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것과 행복

  • 입력 2011.12.16 11:14
  • 기자명 김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3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10.7%이다. 65세 이상 농가 인구의 비율은 34.2%에 달한다. 서울시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6%가 월 소득이 없고 22.2%가 매월 5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5.3%가 스스로를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문제(44.5%)와 건강문제(31.0%)였으며 정부로부터 기대하는 복지서비스는 건강검진(36.2%), 간병서비스(17.7%), 취업알선(16.1%) 순이었다.

우리 시대 노인들의 모습은 결코 행복한 그림이 아니다. 그런데 세계최고의 시사경제 주간지인 영국의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지난해 12월 18일자 표지기사는 '노령화의 즐거움(The joy of growing old)'이었다. 세계 여러나라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 따르면 인간은 중년기인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에 가장 덜 행복하고 그 이후 다시 행복감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인간은 평균 46세에 가장 불행하다고 느끼고 이후 다시 행복감을 되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인간은 늙어가면서 다시 행복해 지는 것이다.

노인들이 행복감을 되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은 인생을 사는데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깨닫게 된다. 그래서 노인들은 적게 싸우고 갈등해소도 더 잘한다. 노부부일수록 부부싸움 횟수가 줄고 젊어서 끊임없이 다투던 이웃도 나이가 들면 다정한 이웃이 된다. 인생의 종말이 더 가까이 있기에 자신이 살아 있는 현실을 더 감사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노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힘든 사회이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로 지금의 노인세대들은 행복한 노년을 보낼 준비를 못했다. 그들은 일제식민지, 해방직후의 분단과 6ㆍ25전쟁, 군사독재와 산업화라는 치열한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늘 생존의 위협 속에 시달려야 했던 그들에게는 노년을 위한 준비나 투자를 할 여유가 없었다.

두 번째 요인은 사회구조변화이다. 노인은 곧 무능력자를 의미하는 세상으로 사회구조가 바뀐 것이다. 지금의 노인들이 태어나서 성장한 시기는 일제식민지와 산업화 이전의 한국사회는 농경사회였다.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이 청년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농사일 경험과 농지 소유로 인해 노인들은 죽을 때 까지 자식들로부터 공경을 받았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달라졌다. 60대가 넘으면 일터에서 밀려났고 평생 닦은 기술과 능력은 쓸모없이 폐기되었다. 정보화사회가 되면서 경제적 퇴화 연령은 40대 이하로 더 낮아졌다.

세 번째는 노령화에 대한 불안을 자극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늙는다는 것은 추해지고 무기력해진다고 각인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젊게 보이는데 혹은 젊은 것처럼 착각하는데 돈을 쓰게 만든다. 각종 성형수술이나 노화방지 화장품과 같이 사람의 외모를 변형시키는 산업에서부터 최근의 아이돌 그룹과 같은 연예오락 산업까지 노령화에 대한 공포로부터 잠시나마 도피하고픈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다. 늙었다는 것 혹은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늙어가는 것이 좋고 반가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늙어가는 것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다.

경남 통영에 있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 가면 이런 싯귀가 새겨져있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장호순 교수
저작권자 © 나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