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정(綏泊亭)에 얽힌 이야기

  • 입력 2012.02.27 17:27
  • 기자명 나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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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월달에 금계동 상설시장과 성북동 5일 시장을 통합하여 나주목사고을 시장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문을 열었다.

배 원협 공판장 쪽으로 가다보면 도로변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수박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이다.

작년가을 어느 날 오후에 금계 매일시장을 지나가다가 방앗간에 들렸더니 주인께서 수박 한 덩이를 내 놓았다. 때가 아닌 웬 수박이냐고 하니까 오늘이 부친 기일인데 임종 시 찾으셨던 과일이었기에 매년 제사상에 수박을 올린다는 그의 갸륵한 효심에 저절로 감화되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한 자리였다.

글쓴이를 포함해서 서너 명의 묵객들은 즉석에서 임기응변(臨機應變)으로 각자의 재치를 발상하게 된다. 한 재사(才士)가 전광석화처럼 절묘한 생각을 해 냈다. 새로 옮겨가는 통합 목사고을 시장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귀한 수박을 먹은 오늘을 기념하기 위하여 정자 이름을 '수박정'이라 정하자고 제안을 했다.

제가 곁들인다. 내친김에 수박정을 한자로 바꿔서 보다 더 그 의미를 격상시켜 놓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다들 박수다. 짝! 짝! 짝! 이렇게 하여 편안할수(綏), 머무를박(泊), 정자정(亭), '편안하게 쉬어가는 정자'라는 수박정이 탄생되었다.

올 여름이면, 이 동네 저 동네 모든 시민들이 새로 이설된 목사 골 시장으로 장보로 나오는 날, 무더위를 피하여 잠시 머무르는 시간과 공간에서 시원한 수박을 켜서 먹는 제 철과의 만남을 기약하며, 뒷날 이 일화는 전설 따라 삼천리쯤은 갈 것 같은 바램만을 가져본다.

일의 까닭이 이런즉, 중국의 유명한 효자 '맹종'과 '왕상'에 대한 고사(故事)가 여기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연관되는 대목이기에 뒷글로 그 대략을 다시 옮겨 적어보자.

'맹종'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때 사람으로 평소 효성이 지극한 효자였다. 어느 해인가 추위가 극심한 겨울에 맹종의 어머니는 죽순을 먹고 싶다고 했다.

겨울이기에 죽순을 구할 수가 없으므로 대밭에 들어가 탄식을 하고 있는데 천지가 감동했던지 죽순이 쑥 솟아났다. 그것을 가져다가 어머니를 봉양하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매년 겨울이면 대밭에 들어가 슬피 울다가 죽순이 솟아 나오면 가지고 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왕상'은 진나라 때 사람으로 효성이 극진하여 부모가 우환이 있으면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친 어머니를 여의고 계모를 맞이하였으나 그의 효성은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추운 겨울에 병석에 누운 계모가 생선을 먹고 싶다고 하였다.

왕상은 얼음을 깨고 물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옷을 벗고 얼음위에 누워 자기의 체온으로 얼음을 녹이니 갑자기 얼음 속에서 한 쌍의 잉어가 튀어 나왔다. 이처럼 효성이 두텁고 순수했던 왕상을 보고 마을 사람들은 그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시킨 결과라고 놀라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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