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삼의 나주이야기

  • 입력 2011.1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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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산 아들이, 차암 영리했어요. 그런디 말을, 서(혀)가 짧어. 서가 짧어서 말이, 발음이 지대로 안 되야요. 서 짧은 소리를 헌다 그 말이요.

그런디 윤고산 큰아들이, 어째 쫌 한가허던가 어쩌던가. 가만히 생각해본께, 나주고을 가서 양반이 많이 산다 허더라. 나주고을이, 참 양반 아조, 막 담어다 붓은 디요. 나주 관향을 쓴 성씨가, 아마 칠팔 성씨가 될 것이요. 나주 정씨라 할지, 나주 임씨라 할지. 나주 나씨라 할지 또, 나주 김씨라 할지 나주 박씨라 할지, 요렇게 해서, 한 팔구 성(姓)이 되야요. 나주, 나주 본(本)을 쓰는 성씨가. 이렇게 말허자먼 양반이, 말허자먼 많이 사는 디다 이것이여, 나주가. 또 전라남도뿐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정승이 일곱 난 고을은 나주밲에 없을 것이여. 정승이, 이 한 고을에서 일곱이 났어, 이조 시대에. 그래서 말허자먼 목사고을이라고 허고.

아, 윤고산 큰 아들이 가만히 생각해본께, 심심허고 그런께 인자 나주고을 가서 양반들이 많이 산다더라 그런께, 나주 사는 양반들이 어트게 행색을 허고 사는가, 한 번 구경해봐야 쓰겄다 허고는. 그런디, 나주 가서 임씨 박씨가 많이 살고, 거그서 인자 참 잘 되고, 행세허고 산다더라 해서 저, 회진을 딱 들어왔어, 여름인디. 여름에. 동네 앞에 가, 우상각이 있단 말이요. 우상각, 쉬는 디.

한낮인디, 거그를 따악 들어간께 젊은 청년들이 모도 모타 안거서 인자 장기를 두고 헌단 말이요. 그런께는, 그 윤고산 아들이 인자 거그 가가꼬는, "아이갸. 참 쉬여개였다" 좀 쉬어가야 쓰겄다고잉, 이리 서 짧은 소리를 해.

그러고 인자 딱 걸터 안거. 안근께, 아, 장기 두는, 그 동네 청년들이 돌아본께는. 이, 무슨 놈이, 서 짧은 소리를 허거던. 그런께 웃을 것 아니요? 우서울 것 아니요? 그런께는, 이 사람들이 장기를 두며 그 사람 숭을 내. 윤고산 아들 숭을 내. '장군 받자.' 소리를, "짱군 바짜, 짱군 바짜."

요렇게 숭을 내, 인자. 그렇게 숭을 내먼서 장기를 뒤어.

그래 윤고산 아들이 가만히 생각해. '아, 저것들이 내 숭 내구나.' 이러고는, 뭐라헌고이는, "아야, 여기도 나 같은 양반이 많이 있쪄이잉."

'자기 같은 사람이 많이 있다.'고. 아, 자기 같이 말, 서 짧은 소리를 헌께.

"여기도 날 같은 양반이 많이 있쪄이잉"

그 사람들이 들어본께, 니미. 자기들도 인자, 서 짧은 사람, 병신 취급을 허거던. 윤고산 아들이. 그러 안 허요? 그런께 말허자먼, 거그 와서, 누군지는 몰라도 와서 말, 숭 잘 못냈다가 오히려 되 당했어잉. 그런가 보다 허고. 가만히 생각해본께, '저 사람이 어서 왔는고?' 허고는, 물어봤어.

"당신 어서 왔소? 어디서 사시오?"

헌께, "나 해남 사요, 해남 윤가요"

그러거던. 인자,

"해남 사는 윤간디 인자, 내 아버지, 자는 선(善)짜 도(道)짜고, 호는 고산(孤山)이라"고. 그런께 다 알지러이, 그 사람들도. 인자 그런께,

"그래야"고. 가만히 생각헌께, 저그, 회진 청년들이. 저것을 어트게 말을 붙여가꼬 쫓아부러야 쓰겄거던.

그런께는, "그러먼 해남 윤씨들이, 그 곳 양반 행세나 허고잉 그렇게 사는디, 어트게 허고 사요?"

"그 뭣을, 어트게 허고 살어라? 잘 사는 사람은 배불리 밥 묵고, 못사는 사람은 굶고. 이렇게 산다"고. 그런께,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여그도 잘 사는 사람은 배불리 밥 묵고 못사는 사람은 굶기도 허고 그저 죽도 묵고 산다고"

"그런디 그것을 묻는 것이 아니라, 그 농사는 어트게 모도 짓냐? 누가 짓냐?"고.

"농사는 남자들도 허고, 모도 뭐 농사 지으먼 바쁘니까 여자도 가서이, 밭도 보고 모도 숨고"

아둔허니 그렇게 해, 말을 해. ‘모도 숨고, 같이 모도 이렇게 일 헌다’고. 그런께.

"그랴"

하먼서 인제 거그 사람, 청년들이,

"에잇. 어디 가서 여자들이 들에 가서 일 허고 그런다냐?" 고,

"그러먼서 어디 양반 말 듣겄냐?" 고.

"워디가 그런 것 있더냐?" 고. 그런께, 고산 아들이 뭐이라고 묻는고이는,

"그러먼, 댁들은 어트게 허고 사요?"

허고 물어. '댁들은 어트게 사요?' 그러니께 뭐이라 헌고이는,

"아, 우리는. 참, 머심 디리고, 모도 농사일은 종들 시켜서 일구라고 짓고, 그렇게 허고 일을 해. 여자들이 어디 가서 밭 매고 모든 일을 맬 꺼냐?"고.

"그러먼 여자들은 뭣 하요?"

그러거던. 그런께. 뭐라헌고이는, '뭣 하요?' 그런께,

"아, 여자들은 조식에 밥해 묵고 인자 여자들은 곱게이, 몸단장허고 고운 옷 입고잉, 집 안에서 왔다갔다 허고, 인자 손자, 애기나 키우고. 이렇게 차암, 이렇게 아조 분단장허고 이렇게 인자 산다"

고. 그런께, 뭐라고헌고이는. 우스운 말이 나오요잉,

"아여, 좃꺼요"

그러거던. '좃꺼요' 소리, 뭔지 아요? 응, 그 소리를 해. 그 말을 그럴 듯, 그렇게 허요. 조오케 분단장허고잉, 이렇게 탓치허고 있다고 헌께.

아, 그런께. 아이, 그 청년들이, 욕을 되게 얻어 먹었거던. 아, 그런다고, 명색이 해남서 온 윤고산 아들이라는디, 그런다고 기냥 욕을 퍼붓고 행패도 못허겄고. '하, 저것을 어트게 쫓아부려야 쓰겄는디, 어트케 해서 쫓을고?' 인자, 그 생각허고 있단 말이요.

"그러먼. 아이, 모도 저, 선영들의 지사는 어트게 지내냐?"

고. 제사이? 지사 일은 벌쳤잖어. 그런께,

"예에. 잘 사는 사람은 걸게 잘 해놓고, 못사는 사람은 밥 한그릇 물 한그릇 그렇게 떠놓고 절허고 그러요"

"그래야."

고.

"아이, 그러먼 축을 안 읽냐?"

고 그러거던. '축을 안 읽냐?'고. 축, 제사 지낼 때 축 안 읽소잉?

그런께, 그 윤고산 아들이 그 사람, 최한락이만이로 보통 사람이 아니였던 모양이여. 그만헌께 나주고을 양반들 어츠게 사느냐, 사는가 보자 허고 왔제. "축이 뭐찌라우?"

그래. '축이 무엇이냐?'고. 축을 모를 것이여? 그 놈, 말꼬리 붙여서 인자, 늘 욕을, 욕을 인자 헐라고.

"아이, 축도 모르냐?"고.

"거, 지사 지내먼 축도 읽고 그러자, 웅, 허는 것이제. 지사 지내먼서 축도 안 넣고, 축도 모르먼, 그 어디 가서 양반들이라고. 응, 행실을 그렇게 해서 되겄냐?"

헌께,

"그러먼 축이 뭣이요?"

그런께,

"아, 제사를 딱 차려놓고 인자이 이렇게, 인자 말허자먼, 삼헌관이 있는디. 초헌이 인자 큰 아들이 이렇게 절을 허고 헌디, 이렇게 축을 써놓고 축을 읽는다."

고 그런께,

"축은 어트게 읽는다오?"

'어트게 읽는다오?' 그래. 윤고산 아들이 아주 전혀 모른듯기 허고.

"아, 유세차 인자, 그 햇머리 인자 그렇게 그, 간지를 허고"

이렇게 올 같으먼

"무인년인자잉, 멫 월 무슨 무슨 사이. 이렇게 허고 인자, 효장 고자 고장 고자 인자 효자유 감수허고 인자 아부지 같으먼, 현학생부군도위 인자 누구 누구 어쩌고 어츠게 해서, 끝에 가서 상향, 허는 것이라"

고, 축 끝에 상향 그러 안 허요잉?

그런께, 윤고산 아들이 뭐라헌고이는,

"상향허먼 어쩐다우?"

그 뜻을 모르듯기 물어. 상향허먼, '상향이란 말이 뭔 말이라우?' 그런께,

"상향허먼, 신이 다아 거진 지사 잡숫고 가는 것이라."

고. 응, '조상들이 가는 것이라.'고 그런께,

"에이, 그러먼 가야것다."

알겠지라이? 뭔 말인지 알겠지요잉? 그 사람들 조상이 되아부렀제. 상향허먼 가는 것이란께. '어, 그러먼 나, 가야겠다.'고.

회진, 젊은 청년들이, 그 사람헌테 욕을 직싸케 얻어 묵었어.

사람 의견이 그렇게, 참, 거 보통 의견이요, 거? 재미있지요? 이애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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