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너무 긴 나머지 주민들이 시장과 실질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불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선 5기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주민과의 대화 방식에 대한 문제점은 계속 지적돼 왔다. 하지만 취임 후 격식과 절차 등 의전을 탈피하고 진솔한 대화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고 하던 임 시장에게 달라진 '주민과의 대화를 기대했었다.
별반 다를 바 없이 이번 역시 시정홍보와 형식에 치중된 의전 등으로 행사 시간을 대부분 할애하면서 '주민과의 대화'라는 본질을 흐리게 만들었다.
지난 23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송월, 금남, 성북동 주민과의 대화'에서 보듯이 10시에 시작된 행사가 내빈소개, 시정홍보 등이 끝나고 11시 15분이 돼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주민과의 대화를 시작하면서 임 시장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라고 첫마디를 던졌다. 정작 본인이 너무 말을 많이 한 탓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듯 했다.
결국 이를 듣고 있던 한 주민은 "시장이 너무 말이 많다"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같은 날 오후에 진행된 '영강, 영산, 이창동 주민과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3시에 시작된 행사가 4시 20분을 지나고서야 주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의 경우에는 3개 동지역을 한꺼번에 실시했기 때문에 '주민과의 대화'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런데 정작 주민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 많은 시장만 주인공이 됐다.
입 보다는 귀를 더 많이 사용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말은 아끼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다.
시장 얼굴을 직접 보고 이야기 할 기회가 거의 없는 주민들로서는 금쪽같은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하나라도 더 듣기 위해 자신의 입 보다는 귀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주민과의 대화'가 그저 형식적으로 모양 갖추는 일에 그치고 시정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전시행정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당할 수도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남은 임기동안 진행될 '주민과의 대화'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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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