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솔방울을 건들기도 하고, 나뭇가지들의 숨소리에 머물러 잠시 햇살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봄은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가의 모습 같다.
금성산 다보사에서 내려오신 듯 보이는 보살님 두 분이 나물 캐는 모습이 한가롭다. 연인 같은 꿩 두 마리가 나무에서 후다닥 소리를 내며 몸을 감추는데 그 오묘한 색깔과 몸놀림이 아름다워 발을 멈춘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것들을 녹여 내리느라 햇살도, 길을 닦는 내(川)의 흐름도 함께 분주하다.
山은 늘 새롭다. 깨우치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계절마다 하나씩 둘 씩 새로이 담고 가게 한다.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기위해 인간은 끊임없이 문명을 발달시키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그 시간과 공간속에서 압사하기도 하며 한 치 앞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하는데, 자연은 묵묵히 제 시간을 지켜가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래서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자연에게 답을 물어 볼 수 있는 것 인지도 모른다.
다보사 쪽으로 오르는 산길이 질퍽거리지 않는 토사로 포장이 되면, 느낌이 더 좋아 금성산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 될 것이라는 여운을 물고, 쭈뼛쭈뼛한 솔잎 아래 사이 길로 내려섰다.
통나무로 만들어진 계단들을 한발 한발 내려딛으며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내 안의 언어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본다.
작은 풀잎들이 고개 들듯, 내 안에 깃들어 있는 모국어의 혼들이 고개 들게 하는 시간이다. 눈을 뜨면 일어나는 혼란과 청년실업, 아파트 전세대란, 물가폭등이 주는 서민생활의 어려움들 속에도, 봄이 차오르듯 훈훈한 소식들이 들려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