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비닐하우스 안의 똘레랑스

  • 입력 2011.12.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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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잘 쓰는 글도 아니였지만 학생시절 일주일이면 수없이 많은 글들을 뽑아냈다. 그 시절에는 글밥먹는 것도 생각을 해보았으나 머리(사상)와 몸(글)이 따로인 많은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다른 업을 택했다. 그리고 나주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한 기회에 글을 다시 썼는데 그 무렵 썼던 글의 제목이 ‘비닐하우스 안의 똘레랑스’였다.

작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식물의 습성에 따라 북쪽과 남쪽 놓는 위치를 달리하고 주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등 여러 환경을 맞춰주면 모두 잘 자랄 수 있다. 그리고 결국은 예쁜 꽃 농장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해야 안정적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글을 쓴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지역사회에 이 내용은 유효해 보인다.

극심한 갈등을 보이는 나주. 서로가 헤게모니 싸움을 넘어 양립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한쪽이 살아져야 한쪽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갈등이 가져오는 순기능도 많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지역에서 대립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공산화훼단지 그리고 최근의 공무원 인사문제. 모두 갈등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이다. 갈등으로 협력된 결과물을 만들고 그것이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고 또한 갈등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밟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우리 나주는 이러지 못하고 갈등을 갈등으로 끝낸다.

최근 인사의 문제를 잠시 살펴보면 나주시장의 인사권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얘기해야 한다. 단체장들의 정치철학을 반영한 코드인사도 역시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다만 인사가 ‘원할한 정책 실현을 위한, 지역발전을 위한 것이였는가’를 중심에 놓고 갈등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 갈등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사는 부끄럽게도 나주시장이 공무원조직에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주시장으로서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을 택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힘으로 다스리는 것이다.

왜?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오래된 소통의 부재가 이곳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한국사회가 지불하는 사회적 갈등비용이 한 해 300조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우리지역도 오래전부터 한 몫을 하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보면 수준이 낮은 정부 때문에 불신이 발생하게 되고 정부와 국회 등 정치주체들의 소통능력이 부족해 갈등이 양산된다고 한다. 이를 우리지역사회에 적용해도 특별한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정치세력 모두가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다.

소통과 함께 나주에 부족한 것은 인정이다. 서두에 밝혔듯 서로를 인정하고 가야한다. 서로서로 지역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여기고 갈등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나의 잘못이 있다면 이것 또한 인정하고 가야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니 사과도 없고 반성도 없고 사회적 책임도 없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발전이 있겠는가. 누가 과연 지역발전을 위한 화두를 던지고 소통하자고 이야기 할 수가 있겠는가.

많은 이들을 내 작은 비닐하우스로 초대해 같이 물도 주고 꽃도 만지며 나주의 똘레랑스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을 하루빨리 바래본다.



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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