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지역언론

  • 입력 2011.12.1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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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은 국회의원 3명, 도지사 1명, 시도의원 4명, 기초의원 10명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실시되는 선거이다. 그런데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는 선거가 전국단위 선거의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이번 선거를 앞으로 다가올 대선과 총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은 다양한 경로로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선거유세를 들어 보기도하고, 후보자들이 배포한 유인물도 훑어보고, 주변사람들의 여론도 탐색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선거정보 입수 수단은 신문과 방송이다. 17대 대선 직후 유권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후보자를 인지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준 수단으로 TV토론/방송연설이 37.3%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언론보도로 25.6%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가장 충실히 제공하는 언론매체는 전국언론이 아니라 지역언론이다. 해당 지역의 주민을 위해서 그 지역의 사람들이 만드는 언론이다. 지역언론은 그 지역을 대표할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소상하게 알려준다. 선거 후에는 과연 그들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지키고 있는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지 판단해주는 매체도 지역언론이다.

정치인의 입장에서도 지역언론은 매우 중요하다. 지역언론이 부실하면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은 효과적으로 자신의 능력이나 자신의 정견을 지역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없다. 한정된 중앙언론의 지면을 통해서 자신들을 지역구민들에게 알리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지역정치인들이 중앙 일간지 사장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이유이다.

민주화 이후 선거공영제가 도입되고 미디어 선거가 활성화되면서 선거문화가 한결 깨끗해졌다. 특히 후보자들과 유권자들간의 교류 기회를 넓힌 선거 TV토론의 등장으로 선거문화가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TV토론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후보를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에서는 효과를 보이지만, 전국 각지에서 각기 다른 후보를 뽑는 지방자치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무기력해진다. 지역방송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역사가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선거는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학습하는 기회이다. 선거가 거듭될수록 한국언론의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지역언론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지역선거를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보도하는 지역언론이 깊은 뿌리를 내릴 때, 진정한 선거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다.



장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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