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이유

  • 입력 2011.12.16 15:55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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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하는 2011년도 우선지원대상 지역신문이 지난 4월 21일 발표되었다.

지역일간지 30개사와 지역주간지 51개사이다.

전국적으로 현재 발행되고 있는 지역일간지는 80여개, 지역주간지는 470여개로 추정되므로 전체 지역신문 중 15%만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우선지원을 받는다.

한국의 열악한 지역신문 현실에서 우선지원대상 신문이 되기는 그리 녹녹치 않다. 발행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휴간 등으로 정기발행을 하지 못한 신문 등은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지면의 광고 비중이 50%가 넘는 생활정보신문이나 직원들이 신문운영상 불법행위에 연루된 지역신문들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우선지원대상 신문사의 선정기준은 재무건전성과 편집자율권의 보장여부이다. 신문기업으로서 경영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언론으로서 그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어야한다.

재무건전성을 지원기준으로 정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 지역신문의 난립을 부추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편집권 보장 기준은 경영은 안정적이지만 언론으로서는 미흡한 지역신문을 제외하기 위해서이다. 지역유지나 정치지망생들의 정치적 투자수단으로 이용되는 지역신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올해 지원액은 124억 원으로 모두 정부예산으로 출연한 지역신문발전기금에서 나온다. 2004년 이후 작년까지 지원된 금액은 900억원이다. 우선지원대상 지역신문들은 신문지면개선, 경영합리화, 유통구조개선, 교육 및 연수 등의 분야에 지원을 받아 왔다.

2004년에 제정된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6년 시한으로 제정된 법이었으나 지난해 6년 연장안이 통과되어 2016년까지 효력을 발생한다. 지역신문지원법을 한시법으로 제정한 이유는 불가피하게 정부의 지원을 받지만 조만간 정상적인 언론으로 독립하라는 취지였다.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법제정 당시에는 지역신문과 정부간의 권언유착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신문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언론으로서 정부비판이나 감시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지원법이 제정된 것은 지역신문의 열악한 현실의 원인제공자가 정부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지역신문이 매우 부실한 국가이다. 그로 인해 지역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지역 간의 균형적 발전 등 선진국으로서 갖추어야 할 국가적 기본 소통망이 갖춰지질 못했다. 국가적 현안에 대해 다양한 지역의 여론이 고루 반영되는 언론구조가 아닌 것이다.

특히 섣부른 지방분권은 오히려 지방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사회내의 정보교류나 여론수렴을 담당하는 신뢰도 높은 지역언론매체가 없으니 지역사회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지역현안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지역신문이 부실한 원초적 원인은 식민지 지배에 있다. 일제 식민지 36년 동안 한국사람들은 지역신문을 읽을 수 없었다. 3ㆍ1운동이후 일제가 허용한 조선일보, 동아일보, 조선중앙일보 등은 모두 서울에서만 발행이 허용되었다. 그렇다고 당시 지역신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의 경성일보를 비롯해 부산의 부산일보, 평양의 평양매일신문, 신의주의 압강일보 등 무려 25개의 지역일간지들이 전국에서 발행되었다. 한반도로 이주한 당시 30만명 정도의 일본인들을 위한 일본어신문들이었다.

해방후 전국적으로 지역신문이 크게 늘어났지만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지역신문은 다시 권력의 통제 하에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특히 풀뿌리 지역주간신문은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1987년 민주화 운동이후 지역신문의 자유로운 발행이 다시 허용되었만, 반세기 이상 권력의 압제 하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지역신문은 이미 탄탄한 기반을 다진 중앙일간지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은 한국의 굴곡진 과거사에서 부당하게 억압받은 지역신문에 대한 보상이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필수적인 기본적 국가적 소통구조물이다. 정부가 멸종시킨 지역신문을 정부가 다시 소생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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