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십자가를 진실로 지키려는 이들에게

  • 입력 2011.12.16 15:44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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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임의 세력을 향해 선한 싸움을 싸우려고, 십자가 지러 예루살렘으로 올라간 나사렛 청년 예수의 처절했던 마음을 생각하는 계절입니다. 부활주일 전, 주일을 뺀 40일간을 사순절 기간으로 정해 놓고 절제와 헌신, 자기비하와 이웃사랑을 위한 영성훈련 기간입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타락상은 목불인견(目不忍見)입니다. 한기총 회장 선거전에서 10당(當)

5락(落)이라니, 하나님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 것인가? 수십억의 돈거래가 오가는 교단총회장 선거판이라면, 주요 기독교단, 노회와 그 부속기관들은 오죽 하겠는가?

교회는 가난한 자들이 마음 편하게 오는 곳에서 변질되었고, 중산층과 부자들의 사교장이요 복빌고 처세하는 장소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1970년대 농민, 노동계층의 희생으로 일으킨 산업화 덕분(?)에 반사이익이 한국교회에 들어오게 됩니다. 대형교회, 매머드 집회, 기복신앙, 귀신축사, 저질은사운동, 한기총의 권력지향과 부패, 청년 그리스도인의 역사의식 실종, 평화통일신학의 부재, 민중생존권운동 경시풍조, 온갖 선거에 금품수수, 요구 등 짭짤한 종교시장의 거간꾼 집단의 등장,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보세력의 퇴조 등으로 한국교회은 세속주의에 깊히 물들어 있습니다.

어떻게 한국교회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요?

역사의 예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요? 예수님처럼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서, 하나님나라의 정의, 평화, 이웃사랑, 나눔, 섬김, 겸손의 삶을 역사현장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 운동이 아닌가요? 전도는 예수란 이름을 전함과 동시에 예수님의 인격과 삶을 동시에 전하고 그 분의 삶을 이 땅에서 살도록 전도하는 것이 참 전도이지요.

한국교회는 보이는데 예수가 안보인지 오래 되었습니다. 복음은 교리로 굳어져 버렸고, 신앙은 고백만 있습니다. 온 우주적 삶, 작은 이웃과의 구체적인 사랑의 관계의 삶이 거의 부재한 교회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소수의 '한국기독교 연합(KNCC)' '예수살기운동' '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운동' '농민목회자운동' '건전한 보수교단의 시민사회운동' 등의 기운이 그래도 이 땅에 희망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엄정한 현실적 비판 위에 신학의 개혁- 좀더 실천적으로 말입니다. 타종교와의 보편적 진리교감 및 친교, 실사구시적(實事求是的) 교회운동, 목회자 예언자 운동의 활성화 등 등의 방안이 생각나네요. 전투적 전도보다는 보다, 정서적 ? 실사구시적 전도와 실천, 고난의 현장에서의 전도, 평화통일 운동이 전도의 가장 큰 영적 실천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李相和)의 시가 생각납니다.

1926년《개벽》(開闢)에 발표되었다. 작자의 반일(反日) 민족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지요.

비록 나라는 빼앗겨 얼어붙어 있을 망정, 봄이 되면 민족혼이 담긴 국토, 즉 조국의 대자연은 우리를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국토는 일시적으로 빼앗겼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몸부림, 즉 피압박 민족의 비애와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담고 있는 민족시이지요. 일제시대 이 시를 읽으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던 선인들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상략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하략)



빼앗긴 복음을 되찾아야 합니다. 희망은 있습니다. 예수님을 진실로 바라보고, 그의 삶을 역사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지요.

생태의 파괴, 원자로의 위험, 4대강의 생태위기, 남북의 전쟁위기, 동북아의 평화위기, 민중생존권의 위기에서 우리 모두 가난한 마음으로 돌아가서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고, 머리 맞대고 대화하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 이웃을 살리고 대동세계,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 가야 진정한 부활의 계절을 맞게 될 것입니다. 함께 죽임의 문화를 극복하고 살림의 세상, 이 역사의 현장에 부활의 계절이 먼저 오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모아 봅시다.



김병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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