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볼모가 된 주민투표 제도

  • 입력 2011.12.19 21:18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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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칼럼

서울시민들이 8월 24일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서울시내 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 혹은 '단계적 무상급식'을 할 것이지 택일을 해야 한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올해 초등학생 전체, 내년엔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범위를 넓히는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의 범위를 2014년까지 매년 5%씩 늘리는 단계적 확대 방안을 제시하며 맞서왔다.

주민투표제는 지역주민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쉽게 조정이 어려운 사안을 주민투표에 붙여 다수의 견해에 따르게 하는 민주적 자치행정 방식이다. 그러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해갈등을 조장하는 투표가 되고말았다.

정작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도시재개발 문제 등은 일방적으로 처리하던 서울시가 무상급식 문제는 주민투표에 붙였다. 그런데 학교급식은 서울시교육청이 맡아서 하는 일이고, 서울시는 재정지원만을 할 뿐이다. 무상급식을 전면실시해도 서울시가 부담하는 재정은 연 1,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은 21조 2573억원이다. 주민투표를 해야 할 만큼 서울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주민투표를 막으려는 야당과 진보진영의 행동도 궁색하다.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선거때마다 투표 참여를 독려해온 이들이 지금은 서울시민들에게 투표를 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다. 투표율을 30% 미만이면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가 되고 그러면 한나라당 대선후보군에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의견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가 아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 되었고 복지 정책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간의 세력대결이 되고 말았다. 어린 학생들의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어른들의 추악한 난투극인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투표는 다수여론을 확인하는 동시에 무능한 정치지도자들에게 경고를 주고 퇴장시키는 수단인데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그런 기능을 상실했다. 정쟁의 볼모로 변질된 것이다.

서울시민들이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장호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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