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나주 사랑

  • 입력 2011.12.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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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남사람들 가슴속에 두 분의 큰 어른이 계십니다. 한없이 크고 높으신 김대중 대통령과 따뜻하고 자애로운 노무현 대통령, 마치 한분은 아버지 같고 또 한분은 어머니와 같습니다. 이제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들녘을 보며 문득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5년전인 2007년 11월 8일 노대통령은 무안 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한 뒤 중흥골드스파에서 광주전남 지역 지도자들과 오찬행사를 가진 뒤 나주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하셨습니다. 광주전남지역 비서관들도 모두 대통령 전용기에 태워 함께 내려가길 원하신다는 지시를 받은 저도 기쁨과 쓸쓸함이 교차했습니다.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후보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노대통령의 모든 중요정책을 뒤집어 엎을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던 시기에 지역균형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나주 금천면에서 열릴 기공식을 강한 의지로 강행하셨기 때문입니다. 날씨도 유난히 쌀쌀했었습니다.

그래도 노대통령은 자신의 국토균형발전프로젝트가 비로소 실체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종일 기쁘고 흥분된 표정이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의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고, 마를대로 마른 지방을 살찌워 정치와 경제의 동맥경화증을 해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오찬행사가 벌어진 나주호 중흥골드스파에서부터 노대통령은 '미래는 호남시대'라는 말씀을 사용했습니다. 호남시대를 열려면 공기업 가운데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한전을 기필코 나주로 보내야 한다고 확신하고 계셨습니다. 2005년 가을 이해찬 국무총리,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어떻게든 한전을 나주로 보낼 방법을 찹아보라'고 지시하셨고, 이해찬 총리는 공개입찰방식 형식으로 정리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미 점수로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한전'들이 모두 한전을 원하니 '한전+1' 방식을 정해 한전을 가지고 가고 싶으면 다른 공공기관은 하나 밖에 못가져 가는 줄 알고 먼저 입찰하는 단체장에게 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거 좋은 아이디어'라고 노대통령이 기뻐하셨고, 바로 다음날 열린 삼청동 총리공관회의에 전국 광역자치단체장을 모두 불러 '한전+1' 입찰경쟁을 내놓았습니다. 울산의 박맹우 시장과 광주전남 단체장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해찬 총리는 박시장에게 최고위층 의중임을 흘리면서 포기하도록 설득했습니다.

그러니 2007년 11월 8일 정권이 이명박씨로 바뀔 것이라는 쓸씀함 속에 차가운 비바람까지 후두둑 거리던 행사장에서도 노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장래는 호남시대"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었습니다. 호남시대의 중앙엔 바로 우리 나주가 있었습니다. 고소영에 영포(경상북도 영일포항)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아래서 미뤄질대로 미뤄지고 있는 광주전남혁신도시 추진 일정을 꼽아보면 절로 날로 대통령의 나주 사랑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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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노무현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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