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을 통해

전문적 기반을 갖춰라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

새시대의 도래와 변화하는 인재상

  • 입력 2011.12.16 11:14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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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인의 얼과 위상을 세우고 나주 발전의 기본 틀을 세우기 위하여 민ㆍ관이 함께 공동체 정신과 소양을 배우는 나주세움 시민강좌 22번째 동국대학교 조벽 석좌교수를 초빙하여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내용을 지면에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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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상이 변화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이런 시대에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67년도에 유학을 떠났는데 당시 우리 한국의 생존전략 내지 성공전략은 산업화였다.

대학원 공부를 끝내고 들어오니까 그때는 구호가 국제화였다. 94년 잠시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세계화가 구호였다. 이러한 구호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보화, 지식기반화, 글로벌 등의 새로운 개념으로 생산된다. 이런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시대는 구시대와 새시대로 구분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학생이었을 때의 성공전략과 지금 우리 자녀들이 10년 20년 후 사회에 나갔을 때의 성공전략은 다르다는 것이다. 60∼70년대 우리 부모님들의 성공전략은 아주 간단했다. 당시는 여려 명의 자녀를 낳았기 때문에 큰딸은 공장에 보내고 아들 하나만이라도 소 팔아 대학에 보내려고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성공해 혼자만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우뚝 서는 성공전략을 썼다. 80∼90년대 들어와서는 자녀를 한 두 명밖에 낳지 않으니까 아무리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어떻게 해서든 대학에 보내는 것이 성공전략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기러기 아빠가 되더라도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성공전략이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런 성공전략이 맞아떨어질까? 이 전략이 정말 자녀들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등 앞서가는 기업들은 우리가 여태까지 인재라고 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인재를 원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인재, 글로벌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인재는 먼저 세 가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이 조건을 갖추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첫 번째는 전문성이다. 흔히 전문성이라고 하면 우리는 전문지식을 생각한다. 구시대의 전문성은 전문지식과 정보를 아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문성은 그게 아니다. 새로운 시대는 평생교육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전 시대는 고3때까지만 죽어라 공부하면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였다. 하지만 평생교육시대에는 죽을 때까지 공부를 해야 한다. 이미 세계는 평생교육시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평생교육시대에 진입했다는 단적인 예를 보자. 아인슈타인은 40대 초반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퀴리 부인은 30대 중반에 받았다. 20대에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런데 작년 노벨 물리학상은 두 명의 수상자는 모두 70세를 넘겼다.

노벨상이 1901년에 시작됐는데, 통계를 보면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가 45세였다. 하지만 이후로 계속 증가해서 지금은 평균 나이가 75세다. 물리학상뿐 아니라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90세였다.

세계 최고의 천재급 인재들도 한평생 공부하고 죽기 전에야 인정받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 역시 전문가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평생 공부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이 넘쳐흐르는 정보 홍수시대에 전문성을 지녔다는 뜻은 첨단지식을 알고 모르고로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과연 내가 평생학습을 추구할 수 있냐 없냐 하는 것으로 판가름 난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한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잘 했어도 전문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평생학습은 학습에 대한 맛을 본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키우고 싶다면자녀들에게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재미있어서 몰입하는 경험을 갖게 해줘야 한다.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스스로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요'라는 말이 나올만한 경험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초중고 12년 동안 고작 30cm 앞에 있는 책만 보고 살아왔고, 일주일 후의 시험만 고민하다가 산 사람들이 갑자기 사회에 나가서 거시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일하는 글로벌시대의 인재로 발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열린 사고력을 길러라



두 번째는 창의성이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우선 무에서 유를 창출해 내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일할 때 발휘해야하는 창의성은 그런 창의성이 아니다. 누가 시킨 일을 하더라도 일을 하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결국 그 일을 주도해 나간다. 요즘 세상에 필요한 창의성은 일을 주도할 수 있는 실력이다.?창의성은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튼튼한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많이 알 필요는 없어도 기초만큼은 튼튼하게 다져야 한다. 기본이 있고, 그 기본에서 틀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창의력이지 기본도 없이 멋대로 하는 것은 창의력이 아니다.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은 파괴적 창의력이다. 이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건설적인 창의력을 길러야 한다. 둘째, 퍼지 사고력이다. 알쏭달쏭하고 모호한 상황에서도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호기심, 긍정적 마음가짐, 도전성과 모험심 등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빼줘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어도 일을 주도해나갈 수는 없다. 또 하나는 정답에 대한 신봉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정답이 있는 문제는 별로 없다. 이미 존재하는 정답을 찾아낼 때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 창의력은 정답이 없을 때 발휘되는 능력이다.

미시간 공과대학에서 20년 교수생활을 하면서 혁신센터 소장을 지냈다. 그 센터의 임무는 학교에 창의성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장이 됐을 때 미국에서 특허를 가장 많이 등록한 회사에 일주일 동안 파견을 간 적이 있다. 그 회사는 한마디로 창의력이 넘쳐흐르는 곳으로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 15%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하게 했다. 낮잠을 자도 되고, 밖에 나가서 사우나를 하고 와도 되고, 골프를 쳐도 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맞는 생각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 가끔은 이렇게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나중에 해야지' 하고는 뒤로 미루게 된다. 그러나 한번 미룬 일은 영원히 못하게 된다. 그런데 그 회사는 직원들 머릿속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때 미뤄 놓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시도해 볼 기회와 찬스를 주는 것이었다. 바로 여기에서엄청난 창의력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실패할 각오로 하고 싶은 일을 즐겨라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총수들이 현장에서 인재들을 채용해서 써 본 결과 우수한 인재를 키우려면 놀려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여유를 많이 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최고의 인재로 키우려면 즐거움을 맛보게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한국은 아직까지 이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초중고 다니는 동안 평균 1백만개의 문제를 푼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문제들이 다 정답이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데는 도사들인데, 정답이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할 줄 몰라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답이 있는 문제가 많지 않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우리 학생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도사급이란 말이다.

그런데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학생들이 지닌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격려해주고, 창의력 자체를 존중해주는 어른들이 옆에 있어줘야 한다. 바로 여러분들이 창의적이어야만 우리 자녀들, 학생들이 창의적일 수 있다.

창의성은 곧 모험심이다. 아이디어 100가지를 내서 한 개만 맞으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창의성이다. 그렇다면 99번 실패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이 모험심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다. 한국에서는 우수한 학생일수록 공무원 아니면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 청소년들도 공무원이나 의사만을 꿈꿀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주입식 교육이 문제라고 하는데,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의 꿈마저도 주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왜 우리 어른들은 자녀들에게 일방적인 꿈을 주입시킬까? 구시대에는 물질적 빈곤시대였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 하다가는 자칫 굶어 죽을 수 있는 시대였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 학생들이 살아갈 시대는 물질적 빈곤이 아니라 정신적 빈곤의 시대이다. 정신적 빈곤의 시대는 하고 싶은 것을 못할 때 죽을 수 있는 시대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을 만나 보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마음에 들지도 않는 대학, 자기 적성과 전혀 관계없는 학과에 들어가서 4년을 보내고 나니까 졸업을 해도 실력이늘지 않고 취업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혹 취업이 돼도 시키는 대로만 하니까 죽을 맛이다. 한국의 20대 자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정신적 빈곤이 심각한 지경이다.꿈이 없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은 이미 정신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태다. 하루빨리 그들을 정신적 빈곤에서 구해내야 한다.

글로벌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꿈이 있다. 그 꿈은 머리로 따지고 이해타산으로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지니는 것이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지옥문 앞까지도 가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이 바로 꿈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런 자세가 필요하다.

예측불허하고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실수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수하고 실패했다고 주저앉고 포기하고 좌절하고 절망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정신적 빈곤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실수하더라도 툴툴 털어 버리고 다시 도전하고, 또 도전해서 끝내 성공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바로 모험심과 긍정적 자세로 창의성의 핵심요소이다.



남과 더불어 사는 능력을 길러라



마지막 세 번째는 인성이다. 인성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음가짐, 자세, 습관이지 무슨 실력일까 하겠지만 인성도 실력이다. 약 7년 전에 우리 학과에서 새로운 교수를 뽑는데, 선발위원으로 참여한 적이있었다. 수 백 명의 지원자 중 딱 3명을 선발해 면접을 보게 됐는데, 선발위원 한 명이 한 후보자를 지적하면서 "이 사람은 안 됩니다" 하는 것이었다. 우연히 복도에서 그 후보가 정수기 앞에서 물을 마시다가 정수기에 가래를 뱉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사람과는 절대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후보는 전문성과 창의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인성 때문에 세계 최고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인성은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실력이다. 인성은 머리로 알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학습으로 얻어지는 학습의 결과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오랜 학습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에 실력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렇다면 인성도 실력인 것이다. 실력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인성도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고, 저절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인성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서비스산업시대에 필수적인 능력이다.서비스산업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볼 수 있는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 주도해 나가는 산업이다. 인성은 그저 남의 말 잘 듣고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능력이 바로 인성이다.

또한 인성은 리더십이기도 하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리더십이 서번트리더십 즉, 섬김의 리더십이다.산업화시대에는 사회가 수직적 조직이었다. 그래서 장군 같은 사람들이 리더였다. 하지만 지금은 수평적시대, 네트워크시대이다. 이제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진정으로 베푸는 사람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물질적 빈곤시대의 베풂은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희생이 요구됐다. 그러나 정신적 빈곤시대의 베풂은 빈곳을 채워주는 것, 남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것이다. 이런 것은 주고 또 줘도 없어지지 않는다. 희생도 없다. 그래서 정신적 빈곤시대의 베풂은 리더십이다.

한국의 시대 대비한 '천지인'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지금까지 세 가지로 요약을 했다. 전문성은 일에 대한 실력이다. 창의성은 일을 주도해 나가는 실력이다. 인성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실력이다. 이 세 가지를 합해 글로벌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표현하면 '천ㆍ지ㆍ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성이란 땅(地) 같이 단단한 전문적 기반을 뜻하고, 창의성이란 하늘(天) 같이 활짝 열린 사고력을 뜻하며, 인성이란 남과 함께 더불어 사는 능력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 '천ㆍ지ㆍ인 '을 배출해야 한다.

나주에 많은 '천ㆍ지ㆍ인'이 나와 서로 행복을 베풀고 한국의 좋은 모델 돼 주길 진정으로 바란다.

조벽(동국대학교 석좌교수)



이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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