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의 알프스 바드리 마을은

■ 체험객의 재방문율을 높여라

■ 대학강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 입력 2011.12.20 11:43
  • 기자명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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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한 정창명 씨는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하면서 고향에 청소년수련원을 세워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두 형님과 상의를 했다.

다행히 형님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창명 씨는 귀향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틈나는 데로 고향에 돌아가 밭을 일구고 농사짓는 법도 배우면서 2년여 동안 귀향준비를 했다. 하지만 청소년 수련원을 운영하겠다는 정씨의 계획은 청소년수련원에 맞는 충분한 공간과 자본부족으로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정씨는 우선 두 형님들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바드리 마을은 고랭지 배추가 주 재배 작물이었으나 15년여 전부터 시세가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 사과, 배, 대추 등을 대체 작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청소년수련원을 준비했던 정씨는 농림부가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하여 농촌에 체험마을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을 파악했다. 바드리 마을이 녹색농촌 마을로 성장시킬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한 후 직접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영천시에 제출하자 녹색농촌 마을로 선정되었다.

평리마을을 방문하는 연평균 2만여 명의 체험 관광객 가운데 70%는 재방문객이라고 한다. 평리마을의 재방문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민박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서비스경쟁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녹색마을 체험센터를 통해 방문하는 민박 관광객은 체험센터에 수수료 10%를 내고 민박가정에서 90%를 갖는다. 하지만 민박가정으로 직접 방문할 때는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체험지도사가 내방객을 친절하게 안내하면 내방객은 다음 방문 때 체험지도사의 집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주변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므로 민박을 하는 방문객들이 돌아갈 때 작은 선물이지만 고구마나 옥수수, 대추 등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선물하고, 방문객들은 마치 친정이나 고향집을 방문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내방객들과 정을 쌓게 하라'는 것이 정창명 씨가 강조하는 친절서비스 방식이다. 체험지도사는 마을주민 대부분이 함께 하고 있다. 주민들은 각자의 적성이나 특기에 맞게 새끼꼬기, 복조리 만들기, 지게 만들기 등을 지도하고 부녀회에서는 공동식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바드리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적은 정창명(녹색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 감사가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주민 대부분이 체험지도사가 되기 위해 어떤 교육이 이루어졌던 것일까.

2004년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된 뒤 울산 북구청 공무원 130여 명이 바드리 마을에서 연수를 했다. 이 때 정창명 씨는 주민 모두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공무원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조별로 나누었다. 또 책자를 만들어 그대로 읽기만 하면 충분한 설명이 되도록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철저히 준비했다.

주민들은 이 책자를 외우다시피 하면서 모든 주민이 마을을 찾는 내방객들을 안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창명 씨는 어른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른들의 관심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하고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기획력은 물론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보다 자신들이 살아온 관습이나 전통을 고집하기 쉽다. 도시에서 온 내방객들과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을 때도 적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어른들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예의가 없거나 옷차림 등이 단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정창명 씨는 어른들에게 "젊은이들을 손자ㆍ손녀라고 생각하고 대하라"고 주문했다. 어른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나무에 달린 대추를 따는 젊은이들을 "왜 남의 대추를 허락도 없이 따느냐"고 나무라지 않고 "대추가 맛이 있느냐"고 얘기했다.



늘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라



정창명 씨는 바드리 마을을 다시 찾은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흥미를 일으키게 하고 있다.

최소 1년에 하나의 새로운 프로그램과 색다른 음식을 개발하여 내방객들에게 다채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농산물 생산이나 음식을 먹는 것에 머무는 등 단조로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드리 마을은 다르다. 고구마 캐기 체험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고구마 캐기에서부터 다양한 고구마 조리법 강의는 물론 고구마가 갖고 있는 영양소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설명하고 함께 토론한다. 고구마를 캘 때도 가장 큰 고구마를 캔 사람에게는 시상을 하는데 상품으로는 고구마 한 박스라든가, 다른 농산물 등을 줌으로서 내방객의 즐거움을 더하게 하고 있다.

바드리 마을의 특징은 마을공동체험보다 민박 또는 주민 각자에 의한 개별 체험이 많다는 점이다.

공동체험은 관리가 어렵고 효율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이 있는 반면에 개별체험은 서비스의 질이 높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창명 씨는 "마을에만 지원하고 있는 제도를 개선하여 개별농가에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준기자 이번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인터뷰]



농촌은 생산과 관광이 동시에 이뤄져야



그린어메니티를 이룬 정창명 감사



▲ 농촌체험 또는 관광이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농업보다 관광수입에 더 많은 치중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창명 : 농촌은 생산과 관광이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농촌에서 농산물 생산이 없다면 농촌이 아닙니다. 농산물의 품질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도시 관광에 대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농촌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바드리 마을의 농산물 포장은 무게가 아니라 화폐 단위로 되어있던데 기존의 농산물 판매방식과 다른 것 같군요.

정창명 : 도시민 특히 체험 내방객들은 1만원, 2만원 등 만원 단위로 포장하는 것이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무게로 포장하는 것은 판매자 중심이고 화폐 단위로 포장하는 것은 소비자 중심의 포장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산물은 가격변동이 있지만 가능하면 우리 마을은 가격에 변동이 있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그 해 농산물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등 청소년 교육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가요?

정창명 : 산내초등학교에 전체 학생 수가 40명이 되지 않습니다. 농촌에 젊은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적인 부분과 자녀교육이지요. 저도 자녀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방과 후에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 농촌에 가장 시급하게 지원해야 할 사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창명 : 사업이나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돈은 사라져 버리지만 인재는 마을을 바꾸고, 지역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젊은이들을 교육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이 성공한 사례는 드물지만 인재가 있는 곳은 적은 지원으로도 훌륭하게 성공한 곳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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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공동체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실천한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꿈의 실천으로 삶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마을에서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잘 구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았다. 모두가 농촌은 힘들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척박한 곳에서 희망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함께 농사짓고 서로 돕는 우리의 전통양식을 새롭게 접목하면서 시작한 공동체의 삶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하여 참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전파해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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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 4개의 자연마을로 구성된 평리마을이 있다. 표충사와 밀양댐이라는 관광자원과 천혜의 경관자원을 살리자 체험 관광객이 1년에 약 2만여 명, 내방객은 3만여 명으로 년 평균 5만여 명이 이곳 평리마을을 찾는다.

해발 450~480m에 자리를 잡은 바드리 마을은 인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옛날에는 고랭지 배추가 주요 재배작물이었으나 최근 대추, 사과, 배 등이 주요 농업 생산물이다.

밀양댐과 바드리 마을의 전답은 마치 의자의 모양을 하고 있어서 의자의 등받이가 되는 마을 뒷산은 재약산과 향로산으로 감싸고 있다. 서쪽으로는 백마산이 있으며 댐 아래로는 낭떠러지 모양으로 깎아내려 있다.

바드리는 소월(달을 보는 마을)이라는 말에서 바드리가 되었다는 설과 백마산에 군인들이 주둔하며 군인들의 식량을 조달하는 군영(軍營)이라는 뜻에서 바오달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달을 보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바드리가 되었다'고 믿고 있다. 평리마을은 평리ㆍ모래밭ㆍ바드리 마을에 110가구 250여 명이 살고 있는데 바드리 마을에는 30가구 7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 커다란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97년 30대 초반에 귀향한 한 젊은이의 노력에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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