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을 보고나서

  • 입력 2011.12.16 11:14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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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전도유망한 작가를 죽음으로까지 내 몰았나.

기자는 며칠 전 단편영화 '격정소나타' 연출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최 아무개 씨가 월세로 살고 있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라디오를 통해 들었다.

매일 접하는 사망에 관한 내용이지만 다른 기사와 달리 내 가슴을 한참 동안이나 먹먹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어려운 생활고 소식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 자신이 살던 주택의 또 다른 세입자의 집 문 앞에 붙여 놓았다던 쪽지 내용은 너무 슬프고 또한 화나게 만들었다. 쪽지에는 "그 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서의 수사관계자는 그녀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가 수일 째 굶은 상태에서 치료도 못 받고 냉방에서 쓸쓸히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를 접한 그날 여러 사람을 만나 애기를 나눴다.

어떤 사람은 '얼마나 못났으면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을까' '집에라도 연락을 했더라면' '가까운 친구하나 없나' 는 등 죽은 사람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오죽 힘들었으면 옆집에 쪽지를 붙였을까' '사회가 참 팍팍해' 사회문제로 보는 다양한 시각을 나타냈다.

가십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배고픈 사람들을 먼저 탓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속에는 "배고프면 알바라도하지 오죽 게으르면...."라는 것이 이유였다. 연극하는 지인을 몇 안다. 그 친구들은 열정적으로 살아가지만 배고프다. 그들이 게을러서 배고픈 것일까?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을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최 작가의 죽음으로 애도를 표하는 이들을 비롯해 젊은 작가들의 생업을 보장해야한다는 영화업계의자성까지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적용할 최저임금제, 기본 사회 보험, 기본적 노동권, 기본적 교섭권 등이 논의되고 현실화 돼야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최저 생존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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