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익선

박천호시민기자

  • 입력 2012.01.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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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해와 달과 뭇별들이 있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있어서 각기 그 성질을 발양하고 생활해 나감으로써 찬연히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이다.

만약에 그들이 없는 텅 빈 하늘과 민둥한 대지를 생각해 보자. 참으로 삭막하기 그지없는 꼴일 것이다.

서당 옆으로 세 번이나 이사를 했더니 그제야 비로소 글 읽는 흉내를 내더라는 맹자 어머니의 고사가 주는 선처 이였을까? 저희 집은 학교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교실에서 글 읽는 소리, 체육시간이면 구령소리, 음악시간이면 건반위로 흐르는 화음소리, 행사 때면 메가폰 앞으로 퍼지는 합성소리, 그랬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참새 떼 마냥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조잘 조잘거리는 소리, 내 귀엔 이미 익숙해진 채 적당히 조율된 심포니오케스트라 들이다.

몇 일전 긴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교는 어느새 겨울의 찬 공기 속에 갑자기 썰렁해진다. 새들이 떠나버린 숲은 당장 고요해져 버리듯이 교정은 당분간 적막만이 자리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모든 사물이란 원래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꼭 있어서 그 당위적인 기능과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모양이다. 떠나버리면 작용의 멈춤에서 오는 구실의 와해로 이어져 덩그러니 공허감만 느낄 뿐이다.

'수도권으로! 수도권으로!' 인구이동 쏠림에 편승하고, 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인접된 지리적 여건 때문일까?

애당초 유서 깊은 나주 골의 인구는 일제강점기에 26만까지 되었단다. 해방과 더불어 산업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도회지바람이 불어 이농현상에 따라 점차적 인구 감소를 보이면서 근근이 두 자리 수를 유지해 나왔다.

그러나 최근 시의 상주인구실상을 보면, 급기야 한 자리 수까지 곤두박질쳐버렸다는 심각한 현실 앞에 실로 소시민들로서는 매우 착잡한 심정일수밖에 없는 일이며, 목사 고을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더구나 2천년 초부터 지자체를 시행한 뒤로 해야 할 일들은 많으나 그때그때 다 하지 못하고 미루어오는 형편으로 시 살림살이만 가중되어가는 실정이란다.

지금, 내 고장의 어려운 처지를 함께 고심하며, 더 이상 상주인구 유출을 막고 주민 한 사람이라도 받아들이기 위해 관과 민이 애향심을 가지고 기발한 꾀를 내어 온갖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숲이 건강하게 우거져야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고 둥지를 틀며, 물이 깨끗하고 적당한 프랑크톤이 있어야 고기들이 몰려와 노닐고 알을 산란하는 법이다.

시정[市井]이라는 말은 중국 상대에 우물이 있는 곳에 인가가 즐비하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여건이 좋은 곳에 쿨쿨 샘솟는 우물을 깊고 넓게 파 놓으면 되는 것이다.

각 기관이나 시민이 서로 합심하여 양과 질의 공, 사기업체들을 많이 유치하자는 말이다.

그래서 모처럼 시정거리에 모두들 나와 북적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내 지역을 만들자.

남도의 비단고을도 반짝이도록 무늬 곱게 수[繡]를 놓자.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사자성어는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좋아서 일을 주선하고 처리해 나가기 쉽다'는 말이다. <竹>



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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