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의 의미

  • 입력 2011.12.16 19:01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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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이 주요 국가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대학생 단체들이 시작한 등록금 인하 투쟁이 주요 일간지의 1면 기사가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곧 있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도 나서서 등록금 인하를 하겠다고 한다.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그 주된 원인제공자는 사립대학이다. 현재 '반값등록금' 투쟁을 선도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거의 모두 사립대 학생들이다. 사립대학의 학생 수용비율이 한국은 87%로 전세계 최고수준이다. 그에 비해 일본은 75%, 미국은 30%, 독일의 경우 3.5%에 불과하다.

현재의 사립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려면 약 6조원을 누군가가 부담해야한다. 그렇다면 '반값등록금'의 나머지 반은 누가 낼 것인가? 일부 사립대학이 쌓아놓은 수조원의 적립금이 등록금으로 대체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적립금이 충분한 일부 대학만 가능하다. 또한 항구적인 대책도 될 수 없다. 적립금은 곧 소진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부가 대학등록금의 절반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반값등록금'의 실현은 한국의 대학교육도 선진국과 같이 공교육 영역으로 재편된다는 의미가 된다. '반값등록금'은 사실상 대학운영비의 절반을 국가가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고, 사립대학도 공적기관으로서의 공익적 의무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대학 설립자나 운영자의 개인조직처럼 운영되는 사립대학도 이제는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공적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반값등록금'은 학부모 부담 완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선 대학의 공익적 기능을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시장경쟁 논리에 매몰되어 취업학원이나 다름없이 운영되는 현재의 대학에서, 대학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성인으로서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교육이나 기초학문의 연구 등이 대학에서 가능해질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대학교육에까지 확산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은 의료나 치안과 같이 국가가 직접 제공하거나 국가가 양질의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육은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효율적 수단이다. 조세나 사회복지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불평등문제를 해소시켜준다. '반값등록금'을 통해 한국사회의 심화되는 양극화가 완화될 수도 있다.

'반값등록금'투쟁은 한국의 왜곡된 대학교육 구조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징표이다. 그래서 '반값등록금'의 실현은 등록금 절반인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대학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고, 나아가 한국사회의 방향과 지형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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