"하면서 "들으매, 여그 절, 절에는 중들이 전부 칼을 한 자루쓱 갖고 있단 말을 들었어. 그러니, 사실이 그러냐?"하니, 주지가 "그런다"고 하였다.

"그 칼을 뭣 헐라고 그렇게 다 갖고 있는 것이냐?"고 목사는 물었다.

"종이를 자를 쓸, 다른 일 헐 때도 칼 쓸 일이 있으먼 인자 개개인이 다 갖고 쓰라고 인자 그래서 한나 앞에 한나쓱 갖고 있제, 그렇게 갖고 있다"고 주지가 설명했다.

절에 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 중에는 소지를 올리려 하는 사람도 있다. 한지는 원래 크게 나오기에 소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이것을 작게 잘라야 한다. 때문에 절에서는 이를 돕기 위해 중들에게 각자 하나씩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게 한다는 것이다. 주지의 말을 들은 목사는 "그래야? 그러먼 여그 안에 중이 멫 명이냐?"하고 묻고는, 그 숫자를 정확히 파악한 후에 "쌱 칼 갖고 오라고 해라"하고 부탁했다. 주지가 중들에게 "절에 있는 중들은 전부 칼 갖고, 갖고 있는 칼 갖고, 전부 갖고 내려오니라"하니, 절의 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칼을 가지고 모였다. 목사가 "다 왔냐?"하고 물었다. 목사는 중들이 다 모인 것인가를 몇 차례 걸쳐 다시 확인한 후에 "그러먼 칼을, 여긋다 다 놓고 다들 가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모두들 목사의 말에 따라 그대로 칼을 놓고 밖으로 나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목사는 "와서 지 칼, 다, 찾아가라고 해라"라고 말했다. 칼 모양이 다 똑같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들은 자신들이 쓰던 칼이기에 각자 자기 칼을 잘 알아서 찾아갔다. 그런데 다 찾아 간 후에 보니 칼이 하나 남아 있었다. 목사는 중들을 불러 말했다.

"이 칼은 임자가 누구냐?"

"요 칼은 요거, 임자가 없어 안 찾어가니, 이 칼 임자가 누구냐? 갖다 놓기는 했는디, 찾아가들 않으니 임자가 있을 것 아니냐?"

"아, 그 칼, 거. 아무개 칼이라"고. 중들은 하나 같이 그 칼이 아무개 칼이라고 하였다. 목사는 "그러먼 그 사람이 어디가 있냐? 응, 오라고 해라. 데려오니라"하고 다그쳤다.

'도둑놈 지 발 저리기'였다. 그 놈이 자기 칼 찾아 갔으면 아무 일 없이 무사태평이었을 텐데, 제 발 저리니까 무서워서 자기 칼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사람을 찾으러 가보니 그 중은 보광사에 딸린 조그만 암자에 숨어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가 그를 데리고 오니, 목사가 달고 쳤다.

"네, 이 놈. 너, 과거사 바른대로 불어라. 이러이러헌 이를 니가, 그 여자 살해허지 않았냐?"

"칼을 안 찾아간, 너 왜, 칼, 니 칼 안 찾아가? 찾으러 안 온 것은 뭣이냐? 응. 니가, 도둑놈 지 발 저리기로 응, 니가 지금 뒤 저린께 못 온 것 아니냐?"

목사가 그러면서 그를 치니, 그 중은 자기가 죽였다고 사실대로 불기 시작했다.

"여자가 와서 공을 드린디, 밤에 가가꼬, 뭣이냐, 간통헐라고 헌께 안 들어서, 기냥 목 끌어서 죽여, 죽여서 저긋다 묻어부렀다"

목사가 사람들과 함께 나뭇잎을 걷어내니, 시체는 하나도 안 썩고 마치 산 사람 같이 누워 있었다. 여자가 원한이 되어서 산 사람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확실히 이 사람이라는 것을 증거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썩어버리면 그 사람인지 아닌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기에 여자는 썩지 않고 있었다.

여자가 죽은 것은 삼 년 전이었다. 여자네 집에서는 목사한테 바로 신고를 했으나, 목사는 해결할 단서를 찾지 못해 계속 미루다가 나무 잎사귀로 근거를 삼아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니까 신고를 받은 지 삼 년이 지나 목사는 살인사건을 해결했다.

구봉서라는 나주목사가 이렇게 그 일을 해결했다. 그래서 구봉서란 사람이 아주 명관이라고 이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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